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패션의 그림자, 쉬인·테무 노동권 논란 집중 조명
영국 의회 상무무역위원회가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체 쉬인(Shein)과 테무(Temu)를 오는 7일 청문회에 소환해 공급망 내 노동자 권리 문제를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2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은 영국 의회가 노동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나섰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설립된 쉬인은 현재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런던 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공급망 내 강제 노동과 열악한 근로 환경 의혹이 제기되며 상장 승인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청문회에는 쉬인의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법률 고문인 주이난과 함께 대표적 패스트패션 업체인 테무(Temu)의 수석 법률 고문 및 준법관리 책임자도 증인으로 소환됐다.
상무무역위원회는 자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고용권리법안을 검토하며, 강제 노동 문제를 포함한 열악한 노동 기준이 수입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살펴본다. 위원회 의장은 노동당 소속 리암 번 의원이 맡고 있다.
청문회에는 지난해 쉬인의 런던 증권거래소 상장에 우려를 제기했던 엘리너 라이언 반(反)노예제 위원과 마거릿 빌스 영국 산업통상부 노동시장 집행국장도 참석해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쉬인은 지난해 6월 런던 증시에 상장을 신청했으나,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승인 지연으로 올해 1분기 목표가 불투명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급망 노동권 문제와 신장위구르 강제 노동 논란이 이 같은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신장위구르 권리 옹호 단체 ‘스톱 위구르 제노사이드(SUG)’는 쉬인의 노동 관행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했으며, 8월에는 쉬인이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면화를 사용했다는 자료를 금융감독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쉬인은 지난해 8월 발간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2023년 현재 아동 노동 사례 2건이 확인됐지만 강제 노동 사례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중국 정부 역시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제기되는 인권 침해 논란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쉬인의 2023년 매출은 15억 5000만 파운드(약 2조 8000억 원)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쉬인이 기업공개에 성공하면 예상 기업 가치는 약 500억 파운드(9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쉬인과 테무는 이번 청문회와 관련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 독립 반노예제 위원회는 쉬인과 같은 기업의 영국 상장이 열악한 노동 관행을 묵인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영국 정부는 금융감독청이 독립적으로 상장 여부를 판단할 것이며, 영국은 현대 노예제도를 예방할 만한 법·제도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