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아이들의 목소리, 국회에서 만나보세요

세이브더칠드런, 판결문 120건 분석 바탕으로 생존아동 보호 공백 조명하는 국회 전시 개최

세이브더칠드런은 국회의원연구단체 ‘약자의눈’,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함께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의 존재와 제도적 공백을 환기하기 위한 국회 전시 ‘소리의 자리: 살아남은 아이들’을 연다. 전시는 12월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3층 제3로비에서 진행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15일부터 19일까지 ‘소리의 자리: 살아남은 아이들’ 캠페인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한다. /세이브더칠드런 자녀 살해 후 자살 대응 캠페인 페이지 갈무리

이번 전시는 사건 이후에도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생존아동의 현실을 사회적으로 드러내고, 국가의 책임을 다시 묻기 위해 기획됐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원혜욱 인하대 교수 연구팀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판결문 120건을 분석한 결과,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 피해아동 170명 가운데 100명이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의 76%는 가정 내에서 발생했으며, 생존아동 10명 중 6명은 별도의 보호조치 없이 일상으로 복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시는 기록·영상·참여 요소를 결합해, 판결문 속 짧은 문장으로만 남아 있던 아이들의 경험을 ‘아이의 시선’에서 다시 풀어낸다. 아이들에게서 빼앗긴 ‘머물 자리, 말할 자리, 기억될 자리’를 사회가 다시 돌려준다는 메시지를 중심에 두고 구성됐다.

전시 공간은 세 개의 장면으로 나뉜다. ‘남겨진 자리’에서는 사건 이후 생존아동이 마주한 위험과 제도적 공백을 통계 인포그래픽으로 시각화했다. ‘건네는 자리’에서는 판결문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아이들의 사연을 어른들이 낭독한 영상을 통해, 말하지 못했던 아이들의 목소리를 관람객에게 전한다. ‘아이 곁의 자리’는 관람객이 연대 메시지를 남기는 참여형 공간으로, 메시지가 쌓일수록 아이의 그림자가 가려지는 연출을 통해 사회적 보호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15일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소리의 자리:  살아남은 아이들> 개막식 진행 후 관계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전시 콘텐츠 제작에는 국회의원과 학계·의료 전문가, 언론, 기업, 후원자 등 33명이 참여해 판결문 속 아동 사연을 직접 낭독했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과 홍보대사인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정재승 KAIST 교수, 배우 윤소이 등도 참여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약자의눈 대표)은 “이번 전시는 사회적 기록에서 지워졌던 아이들의 목소리를 다시 불러내는 자리”라며 “생존아동 보호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총장은 “살아남은 아이들의 존재를 우리 사회가 책임 있게 마주해야 한다”며 “이번 전시가 아이들이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이들이 온전히 설 수 있는 사회적 울타리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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