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호 의원이 밝힌 ‘공급망 인권·환경 실사법’, 핵심 내용은 [인터뷰]

EU 실사지침 대응…기업 공급망 인권·환경 책임 강화
500인 이상·매출 2000억 원 기업부터 의무 적용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장을 맡고 있는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관악을)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하 인권환경실사법)’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기업이 자사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환경 침해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예방·완화하는 ‘실사 의무’를 법으로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실사 결과는 이사회에 보고하고, 외부에도 공시해야 한다. 정부는 감독 기구를 설치하고, 피해자 지원기금 등을 통해 실효성을 확보하도록 한다. 

이번 법안은 2028년 시행 예정인 유럽연합(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정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법안을 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이번에는 적용 대상과 실사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했다. 정 의원은 <더나은미래>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법안의 추진 배경과 주요 내용을 직접 밝혔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인권환경실사법’을 발의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유럽연합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공급망 인권·환경 실사를 법제화하는 흐름이 거세다. EU는 한국의 네 번째 교역 대상국이다. 수출 비중은 약 10%(약 681억 달러)에 달한다. EU가 2028년부터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에 따라 공급망 실사를 의무화하면,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한국 기업들은 수출·투자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준에 맞춰 지속가능 경영 체계를 갖추도록 법적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

― 법안의 주요 내용은.

“기업이 자사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환경 침해를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완화하는 절차를 법으로 의무화했다. 정부는 실사 지침과 표준을 마련하고, 분쟁 조정과 시정 명령을 담당할 ‘인권·환경기업위원회’를 설치한다. 피해자 지원을 위한 ‘인권·환경피해자지원기금’도 만들 계획이다. 중소기업에는 가이드라인 등 지원책도 마련했다.”

― EU의 실사지침과 한국 법안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핵심 구조는 비슷하다. 공급망 전반 실사 의무, 이해관계자 소통, 독립 감독기구 설치 등이 공통점이다. 하지만, 한국 법안은 직원 500명 이상 또는 매출 2000억 원 이상 기업으로 한정해 현실성을 고려했다. EU는 주로 원자재·부품 조달 등 ‘업스트림’ 실사에 집중하는 반면, 한국 법안은 유통·판매 등 ‘다운스트림’까지 실사 범위에 포함했다. 기후영향 평가와 분쟁지역 사업에 대한 실사 규정도 추가했다. 국제 기준을 따르면서도 국내 산업 여건을 반영했다.”

― 법안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기업이 단순히 자율적 책임 이행에 머무르지 않고, 공급망 전반의 인권·환경 리스크를 책임 있게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사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고 외부에 공시하도록 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일 것을 기대한다. 국가 차원의 감독과 피해자 구제 체계도 마련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결국 ESG 흐름에 맞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신뢰도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 일각에서는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ESG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인권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된다. 이번 법안은 시대 변화에 맞춰 기업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틀이다. 산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실효성과 형평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계속 개선할 생각이다.”

― 법안이 한국 기업에 주는 이점은 무엇인가.

“CSDDD는 역내 기업뿐 아니라 일정 기준을 충족한 역외 기업에도 적용된다. EU 내 법인이나 지사가 있거나 일정 매출을 올리는 한국 기업, EU 기업의 협력사인 중소기업까지 모두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 무역 수출 비중이 GDP의 약 40%에 달할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고, ESG는 이미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투자 기준이다. 실사 제도를 선제 도입하면 기업 신뢰도와 글로벌 투자자 신뢰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키우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향후 ESG나 지속가능경영 관련 추가 입법 계획이 있다면.

“‘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촉진법(가칭)’을 준비하고 있다. ESG를 국가 전략으로 육성하기 위한 법이다. 정부가 ESG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기업 정보공시·검증 체계 구축, 행정·재정 지원, 전문 인력 양성 등을 포함할 계획이다. ESG가 기업 자율을 넘어서, 국가 경쟁력의 한 축이 되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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