2025년 3월 12일(수)

햇반 용기가 시계로? 카카오메이커스와 순환경제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5> 카카오메이커스
[인터뷰] 전성찬 카카오메이커스 크리에이터팀 팀장

먹고 버린 즉석밥 용기가 탁상시계로 재탄생했다. “햇반을 먹다가 문득 죄책감이 들었어요. 플라스틱 용기를 너무 많이 버리는 건 아닌가 싶었죠. 그런데 그 하얗고 둥근 용기를 보니, 문득 시계가 떠오르더라고요.”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새가버치 8기로 진행한 ‘즉석밥 용기 프로젝트’. 전성찬 카카오메이커스 크리에이터팀 팀장은 “햇반을 먹다가 문득 플라스틱 용기를 너무 많이 버린다는 죄책감이 들었다”며 “햇반 용기가 하얗고 둥근 모양이라 순간 시계가 떠올랐고, 그렇게 시계로 새활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메이커스

전성찬 카카오메이커스 크리에이터팀 팀장은 그렇게 ‘즉석밥 용기 새가버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버려진 햇반 용기를 단순히 재활용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가진 제품으로 탈바꿈시키자는 아이디어였다.

카카오메이커스는 CJ제일제당과 손잡고 2024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소비자들이 사용한 즉석밥 용기를 수거해 세척한 후, 플라스틱 원료화 과정을 거쳐 세련된 디자인의 탁상시계로 재탄생시켰다.

전 팀장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위한 캠페인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이렇게 멋진 제품이 새활용된 것이라고?’라고 생각할 만큼 품질 높은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더나은미래가 인터뷰한 전성찬 카카오메이커스 크리에이터팀 팀장은 “새활용된 제품이 일반 새 제품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품질을 갖출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더 많은 소비자의 친환경 소비를 촉진하고, 더 많은 기업이 ESG 경영에 동참하도록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유현 기자

‘즉석밥 용기 프로젝트’는 카카오메이커스가 2016년부터 이어온 ‘새가버치’ 프로젝트의 일부다. ‘새가버치’는 ‘새활용 가치 창출’의 줄임말로, 더 이상 쓰이지 않는 물건을 모아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고 그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프로젝트다.

카카오메이커스의 새가버치 프로젝트는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이 아니다. 전성찬 카카오메이커스 크리에이터팀 팀장이 직접 목격한 환경 문제에서 시작됐다.

패션 업계에서 10년간 일하던 그는 어느 날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한 장면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버려진 옷들이 끝없이 쌓여 마치 또 하나의 거대한 지형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 문제에 나도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는 패션 산업이 만들어내는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영국의 ‘엘렌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이 주창한 ‘순환 경제’ 개념에 주목했다. 기존의 ‘채취-생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선형 경제에서 벗어나, 소비 이후에도 다시 원료화해 재활용하는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 팀장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특성을 활용해 친환경 행동을 장려하고, 가치 있는 소비를 확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버려진 패딩은 이불로, 커피 캡슐은 키링으로

이후 그는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새가버치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롱패딩이 유행처럼 번졌다가 몇 년 지나면 버려지는 걸 보고, 이걸 다시 쓸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카카오메이커스의 새가버치 ‘다운 새활용 프로젝트’로 다운패딩이 이불로 재탄생했다. /카카오메이커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패딩을 수거해 고급 이불로 새활용하는 프로젝트였다. 이용자가 새활용 크루로 참여를 신청하면, 새활용을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이용자들은 댓글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적어도 지금과 같은 환경을 남겨주고 싶다”, “못 쓰게 된 이불이나 패딩이 꼭 필요한 곳에 쓰였으면 좋겠다”라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참여 방식도 간단했다. 소비자들은 ‘리메이커 백’이라는 다회용 수거 가방을 받아 패딩을 담아두기만 하면 됐다. CJ대한통운 택배 기사가 이를 수거해 가면, 늘푸름 보호작업장에서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패딩을 분류하고 솜털과 깃털을 추출했다. 이후 침구 전문업체인 태평양물산과 도아드림이 이를 솜털 80%, 깃털 20%의 고급 다운 이불로 재탄생시켰다. 이 프로젝트에는 약 3000명의 이용자가 참여했고, 8000여 벌의 패딩이 수거되어 총 840개의 이불로 다시 태어났다. 수익금은 초록우산에 기부됐다.

카카오메이커스의 새가버치 7기 ‘커피캡슐 프로젝트’로 커피캡슐이 알루미늄 키링으로 재탄생했다. /카카오메이커스

커피 캡슐도 새롭게 태어났다. 카카오메이커스는 네스프레소와 손잡고 버려지는 캡슐을 수거해 ‘라이언·춘식이 키링’과 미니 조명으로 만들었다. 700만 개의 캡슐이 버려지는 대신, 귀여운 캐릭터 굿즈로 변신한 것이다. 남은 커피 찌꺼기는 농장의 퇴비나 바이오매스 연료로 활용됐다. 이밖에도 멸균팩, 데님, 스웨터 등 총 912만 개의 폐기물이 양말, 휴지, 달력 등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했다.

“새활용 제품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카카오메이커스는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친환경 소비에 동참하면서 동시에 기부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중 하나가 ‘에코씨드’ 캠페인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자동으로 100원이 기부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약 13억 원이 모였으며, 폐선 부지에 친환경 공원을 조성하거나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책가방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앞으로 새활용 프로젝트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그 첫 단계로, 기수제로 운영되던 수거 시스템을 상시화하고, 특히 플라스틱이나 유리병에 비해 약 30% 가량 재활용률이 낮은 종이팩 수거를 정기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카카오메이커스의 ESG 프로젝트를 이끄는 그에게 올해 목표를 물었다.

“새활용된 제품이 일반 새 제품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품질을 갖출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소비자의 친환경 소비를 촉진하고, 더 많은 기업이 ESG 경영에 동참하도록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성남=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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