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정, 여전히 ‘숫자 맞추기’…재정 구조 개편 목소리 커져

기후재정포럼 세미나서 기후예산 실효성 놓고 쏟아진 제언

정부의 기후 예산이 여전히 ‘숫자 맞추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각 부처 사업을 단순 합산하는 방식으로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은커녕 재정 수요조차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10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야 기후재정포럼과 이로움재단, 녹색전환연구소가 주관하고 여야 국회의원 6명이 함께 주최한 ‘기후재정 거버넌스 혁신’ 세미나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재정 거버넌스 혁신’ 세미나에서는 “기후재정 체계를 전면 재설계하고, 거버넌스 구조도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 “현재 기후예산으로는 감축 목표 못 채운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현재의 기후예산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정부가 밝힌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7년까지 89조9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각 부처 예산을 단순 합산한 수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2024년 기준으로 계획 대비 19.8%가 미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 팀장은 “부문별 연도별 감축목표에 따라 재원 조달 계획을 수립하고, 투자 부족분을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며 “탄소중립기본계획 내 연도별 감축목표에 맞춰 부문별 투자계획을 세우고, 재원조달 계획을 수립해 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팀장은 기후예산 집행을 위해 ▲전 부처 통합 기후정책 체계 구축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실질화 ▲기후경제부 신설 등 5대 거버넌스 개혁 과제도 제안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등 에너지 소비 급증에도 기후 예산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도 예산 권한은 기재부에 묶여 있다”며 “기존 조직들은 같은 부처 내 각각 다른 국·실 조직으로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남아 통합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예산 총액을 놓고 국민적 논의도 없고, NDC 목표에 맞지 않는 예산을 견제할 장치도 없다”며 “탄녹위가 편성부터 평가까지 실질적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열린 ‘기후재정 거버넌스 혁신’ 세미나에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 기후재정, 다시 짜야…거버넌스 개혁 시급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도 기후예산 재설계 요구가 이어졌다. 허경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센터장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을 모두 포함한 총 기후 비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영민 동국대 교수는 “예산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탄녹위나 기후에너지부 산하에 전문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재경 경기연구원 실장은 “모든 부처 정책에 탄소중립이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며 “기재부 중심의 재정 건전성 프레임이 기후재정 전략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동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위원장도 “한국의 예산 구조는 겉으로만 ‘탑다운’이고 실제로는 전혀 아니다”며 근본적 개편을 요구했다. 한수연 플랜1.5 정책활동가는 “기후재정 총액 설정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숙의 기반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익 국회예산정책처 국장은 “기후대응 사업의 의도한 효과와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모두 점검해야 한다”며 “예산 이행 점검, 성과 평가, 향후 편성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국회 기후재정포럼, 이로움재단, 녹색전환연구소가 주관했고, 김정호·정태호(더불어민주당), 조은희(국민의힘), 서왕진·차규근(조국혁신당), 정혜경(진보당)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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