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은미 행복나래(주) Social Value Acceleration실 실장
“기업이 각자 독특한 사회공헌을 하겠다고 경쟁하다 보면, 정작 사회문제 하나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여러 기업이 힘을 합치고, 여기에 공공이 함께해 역할을 나누면 중복 지원은 줄고 사회안전망은 더 촘촘해집니다.”
임은미 행복얼라이언스 사무국(행복나래) 실장은 최근 서울 중구 행복나래 본사에서 진행된 <더나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임 실장은 SK그룹이 설립한 사회적 기업 ‘행복나래’에서 2022년부터 국내 최대 사회공헌 연합체인 ‘행복얼라이언스’의 운영 사무국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공동의 목표를 위해 각계 주체가 협력하는 방식)’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언급했다.

행복나래는 2000년 SK네트웍스와 미국 그레인저가 합작해 설립한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MRO) 기업으로 출발했다. 이후 2011년 “기업의 이윤 창출은 사회적 가치와 함께 가야 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철학에 따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했다. 현재 행복나래는 SK 멤버사 등에 공급망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발생하는 수익의 100%를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에 환원하고 있다.
행복나래가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행복얼라이언스’다. 2016년 14개 기업으로 시작한 이 네트워크는 현재 SM엔터테인먼트, 하나은행 등 120개 기업과 150개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 왜 ‘아동 결식’인가…“가장 기본적 권리이자 미래의 근간”
행복얼라이언스가 아동, 그중에서도 ‘결식우려아동’에 집중한 이유는 분명하다. 임 실장은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근간이자 가장 행복해야 할 존재지만,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식사권은 아이들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존중받아야 할 권리”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아동급식 지원 대상 아동은 27만여 명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부모의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실직으로 행정 시스템에 포착되지 못했거나, 서류 준비가 어려운 위기가정의 아이들은 하루 한 끼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임 실장은 2020년 ‘행복두끼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협약을 맺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내 사각지대 결식우려아동을 발굴하면, 일정 기간 동안 행복얼라이언스 멤버 기업이 급식을 지원한다. 그동안 지방정부는 예산 편성과 조례 개정 등 행정 절차를 준비해, 이후 아동을 공식 아동급식 지원 제도 안으로 편입시키는 구조다.
임 실장은 “기업이 행정 공백기를 메워주는 ‘브릿지’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자원과 정부의 행정력이 결합돼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전북 고창군의 한 다자녀 가정은 가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생계가 끊겼다. 급식 제도 편입까지는 약 두 달이 필요했지만, 아이들의 끼니는 당장 막막했다. 이때 행복두끼 프로젝트를 통해 이 가정은 행정 급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안정적으로 도시락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행복두끼 프로젝트로 도시락을 받은 또다른 아동은 편지를 통해 “매일 도시락을 주셔서 감사해요. 제일 맛있는 건 계란국이에요. 저도 커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어요.”라고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약 8400명의 아동에게 190만 개의 도시락이 전달됐다.
행복얼라이언스의 지원은 식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행복상자’ 사업은 위생용품·생필품·식품을 담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프로젝트로, 2019년 시작 이후 약 7만8000개가 지원됐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가정을 위한 ‘주거환경개선 지원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노후 수도·벽지 교체, 학습 가구 지원 등 맞춤형 개선을 통해 2019년부터 전국 25개 지역, 56곳의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 ‘기업 참여율’의 비결은 신뢰와 낮은 진입장벽
행복얼라이언스가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파트너 기관의 협력, 특히 ‘기업의 참여 확대’가 자리한다. 그 비결에 대해 임 실장은 ‘신뢰도’와 ‘낮은 진입장벽’을 꼽았다. 그는 “운영비와 홍보비는 사무국인 행복나래가 전액 부담하기 때문에, 기업의 기부금이 100% 아이들에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며 “현금 기부뿐 아니라 자사 제품, 서비스, 홍보 채널, 임직원 봉사 등 각자의 전문성을 자유롭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기업 입장에선 매력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 참여 방식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아티스트를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등 재능 기부로 참여하고 있으며, 요기요는 플랫폼 내 배너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 교사 출신 인력을 연결해 아동 학습을 지원했다.
임 실장은 “행복얼라이언스를 계기로 기업들이 복지 사각지대 아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사회공헌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2023년 행복두끼 프로젝트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참여 기업의 60%는 행복얼라이언스 가입 이후 복지 사각지대 아동을 위한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관련 예산도 크게 늘었다. 행복얼라이언스 참여 이후 멤버사들의 아동 지원 예산은 참여 전 대비 평균 5150%(약 52.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콜렉티브 임팩트의 핵심은 ‘백본 조직’”
임 실장은 콜렉티브 임팩트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백본(Backbone) 조직’이라고 했다. 그는 행복얼라이언스 사무국을 ‘꿀벌’에 비유하며 “각기 다른 영역에 있는 민·관·시민 주체들 사이를 오가며 연결하고, 성과가 맺히도록 돕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관 협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자기 이름을 드러내기보다 헌신적으로 움직이는 백본 조직이 필수적”이라며 “이런 조직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의 안전망도 더 촘촘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 임 실장은 ‘풍요의 시대에 밥 굶는 아이가 어딨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단호하게 목소리를 냈다. “지역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벌어지면서 보이지 않는 곳의 결식 문제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는 끝으로 “앞으로 지원 대상과 영역은 바뀔 수 있겠지만, 민관이 협력해 하나의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지속가능한 구조’를 설계하는 일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