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조력자가 아니다, 이제 ‘미션 설계자’로 나설 때

사회혁신 커뮤니티 ‘씨닷’, ‘미션 이코노미’ 북토크 개최
“달 착륙처럼 모두가 힘 모아야”…문샷 방식, 사회 전환에도 적용 

“혁신은 ‘단거리 육상 선수’와 같은 시장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10년, 심지어 20년을 내다보는 ‘마라토너’와 같은 국가와 공공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사회혁신 커뮤니티 ‘씨닷’이 지난 26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개최한 ‘미션 이코노미’ 북토크에서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이 강조한 말이다. 이날 자리에는 사회혁신가,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참석해 기후위기·주거불안 같은 구조적 문제 해결에 필요한 ‘공공의 미션’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미션 이코노미’는 혁신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Mariana Mazzucato)가 쓴 책으로, 정부가 단순한 시장 조력자가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미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추카토는 “달 착륙처럼 모두가 한 방향으로 협력해 성취하는 ‘문샷(moonshot)’ 방식을 사회 곳곳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병권 연구위원은 ‘미션 이코노미’가 기존 통념을 반박하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흔히 혁신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방해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마추카토는 기업, 공공, 정부 모두에게 혁신의 몫이 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2025년 2월 국내 번역 출간된 ‘미션 이코노미’ 표지.

특히 기후위기나 녹색산업과 같은 영역은 시장만으로는 움직이기 어렵다며, “수익성 높은 탄소 산업이 여전히 주류인데, 기후 기술과 같은 분야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은 주저한다”며 “이럴 때 공공이 나서 기반을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공공이 방향을 제시하고 규칙을 만들면 민간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는 설명이다.

패널로 함께한 서종균 씨닷 주택정책연구자는 ‘미션 이코노미’에 대해 “사회적 이슈의 전환과 재설계에 실질적인 통찰을 준다”고 평했다. 그는 서울역에서 노숙 중이던 치매 노인, 전세사기 피해로 하루아침에 2억 원의 빚을 떠안고 개인회생을 신청한 중소기업 근로자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정책은 강남 집값 문제가 아니라 거리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삶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절박한 삶의 서사는 사회를 부끄럽게 만들고, 결국 정책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씨닷은 ‘모-두를 위한 사회’를 비전으로 삼고, 포럼·연구·교육 등을 통해 시민 주도의 시스템 전환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북토크는 지난 4월 씨닷이 헤이그라운드로 공간을 옮긴 뒤, ‘사회 전환을 함께 상상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첫 공개 행사다.

한선경 씨닷 대표는 “모두의 연결과 협력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도록, 이를 가능하게 하는 실험과 탐구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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