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적은 돈으로 많은 사람을 돕는 방법…로힝야의 생존전략

라니아 다가시-카마라(Rania Dagash-Kamara) 유엔세계식량계획 사무차장보

“현재 약 120만 명의 로힝야 난민이 방글라데시에 머물고 있으며,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라니아 다가시-카마라(Rania Dagash-Kamara)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사무차장보가 <더나은미래>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로힝야 난민촌의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로힝야는 미얀마 라카인주 출신의 무슬림 소수민족으로, 2017년 대규모 박해 이후 약 75만 명이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이후 2024년 미얀마 내 무력 충돌이 다시 심화되면서 약 15만 명이 추가로 국경을 넘었다.

라니아 다가시-카마라(Rania Dagash-Kamara) 유엔세계식량계획(WFP) 파트너십·혁신 담당 사무차장보.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로힝야 난민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유엔 기구 9곳과 국제 NGO 28곳, 방글라데시 NGO 52곳 등 총 98개 기관이 참여하는 로힝야 인도적위기 공동대응계획(Joint Response Plan·JRP)의 2026년 예산은 전년 대비 26% 감소한 7억1050만 달러(약 1조785억 원)으로 책정됐다. WFP는 올해 로힝야 식량·영양 사업에 필요한 재원 가운데 약 1억4700만 달러(약 2231억 원)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와 바산차르의 33개 캠프에는 약 120만 명의 로힝야 난민이 머물고 있다. WFP는 이들 전체를 대상으로 매달 식량 지원을 제공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줄어든 재원 속에서도 식량 지원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나은미래>는 다가시-카마라 사무차장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재원 감소 속 로힝야 식량 지원 전략과 한국과의 협력 방향을 들어봤다.

◇ 생존을 위한 식량 지원은 멈출 수 없다

재원 부족이 현장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2023년에 직접 경험했다. 당시 재원 부족으로 로힝야 난민에게 제공되던 1인당 월 식량 지원금은 12달러에서 10달러로 줄어든 데 이어, 다시 8달러까지 삭감됐다. 5세 미만 아동의 급성 영양실조율은 15.1%까지 치솟으며 세계보건기구(WHO)의 비상 기준을 넘어섰다. 이는 2017년 대규모 난민 유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캠프를 방문한 유엔세계식량계획 라니아 다가시-카마라 사무차장보.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다가시-카마라 사무차장보는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먹이기 위해 스스로 굶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캠프 내 인도적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식량 지원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WFP는 올해 4월부터 식량 불안정 수준에 따라 지원 규모를 달리하는 ‘표적화 및 우선순위 조정(TPE·Targeting and Prioritization Exercise)’ 방식을 도입했다. 모든 가구에 동일한 수준의 지원을 제공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2023년 재원 부족 사태를 겪으며 한정된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배분할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변화다.

2025년 조사에서는 어린 자녀가 많거나 노약자·장애인이 있는 가구, 그리고 소득이 없는 가구일수록 식량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났다. 이에 WFP는 가구를 식량 불안정 수준에 따라 세 단계로 구분하고, 필요 수준에 따라 1인당 월 7달러에서 12달러까지 차등 지원하고 있다. 바산차르의 경우 섬 지역이라는 특성상 식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반영해 실제 제공되는 식량의 양이 동일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 단가를 일부 조정했다.

식량 지원은 전자바우처 형태로 제공된다. 난민들은 이를 통해 필요한 식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다가시-카마라 사무차장보는 “가장 낮은 지원 수준도 기본적인 식량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표적화 및 우선순위 조정 과정 전반에 걸쳐 난민들의 이해와 수용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인식 제고 활동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자바우처는 난민들이 지역 시장에서 식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가구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지역 경제에도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캠프에서 바우처를 활용해 과일 및 야채를 사고파는 사람들. /유엔세계식량계획(WFP)

WFP는 이러한 운영 효율화를 통해 월 약 300만 달러(약 45억5300만 원)의 재원을 절감하고 있다. 현재 기부금 1달러당 약 82센트가 난민에게 직접 전달되고 있다. 그는 표적화 지원에 대해 “한정된 자원을 보다 효과적이고 공평하게 배분하기 위한 수요 중심의 접근”이라고 밝혔다.

◇ 중요해진 파트너십…한국의 역할은?

로힝야 대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재원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공여국의 유연한 지원은 현장의 대응 역량을 좌우한다. 한국 역시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 외교부와 WFP가 함께 추진하는 ‘REACH 이니셔티브’다.

REACH 이니셔티브를 통해 한국 정부는 2025년 분쟁·재난 피해 가구를 위한 긴급 식량·영양 지원에 500만 달러(약 75억8850만 원)를 지원했다. 또한 용도가 지정되지 않은 정규재원을 매년 제공하고 있다. 다가시-카마라 사무차장보는 “정규재원은 특정 용도에 제한되지 않고 긴급 상황과 현장의 필요에 따라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유연한 재원”이라고 설명했다.

방글라데시 바산차르 난민캠프에서 식량 지원을 받는 여성.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정부 차원의 협력뿐 아니라 민간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 소재 식품기업 젤텍은 WFP의 영양강화립(FRK) 공급업체로 선정돼 로힝야 난민 식량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영양강화립은 쌀가루에 비타민과 무기질을 첨가한 인조미로, 현지에서 일반 쌀과 1대 99 비율로 혼합해 영양강화 쌀로 가공·공급된다.

다가시-카마라 사무차장보는 “영양강화립을 일반 배급 식량과 함께 제공함으로써 식단의 질이 개선됐으며, 한국의 영양강화립 공여가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한국의 기여는 지속적인 식량 배급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난민들의 영양 수준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다가시-카마라 사무차장보는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제네바나 브뤼셀, 도쿄, 서울 등 공여국 수도에서 내려지는 인도적 지원의 결정은 결국 한 아이의 식사로 이어진다”며 “파트너십은 로힝야 난민의 생존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이며,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라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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