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환경을 가르치다”…교실을 바꾸는 선생님들

[대담] ‘시네마그린틴 교사연구회’ 김현서 서울가재울초 교사·지태민 서울신용산초 교사

지난 4월 9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사무실. 현직 초등학교 교사 11명이 한 책상에 둘러앉았다. 이들은 “환경영화를 활용해 교사들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게임이나 보드게임 같은 교구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이 작성한 활동지나 후기, 사진·영상 같은 결과물도 모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올해 처음 꾸려진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교육 프로그램 ‘시네마그린틴’ 교사연구회 토론 현장이다. 환경재단은 2012년부터 시네마그린틴을 운영하며 어린이·청소년들이 학교에서 환경영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해왔다. 지난해에는 약 104만 명의 청소년이 교실에서 환경영화를 만났다.

그동안에는 교사들이 환경영화를 각자 수업 방식에 맞게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서울시교육청이 모집·선발한 교사들이 직접 학교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영화 수업 만들기’에 나섰다. 이들은 한 달 반 동안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출품작 44편을 함께 살펴보고 토론하며 수업자료를 만들었다.

(왼쪽부터)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시네마그린틴’ 교사연구회에 참여한 지태민 서울신용산초 교사와 김현서 서울가재울초 교사. /채예빈 기자

지난 5월 27일 환경재단에서 교사연구회에 참여한 지태민 서울신용산초 교사와 김현서 서울가재울초 교사를 만났다. 두 교사에게 학교 현장에서 환경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또 환경 영화를 수업으로 풀어내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물었다.

―교실 안에서 환경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은? 현장에서 마주한 고민이나 한계는 없었는지.

김현서= 동아리 활동이나 학급 수업을 통해 꾸준히 환경교육을 해왔다. 텃밭을 가꾸거나 자원순환·유해물질 같은 생활 속 주제들을 아이들과 함께 다뤘다. 초등학교는 교사의 관심사를 비교적 자유롭게 수업 안에서 펼칠 수 있어 중고등학교보다 환경수업을 시도하기 좋은 편이다. 다만 교육과정도 빡빡하고 시간도 제한적이다 보니, 환경 수업에 더 공을 들이고 싶어도 그러기가 쉽지 않다.

지태민=코로나19 때 일회용품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본격적으로 환경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에는 학생들이 스스로 환경 문제를 찾고 답을 찾는 ‘학생 참여형 수업’을 고민하게 됐다. 특히 쓰레기 분리수거 문제에 관심이 많아 학생들과 함께 교육감에게 편지를 써 학교 분리수거장을 자원 배움터로 바꿨다. 지금은 분리수거장을 종이의 재활용 방식을 설명하는 게시판과 환경 관련 책을 비치해 학생들이 자원순환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는 어느 정도이고, 학생들이 주로 반응하는 환경 이슈는 무엇인가.

김현서=초등학생들은 자기 생활과 맞닿아 있는 문제들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 과자 포장이나 동물처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에 더 반응하는 편이다. 저학년이든 고학년이든 분리배출이나 지구온난화 같은 기본 개념은 이미 알고 오는 경우가 많아, 수업을 하다 보면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지태민=예전에는 사회나 과학처럼 환경과 직접 관련된 교과에서만 환경교육을 주로 다뤘다면, 지금은 국어 지문이나 수학 스토리텔링 소재에도 환경 이슈가 들어와 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도 기후나 미세먼지처럼 자기 일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야외 수업이 취소되는 경험이 쌓이면서 환경 문제를 몸으로 체감하게 되는 것 같다.

지태민 서울신용산초 교사는 학생들이 기후·미세먼지처럼 일상과 맞닿은 환경 문제를 점점 더 가까운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재단

―영화로 하는 환경교육은 어떤 특징과 장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현서=영화는 다른 수업 자료와 달리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실제로 동아리 활동 때 환경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를 아이들과 함께 본 적이 있는데, 고등학생들이 직접 촬영한 쓰레기 배출 이야기였다. 영화를 본 뒤 아이들이 ‘쓰레기 다이어트 일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단순히 설명을 들을 때보다 훨씬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지태민=영화는 결국 이야기이기 때문에 뉴스나 정보 전달 위주의 자료보다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힘이 있다. 실제로 영화 속 거북이 코에 끼인 빨대를 빼는 장면에 학생들이 유독 크게 반응했다. 이후 환경 그림책 만들기 활동을 할 때도 그 장면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아이들이 있었다.

교사연구회가 선정한 작품 중 하나인 ‘아타카마 패션 위크’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폐의류 더미 위에서 패션쇼를 열어 패스트패션의 환경 문제를 다룬 광고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홈페이지 갈무리

교사연구회의 교사들은 장편·단편 두 팀으로 나눠 초등학교 4~6학년 대상 수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김현서 교사가 참여한 단편팀은 광고 두 편과 단편 애니메이션 한 편을 골랐다.

하나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폐의류 더미 위에서 패션쇼를 열어 패스트패션 문제를 고발한 ‘아타카마 패션 위크’, 다른 하나는 소비자가 3D 프린터로 부품을 직접 만들어 제품을 수리할 수 있도록 한 필립스의 수리 플랫폼 ‘픽서블(Fixables)’ 광고다. 기후위기로 고립된 북극곰의 여정을 담은 단편 애니메이션 ‘스노우베어’도 함께 포함됐다.

장편팀은 판타지 영화 ‘숲의 수호자 페이퍼베어’를 선택했다.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10대 소년이 아버지와 함께 숲속에서 야생 흑곰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페이퍼베어’는 영화 배경이 된 미국 플로리다에서 야생동물 보호와 생물다양성 보존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를 선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김현서=단편팀에서는 광고 두 편을 골랐다. 광고는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소비와 관련된 이야기였고, ‘왜 우리는 이렇게 많이 사고 쉽게 버리는가’라는 문제의식이 공통으로 담겨 있었다. 아이들도 영화를 보면서 지금의 소비와 폐기가 누구의 책임인지, 또 자신은 어떤 소비를 하고 있는지 돌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태민=영화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흥미다. 2020년부터 교실에서 환경영화를 함께 보고 있는데, 주로 학생들이 주인공에게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아이들이 등장하는 작품을 선택했다. 이번에 고른 장편 영화도 어린 남학생과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섞인 작품으로 생물다양성과 인간·동물의 공존 문제를 다룬다.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구성했나.

김현서=영화를 보기 전에는 물건이 고장 났을 때 고쳐 쓰는지, 새로 사는지를 묻는 밸런스 게임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소비 습관을 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영화를 본 뒤에는 수리권에 대해 이야기하며 실제 생활에서 고장 난 물건을 어떻게 고쳐 쓸 수 있을지 생각해보도록 구성했다. 마지막에는 지자체 수리센터를 찾아보거나 자신의 옷장을 살펴보며 사놓고 입지 않는 옷은 없는지 점검해보는 활동도 넣었다.

지태민=학생들이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친구들의 질문에 즉흥적으로 답하는 ‘핫시팅’ 활동을 진행했다. 영화 속 곰은 대사 없이 표정과 행동으로만 감정을 드러내기 때문에 이 활동과 특히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엄마 곰이나 아기 곰의 입장에서 “이 장면에서 왜 이렇게 행동했을까”를 상상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보니 학생들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상상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교사연구회가 선정한 장편 영화 ‘숲의 수호자 페이퍼베어’는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10대 소년이 숲속에서 야생 흑곰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공존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홈페이지 갈무리

―수업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김현서=‘수리권’처럼 환경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교사들도 자료만 보면 바로 수업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했다. 전국 학교에 배포되는 자료다 보니 지역별 차이도 고민이었다. 서울은 자치구별 수리센터가 잘 마련돼 있지만, 다른 지역은 사례를 찾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실제 수리센터를 활용하는 활동을 넣었다가, 지역별 사례를 조사해보는 방식으로 수정했다.

지태민=장편 영화가 107분으로 길고 내용도 쉽지 않은 편이라 학생과 교사 모두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활동지와 PPT에 배경지식을 최대한 많이 담았다. 영화가 어떤 시민단체의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는지도 함께 설명했다. 그래도 장편 영화 한 편이 주는 힘과 감동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다.

―궁극적으로 환경교육을 통해 바라는 변화는 무엇인가.

김현서 서울가재울초 교사는 환경교육이 단기간의 변화보다 아이들의 태도와 시선을 조금씩 바꿔가는 과정에 가깝다고 말했다. /환경재단

김현서=작년 프로젝트를 마친 뒤 아이들이 활동 소감을 적어 칠판에 붙였는데, 한 학생이 “귀찮지만 재밌어요”라고 쓴 게 기억에 남는다.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 맞지만 그 안에서 재미와 뿌듯함을 느끼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삶이 당장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더라도 조금씩 태도와 시선을 쌓아가는 것, 그리고 그 관심이 집으로 이어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지태민=재활용과 분리배출은 어른들도 헷갈릴 만큼 복잡한 영역이다. 그런데 수업을 하다 보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배우는 순간들도 있다. 실제로 급식 용기를 분리배출하던 중 학생이 “이건 같은 재질이라 비닐을 떼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준 적도 있었다. 환경교육이 단기간에 큰 변화를 만드는 건 아니지만, 지금 배우는 경험들이 중·고등학교를 거쳐 성인이 된 이후에도 남아 언젠가 발아하길 바란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오는 6월 5일 개막한다. 완성된 수업 프로그램도 영화제 개막에 맞춰 6월 첫째 주 영화제 공지사항을 통해 배포될 예정이다. 교사 누구나 내려받아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 영화제는 한 달간 이어지지만, 교사들의 환경수업 고민은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 교사연구회는 올해 말까지 추가 수업 프로그램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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