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영화로 환경 배우는 ‘시네마그린틴’ 초등학교 수업 현장
지난 25일 아침, 서울 광진구 성동초등학교 4학년 1반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북극곰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애니메이션 ‘스노우 베어’였다. 북극곰이 눈으로 만든 친구가 녹아내리는 장면에서는 교실 곳곳에서 “아…” 하는 아쉬움 담긴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날 수업은 학교에서 영화를 통해 환경을 배우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시네마그린틴’ 프로그램이었다. 올해는 서울시교육청 소속 초등학교 교사 11명이 직접 영화를 선정하고 수업자료도 함께 만들었다. 영화제를 주관하는 환경재단에 따르면 25일까지 전국 849개 초중고교와 청소년 시설이 시네마그린틴 수업을 신청했다.
영화가 상영된 12분 동안 학생 29명의 시선은 화면에 고정됐다. 대사가 없는 동물 캐릭터만 등장하는 영화에서 ‘환경’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학생들은 뜨거운 햇볕에 눈으로 만든 친구와 빙하가 녹아내리고, 북극곰이 갈라진 빙하 위에 홀로 남아 낯선 땅을 떠도는 모습을 지켜봤다. 지구온난화로 모두 사라진 줄 알았던 다른 북극곰을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는 울상이던 얼굴에 금세 웃음이 번졌다.
영화가 끝나자, 4학년 1반 담임인 이지애 교사는 지구온난화가 왜 일어나는지, 기후위기로 인해 동물뿐 아니라 투발루와 같은 섬나라 주민들도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이 영화를 보면서 훨씬 몰입하고 자신의 현실과 연결해 생각한다”며 “‘내가 북극곰이라면 어떻게 될까’를 고민하게 되기 때문에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세인 학생은 “눈으로 만든 곰을 살아있는 친구처럼 생각하며 놀다가 친구가 사라졌을 때 외로워 보였다”며 “북극곰이 얼음이 녹고 초록색 땅이 된 섬에서 눈을 뜨는 모습을 보며 지구가 더 뜨거워지는 걸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북극곰이 알려준 기후위기, 실천으로 잇다
영화는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각자 자리에서 태블릿을 꺼내 기상청 포털에 접속해 기후평년값의 변화를 살펴봤다. 이어 교사의 안내에 따라 짝과 함께 기후변화를 조사하는 이유를 토론했다.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답은 하나였다. 앞으로의 변화에 대비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라는 것.
“장바구니를 쓰는 사람?” 교사의 질문에 교실 절반가량의 손이 올라왔다. 양치컵을 사용한다는 학생은 20명이 넘었고, 분리배출을 실천하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는 반 학생 모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이지애 교사는 “아이들이 환경에 진심이라 집에서 부모님께 ‘보조등만 켜도 충분하다’며 샤워할 때 욕실 형광등을 끈 아이도 있다”며 일화를 공유했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을 묻자, 교실 곳곳에서 손이 올라왔다. “친환경 재료를 써요”, “얼마나 필요한지 예측하고 그만큼만 생산해요”, “환경 캠페인을 해서 사람들이 따라 하게 해요”

박채윤 학생은 “옷을 만드는 회사라면 옷에 환경을 지키자는 문구를 넣어 팔면 좋겠다”고 발표했다. 이지애 교사가 파타고니아처럼 실제로 그런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도 있다고 소개하자 박채윤 학생은 입을 가린 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런 기업이 있다는 게 신기했고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기후위기 실천 계획을 담은 선언문 발표 시간에도 학생들은 너나없이 손을 들며 발표에 나섰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겠습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겠습니다”, “안 쓰는 방의 불을 끄겠습니다” 학생들의 다짐이 이어졌다. 주식투자를 한다는 한 학생은 “친환경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수업의 마지막 순서는 기후위기 캠페인 참여 팸플릿 만들기였다. 학생들은 태블릿으로 ‘기후위기 오다’ 사이트에 접속해 피켓 이미지를 고른 뒤 자신의 사진을 찍어 팸플릿을 들고 있는 것처럼 이미지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실내화를 벗고 의자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거나, 마음에 드는 구도가 나올 때까지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황준서 학생은 “평소에도 자연을 좋아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앞으로 낭비를 줄여 환경을 지키기로 결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지애 교사는 동료 교사들도 부담 없이 시네마그린틴을 활용해 환경 수업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시네마그린틴에 참여하면 수업자료를 직접 만들어야 했는데 올해는 교안이 모두 준비돼 있어 훨씬 부담이 적다”며 “어릴 때부터 환경에 대한 씨앗을 마음에 심어준다면 아이들이 자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고 바람을 전했다.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도서관에서는 서로 책을 추천하는 학생도, 교사 주위에 모여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도 있었다. 그 사이로 조용히 환경 책을 펼쳐 읽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환경 수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