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기후재정·세액공제 확대 나설까

기후재정포럼·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8대 정책과제 제안
“탄소중립계획 엉터리 수준…기후재정 컨트롤타워 필요”

기후재정포럼(2020재단·녹색전환연구소)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5 새 정부에 제안하는 기후재정 방향’ 보고서를 공개했다. 두 기관은 국가 재정의 기후 대응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후재정계획 수립 ▲기후대응기금 20조원 확대 ▲온실가스 인지예산제 실효성 강화 ▲기후예산 거버넌스 확립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로드맵 수립 등 8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기후재정포럼(2020재단·녹색전환연구소)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9일 간담회를 열고 새 정부에게 8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녹색전환연구소

재정 규모·조달 방식 담긴 기후재정계획 필요

보고서는 현행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탄소중립기본계획)이 기후 재정 투자 계획을 한 장 분량으로만 다루고 있으며, 사업 내역도 포함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관련 예산이 20% 이상 삭감된 점과 민간·공적금융 등 외부 자금 조달 방안도 빠져 있다는 한계도 지적했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선임연구원은 “재정 규모·연도별 투자계획·조달 방식을 포함한 기후재정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기후 정책 컨트롤타워, 예산 당국,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기후대응기금 규모는 꾸준히 줄어들어 현재 2억 3000억원대다. 기후재정포럼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이를 20조원 규모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녹색전환연구소

현재 정부의 기후대응기금은 2조 326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보고서는 이를 2030년까지 20조원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 확대(배출권 가격 톤당 6만원으로 조정, 13조원 재원 확보) ▲화석연료 사용 분야 예산 축소 및 탄소세 중심 전환(6조원 재원 확보) 등을 제시했다.

배출 사업 빠진 온실가스 인지예산제도는 ‘그린워싱’

보고서는 온실가스 인지예산제도 대폭 손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는 감축 사업만 인지예산 대상으로 삼고 배출 사업은 제외하며, 작성 여부도 기관 자율에 맡기고 있다. 실제로 61개 예산편성 기관 중 감축 인지예산서를 제출한 곳은 16곳에 불과하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 제도는 사실상 그린워싱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배출 사업까지 포함한 인지예산서를 지방정부까지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일 진행된 ‘2025 새 정부에 제안하는 기후재정 방향 제안’ 간담회에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채예빈 기자

그는 또 기후예산 조정·통합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환경부는 권한이 제한돼 있어 현재 체계는 한계가 있다”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전 부처의 인지예산을 총괄·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화석연료 보조금 연 12조 9000억…폐지 로드맵 촉구

보고서는 에너지 전환이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가 여전히 화석연료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3년 기준 화석연료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81.1%를 차지했으며, 정부는 2023~2025년 연평균 12조 9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보조금은 1조 3000억원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를 공식 선언하고, 현행 보조금의 80% 이상을 축소·개편하는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 법령 개정을 통해 신규 화석연료 사용·생산 사업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전 차단 장치 도입도 요구했다. 온실가스 배출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은 사전 평가를 의무화해 예산 편성을 제한해야 한다는 제안도 담았다.

임현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IPCC는 화석연료 보조금을 폐지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약 10% 줄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며 “이는 세수 확보 측면에서도 기후재정 기반을 마련하는 효과가 있어 정책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세제 혜택으로 기업 변화 유도해야

보고서는 민간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세액 공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태양광·풍력·히트펌프·배터리 저장장치·탄소포집·저장(CCS) 기술 등에 대한 연구인력 고용·시설 투자에 세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나 유럽 그린딜처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기후 대응 기술·시설 정의를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배출 비중이 높은 산업군에는 배출 기여도에 따라 차등화된 공제율 적용도 필요하다고 했다.

9일 진행된 ‘2025 새 정부에 제안하는 기후재정 방향 제안’ 간담회에서 채이배 2020재단 상임이사 발언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채이배 2020재단 상임이사는 “기업의 탄소중립 실현을 이끌기 위해 정부는 과감한 세제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미국과 EU 등 주요국 수준의 인센티브를 마련해 기업의 기술개발과 설비 투자를 촉진하고, 기후테크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기후재정포럼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정부 내 기후재정 전담 조직 신설 필요성도 강조했다. 산업 중심의 기후에너지부 신설부터 국가 재정을 기후 관점에서 통합 조정할 기후경제부 신설까지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지만, 기후 대응을 통합적으로 조정할 컨트롤타워 구축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주요 공약으로 ▲기후에너지부 설립 ▲탄소중립 산업전환 지원 ▲중소기업 탄소중립 지원법 제정 ▲산업단지 RE100 지원 ▲에너지고속도로 설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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