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미얀마 군부의 박해와 폭력을 피해 탈출한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캠프에 머문 지 7년이 지났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로힝야 난민 캠프에서 폭력과 범죄가 급증하며 아동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73명의 로힝야 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서 몸값을 노린 납치, 유괴, 무장단체 징병 등 아동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 증가했다. 로힝야 난민 캠프의 치안이 악화함에 따라 아동과 가족들은 특히 밤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8%가 범죄와 폭력으로 안전에 우려가 되며, 37%는 밤에 혼자 있을 때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다. 지난 조사 기간 동안 치안 문제로 집 밖에 나서기 어려워진 로힝야 난민의 현금 지원, 교육 센터, 보건소 등 필수 서비스 이용률이 감소했다.
난민 캠프 내 치안 불안감이 지속되며 강제 결혼에 내몰리는 아동도 늘고 있다고 보고됐다. 무장단체가 로힝야 여성과 여아를 대상으로 결혼을 강제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부모들이 성폭력에서 딸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결혼을 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파루크(가명, 16세)는 최근 납치범에 끌려갔다가 탈출했다. 납치범은 당시 파루크의 가족들에게 2만 5000달러(한화 약 3300만원)가량의 몸값을 요구했다. 파루크는 “납치범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위협한다”며 “이 때문에 집에서 잠을 자기 어렵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거나 집을 나서는 것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로힝야 난민 캠프에는 100만 명에 달하는 로힝야족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절반이 아동이다. 7년간 로힝야 난민 아동은 공식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부모와 보호자는 직업을 구하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밀집도가 높은 난민촌 내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화재와 홍수, 산사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더 나은 삶을 찾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한 로힝야 난민이 탄 보트가 바다에서 전복되며 사망하는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슈몬 센굽타 세이브더칠드런 방글라데시 사무소장은 “지난 7년간 매우 엄격한 이동의 통제와 제약 속에 살아온 로힝야 난민은 납치와 폭력으로부터 도망갈 곳이 없다”며 “방글라데시 정부가 관리하는 난민 캠프에서는 범죄율이 떨어진 만큼, 방글라데시 정부는 아동과 모든 난민을 폭력과 불안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콕스바자르 난민캠프 33곳 중 29곳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아동 32만 명을 포함해 60만 명의 로힝야 난민을 지원해 왔다. 로힝야 난민 대상 인도적지원 사업의 규모는 30억 4000만원에 달한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