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안 공청회
민관협력 확대 속 ‘ODA 본질’ 지켜야 한다는 지적
정부가 ‘상생형 K-ODA’를 핵심 비전으로 내세운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2026~2030)에 대해 공개 검증에 나섰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1월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향후 5년간의 ODA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한편, 학계·시민사회·기업·국제기구·청년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은 국제개발협력기본법 제11조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ODA 분야 최상위 국가 전략이다. 특히 이번 4차 기본계획은 정부 임기 전 기간과 맞물리는 첫 계획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무게가 크다. 정부는 기후·보건·분쟁 등 복합위기 속에서 인도적 지원과 빈곤 감소라는 개발협력의 본래 목적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교·경제 전략과 연계한 ‘상생형 ODA’를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계획안에는 AI·문화 등 한국의 비교우위 분야를 ODA에 접목하고, 민관 협력 확대와 추진 체계 개편을 통해 사업의 혁신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무상원조 기관 간 분절을 줄이고 성과관리·평가와 투명성을 강화해, 양적 확대와 질적 내실화를 함께 이루겠다는 점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정부는 최종안을 2월 중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 “상생 말하지만, 개발협력의 본질 흔들려선 안 돼”
공청회에서 현장 전문가들은 비전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행 단계에서의 기준과 우선순위를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재광 발전대안 피다 대표는 “통합 성과 관리는 필요하지만, 45개 세부 과제 가운데 핵심 정책 목표가 실제로 달성됐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성과 관리 체계가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전문성과 자본을 개발협력에 활용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ODA를 수단화하는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며 “단기적 상업 이익을 앞세운 원조는 결국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지선 국립외교원 부교수는 ‘상생’ 개념의 모호함을 짚었다. 그는 “포용적 가치와 전략적 상생이라는 방향은 제시됐지만, 그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명확해져야 한다”며 “AI·문화 등 신규 중점 분야가 기존 ICT·디지털 전략과 어떻게 다른지, 단순한 영역 확장인지 정책·예산 우선순위를 뜻하는 것인지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과 컨설팅 업계에서는 ‘접근성’과 ‘생태계’ 문제가 제기됐다. 박중열 제리백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 ODA는 관심은 크지만 진입장벽이 높고 절차가 복잡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투명성과 책임성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과도한 증빙 절차로 현장 대응이 늦어지는 현실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홍민 국제개발컨설팅협회 이사는 “40년 가까운 ODA 경험에도 불구하고 국제기구·다자개발은행 사업을 주도할 핵심 개발컨설팅 생태계를 키우지 못했다”며 “무상과 유상, 공공과 민간, 실물과 금융을 넘나드는 ‘초경계형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기구와 재단, 청년 그룹에서는 ODA의 공공성과 인력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훈상 라이트재단 이사는 “전략적 상생을 추구하더라도 최빈국·분쟁국 지원의 하한선을 설정해 인도주의적 의무가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기후·보건 등 글로벌 공공재 분야는 외교적 상황과 분리된 전용 트랙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의석 공적인사적모임 대표는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는 표준 직업 분류조차 없어 전문성이 제도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청년 해외 진출 확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 분야의 일자리 생태계 전반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부 “형식 아닌 실질…연내 보완책 마련”
정부는 현장의 우려를 반영해 후속 보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진남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본부장은 “연간 5조 원이 넘는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형식적 집행이 아니라 실제로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ODA를 어렵게 느끼는 현실을 고려해 3월 중 ODA 구조와 기본계획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금융기관·정부기관이 참여하는 네트워킹과 정보 공유의 장도 상반기 중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권용식 국무조정실 개발협력총괄과장은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구축할 것인지, 국정과제와 전략 목표를 실제 사업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는 정부도 고민 중인 지점”이라며 “연도별 시행계획과 분야별 전략 수립 과정에서 각계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현 재정경제부 개발금융총괄과장은 “공공 재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보증·보험·지분투자 등 개발금융 수단을 통해 민간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관련 법령 제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역시 민간 협력의 방향 전환을 강조했다. 김지수 외교부 개발협력·민간협력과장은 “ODA 예산이 삭감된 상황에서도 민간 협력 관련 예산은 늘고 있다”며 “기업 진출 지원을 넘어, 시민사회가 현장에서 축적해 온 전문성과 경험을 살린 전략적 협력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