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서울국제환경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환경도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전략이 영화제의 시작이었죠. 환경의 중요성이 올라간 지금은 함께 영화로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서울 중구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가 한 말이다. 올해로 23회를 맞은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6월 5일 개막했다. 영화제는 31개국 121편의 작품을 온오프라인으로 상영한다. 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미경 대표를 만나 캠페인이자 교육 플랫폼으로서의 영화와 영화제에 대해 들었다.

◇ 시대 흐름에 맞춰 변화한 환경영화제
2004년 시작한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2002년 환경재단 설립과 함께 준비를 거쳐 출범했다. 이 대표는 사무총장 면접을 봤던 2002년 5월을 떠올렸다. “그때 최열 이사장이 ’21세기는 여성, 환경, 문화의 시대’라고 했다”며 “한때 100만 부씩 인쇄하며 시대를 풍미했던 잡지는 2만 부만 찍는데, 영화는 500만 명씩 볼 정도로 사람들이 가장 호응하는 장르로 떠오르는 상황에 주목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2000년대 초반 한국은 영화 르네상스의 한가운데 있었다. CGV와 롯데시네마 같은 멀티플렉스가 확산했고,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등 한국 영화들이 잇따라 흥행했다. 마케팅 관점에서 사람들에게 환경 문제를 알리려면 영화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판단이었다는 설명이다.
시간이 흐르며 대중이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이 대표는 코로나19를 온라인 전환의 계기로 꼽았다. 그는 “2020년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상영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정부와 지자체 지원도 끊겼다”며 “이전부터 온라인 상영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준비해 온 덕분에 순식간에 온라인 상영관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1만~1만5000명 수준이던 관객 수가 그해 20만 명으로 늘며 전화위복이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반응이 뜨거웠던 건 지역 관객들이었다. 상영관이 서울 중심으로 운영돼 환경영화를 접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20명 이상이 모이면 영화를 신청해 함께 볼 수 있는 공동체 상영 프로그램 ‘서울국제환경영화제 IN’이 영화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 대표는 “영상 장비 성능이 좋아지면서 영화관이 아니더라도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며 “2일 기준 공동체 상영을 신청한 인원만 벌써 1만500명”이라고 전했다.
OTT 시대에 접어든 올해 영화제는 처음으로 특정 영화관에서 환경영화를 상영하는 ‘거점 상영’을 없앴다. 공동체 상영을 비롯한 온라인 상영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를 ‘선택과 집중’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전체 관객과 온라인 관객은 늘고 있지만 오프라인 관객은 줄어드는 추세였다”며 “대관비와 광고 부담이 커 극장을 계속 빌리는 게 효율적이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세계청소년포럼이나 ESG 리더 모임처럼 대상이 분명한 경우에는 극장 상영을 한다”고 말했다.
◇ 영화의 역할, 이젠 경보음이 아닌 ‘함께 행동’
20여 년 사이 환경영화제가 보여주는 영화도 달라졌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영화제를 비롯해 환경운동 자체가 경고음을 울리는 역할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이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알고 기업들도 규제를 따르고 있다”며 “이제는 영화가 행동을 촉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단순히 재난 현장을 보여주거나 문제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하는 영화를 찾는다고 짚였다. 영화제 슬로건 또한 행동을 강조한 ‘레디 클라이밋 액션(Ready Climate Action)’이다.
영화는 시대의 의제를 비춘다. 올해 개막작은 ‘AI: 나는 어떻게 종말 낙관주의자가 되었나’로, AI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AI로 풀 수 있는 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다. 이 대표는 “‘단연코 개막작은 이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며 단번에 골랐다고 했다. 그는 “AI는 전기와 물을 많이 쓸 뿐 아니라, 이로 인한 양극화가 공동체를 위협한다”며 “동시에 AI가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며 기후위기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환경영화가 사회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6년 공개된 중국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차이나’를 들었다. 수입 폐기물에 의존하던 재활용 산업의 이면을 담은 이 작품은 중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중국 정부의 폐기물 수입 금지 정책과 맞물리며 한국의 2018년 ‘쓰레기 대란’으로까지 이어졌다.

국내 사례로는 2016년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바다’ 언급했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생태계와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작품이다. 그는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로 이 작품을 꼽기도 했다”며 “영화가 기업의 ESG 경영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정을 움직이는 영화의 힘에 주목한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그 역할을 교실로도 넓혀왔다. 영화제는 2012년부터 어린이·청소년들이 학교에서 환경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시네마그린틴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는 서울시교육청, 전북교육청과 협업해 수업 시간에 영화를 보고 환경 수업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모든 시민이 환경영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학생들이 보고 환경에 대한 감각을 갖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예전보다 청소년 대상 영화도 영화제에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교사연구회가 직접 환경영화와 연계한 수업안을 개발해 학교 현장에 보급하는 활동도 시작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대표는 “환경영화라고 하면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실제로는 굉장히 재미있는 영화가 많고, 훌륭한 영화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분명하다”며 “온라인으로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영화를 보고 환경 문제와 우리의 역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내비쳤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