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급보다 요금 인하”…기후동행카드 2만 원으로 낮추면 승용차 15만 대 줄어

녹색전환연구소 “3만 원 환급 체계로는 이동 선택 변화 어려워…가격 인하가 더 직접적”
월 6만 2000원 → 2만 원 인하 시 온실가스 최대 34만 톤 감축, 혼잡비용도 절감 가능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 가격을 월 2만 원 수준으로 낮출 경우, 승용차 이용이 줄고 온실가스 배출도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승용차는 최소 15만 대 이상 줄고, 온실가스는 연간 최대 34만 톤까지 감축될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정책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슈브리프 ‘대중교통 전환 촉진을 위한 월 2만 원 기후동행카드 개편 제안’을 발간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19일 보고서를 통해 요금 인하 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하며, 기후동행카드 가격을 월 2만 원 수준으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티머니

이번 분석은 최근 국제 유가 상승 상황과 맞물린다.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17일 기준 리터당 2000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였던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불안과 기후위기가 겹치면서, 수송 부문에서 대중교통 전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가 도입한 대중교통 정기권으로, 일정 금액을 내면 지하철과 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요금은 월 6만 2000원이며, 2025년 기준 누적 충전 1000만 건을 넘긴 대표 정책이다.

서울시는 최근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기후동행카드 이용자에게 3개월간 매월 3만 원을 환급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다만 연구소는 이 같은 방식이 실제 이동 선택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 이후에 혜택을 돌려받는 구조보다, 처음부터 가격이 낮아지는 방식이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현재 요금 체계는 이미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이용자의 부담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승용차와 대중교통을 함께 이용하거나 이용 빈도가 낮은 ‘중간 이용층’의 선택을 바꾸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월 교통비를 2만~6만 원 수준으로 지출하는 이용자에게는 지금 가격이 충분한 전환 유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연구소는 기후동행카드 가격을 월 2만 원 수준으로 낮추고, 공공자전거 ‘따릉이’와 연계한 통합형 이동 정책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지하철·버스·공공자전거가 촘촘히 연결된 서울의 교통 구조를 고려하면, 가격 설계만으로도 이동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요금 인하 시 미가입자 중심 이용자 확대…승용차 감소·온실가스 감축 효과

분석에 따르면 가격 인하 시 기후동행카드의 잠재 전환 대상은 미가입자 1080만 명 중 약 988만 명(월 교통비 2만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약 134만 명이 신규로 가입하고, 기존 이용자 72만 명을 포함하면 전체 이용자는 약 206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효과는 중간 지출 구간에서 크게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월 2만~4만 원 구간에서 43만 명, 4만~6만 원 구간에서 40만 명, 6만~8만 원 구간에서 31만 명이 추가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된다.

녹색전환연구소는 기후동행카드 요금을 월 2만 원 이하로 낮출 경우 신규 이용자가 늘고, 이에 따라 승용차 이용 감소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녹색전환연구소

이와 함께 승용차 이용 감소에 따라 교통체증으로 인한 시간 손실과 연료 낭비 등을 금액으로 환산한 혼잡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이 비용이 연간 약 1580억 원에서 최대 4090억 원까지 절감될 것으로 분석했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 역시 크다. 연간 약 13만 톤에서 최대 34만 톤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2025년 대전시가 한 해 감축한 온실가스(약 35만 톤)와 비슷한 수준이다.

연구소는 이러한 효과가 전기차 보급처럼 차량 종류를 바꾸는 방식이 아니라, 이동 수요 자체를 줄이는 데서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교통 혼잡과 탄소 배출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정책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추가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지만, 교통 혼잡 완화와 에너지 비용 절감, 기후 대응 효과를 고려하면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는 공공투자라는 평가다. 연구소는 월 2만 원 기후동행카드가 승용차에서 대중교통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정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슈브리프 저자인 박은옥 지역전환팀 연구원은 “월 2만 원 기후동행카드는 시민의 이동 선택을 바꾸는 가격 신호”라며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승용차 이용 감소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 불안과 기후위기 상황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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