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기다리다 돈 묶인 투자자들…임팩트 시장도 ‘세컨더리’ 주목 

‘엑시트 가뭄’ 속 출자자 유동성 확보 및 자본 재순환 마중물 역할
올해 국내 벤처펀드 13조 원 만기…임팩트 회수시장도 과제

글로벌 임팩트 투자 시장에서 펀드 만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세컨더리 거래’가 늘고 있다. 펀드에 출자한 투자자(LP)가 자신의 출자 지분(권리)을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고 현금을 받는 방식이다. 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상장(IPO)이나 매각(M&A)이 줄어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자,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간에 자금을 회수하려는 수요가 커진 것이다.

2017년 전후 만들어진 국내 임팩트 펀드들이 7~10년의 운용기간을 채우면서 만기를 맞기 시작했다. 투자기업의 상장과 매각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세컨더리 거래가 출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돕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세컨더리 시장, 1분기 300억 달러 조달…임팩트 전문 펀드도 등장

펀드는 은행 예금처럼 필요할 때 자유롭게 돈을 빼기 어렵다. 출자자가 펀드에 돈을 넣으면 운용사는 이를 여러 기업에 투자한다. 이후 투자기업이 상장하거나 다른 기업에 팔려 수익이 발생해야 출자자도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는다.

세컨더리 거래는 이 기간을 기다리기 어려운 출자자에게 중간 회수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한 출자자가 펀드에 넣은 1억 원을 돌려받을 권리를 다른 투자자에게 8000만 원에 넘기면, 기존 출자자는 일부 손실을 감수하는 대신 현금을 즉시 확보한다. 새 투자자는 앞으로 펀드에서 나오는 원금과 수익을 대신 받는다.

세컨더리 시장은 전 세계 사모투자 시장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사모펀드 세컨더리 펀드의 자금 조달액은 약 300억 달러(약 43조8500억 원)에 달했다. 관련 운용자산은 2030년 1조3000억 달러(약 1900조47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임팩트 세컨더리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일반 펀드 시장에서는 전체 모집 자금의 약 5%가 세컨더리 전략에 투입되지만, 임팩트 투자 시장에서는 약 0.1%에 그친다. 다만 최근 실제 거래가 이어지고 전문 펀드도 조성되면서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 임팩트 투자 전문 매체 ‘임팩트알파’는 임팩트 자산운용사 그래티튜드 레일로드가 미국 언섀클드VC의 2017년 1호 펀드 출자 지분 두 건을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각각 고액 자산가와 벤처캐피털이 보유했던 지분이다. 

임팩트 펀드와 기업의 기존 지분을 전문적으로 사들이는 대규모 펀드도 만들어지고 있다. 임팩트 세컨더리 전문 운용사 노스스카이캐피털은 2억5000만 달러(약 3650억 원)를 목표로 다섯 번째 세컨더리 펀드를 조성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억3500만 달러를 확보했다. 톰 요르겐센 노스스카이캐피털 관계자는 “임팩트 생태계에서 세컨더리를 투자 수단으로 바라보는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시장이 계속 성숙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말했다. 

◇ 매수자는 성과 확인, 매도자는 자금 확보 

세컨더리 거래는 지분을 사는 투자자에게 이점이 있다. 새 펀드에 출자할 때는 앞으로 어떤 기업에 투자할지, 실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 반면 세컨더리 시장에 나온 펀드는 이미 수년간 운용됐기 때문에 투자기업과 그동안의 성과를 확인한 뒤 투자할 수 있다. 펀드 만기도 가까워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기다리는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다.

대신 기존 출자자는 지분을 평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세컨더리 시장에서는 통상 펀드의 순자산가치(NAV)보다 10~30% 할인된 가격에 지분이 거래된다. 투자기업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투자금 회수가 더 늦어질 위험을 새 투자자가 떠안기 때문이다. 

할인 매각은 기존 출자자에게 손실을 확정하는 일이지만, 자금 전체의 활용 가능성까지 따지면 계산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팩트알파가 소개한 한 비영리 투자기관은 성과가 부진한 에듀테크 펀드 3곳에 총 2000만 달러를 출자하기로 약정하고 현재까지 1000만 달러를 납입했다. 이 기관이 납입한 지분을 700만 달러에 팔면 300만 달러의 손실을 본다. 하지만 매각대금 700만 달러를 확보하고, 새 투자자가 나머지 출자 의무를 넘겨받으면 앞으로 추가로 내야 할 1000만 달러의 부담에서도 벗어난다. 실제로 들어오는 현금은 700만 달러지만, 향후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금액까지 고려하면 총 1700만 달러의 자금 운용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 묶인 임팩트 자금 다시 현장으로…국내 회수시장 키워야 

세컨더리 거래가 실제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느냐는 의문도 있다. 기업에 직접 새로운 자금을 공급하는 일반적인 투자와 달리, 세컨더리는 이미 만들어진 출자 지분을 투자자끼리 사고파는 거래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참여자들은 세컨더리가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자금 순환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본다. 기존 펀드에서 자금을 회수한 출자자가 이를 새로운 임팩트 펀드나 스타트업에 재투자하면, 묶여 있던 자본이 다시 사회문제 해결 현장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임팩트 투자 시장에도 중요한 과제를 던진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벤처펀드는 547개로, 약정액은 총 13조73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년 넘게 운영된 펀드도 141개다. 국내 임팩트 투자 시장 역시 2017년 이후 빠르게 성장한 만큼, 당시 조성된 초기 펀드들이 순차적으로 만기를 맞을 시점이다.

투자기업의 상장이나 매각이 지연돼 펀드 만기가 반복적으로 연장되면 출자자의 자금 회수도 늦어진다. 회수되지 못한 자금은 신규 임팩트 펀드 출자로 이어지기 어려운 만큼, 업계에서는 세컨더리 시장이 기존 투자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회수 자금을 새로운 임팩트 투자로 순환시키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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