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 조직 설치하고 내부 규정 마련해 AI 위험관리 체계화
전력·탄소 리스크, 직무 전환, 사회공헌 등 영향 범위 확대
국내 10대 기업 중 70%가 AI를 단순한 성장 동력을 넘어 새롭게 관리해야 할 핵심 지속가능경영 과제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과 탄소 배출, 자동화에 따른 직무 변화, 개인정보 침해와 오작동 가능성 등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AI 도입을 확대하는 동시에 전담 조직과 내부 규정을 마련하며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
<더나은미래>가 공기업과 증권사를 제외한 국내 매출 상위 10개 기업이 올해 여름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주요 기업들은 AI를 크게 세 영역에서 다루고 있었다. AI를 안전하게 개발·사용하기 위한 조직과 규정을 만들고, AI 산업 성장에 따른 환경 영향을 관리하는 한편, 직무 변화와 사회문제 해결에도 AI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 AI 전담 조직 만들고 등급별 관리
기업들이 가장 경계하는 대목은 통제력을 벗어난 AI의 오작동과 윤리 위반이다. LG전자는 2024년 말 신설한 전사 통합 조직 ‘AI사무국’을 통해 위험 관리에 나섰다. 특히 ‘에이전틱(Agentic) AI’의 확산을 회사의 ‘신흥 위험’으로 규정했다. 에이전틱 AI는 질문에 답하거나 콘텐츠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목표를 부여받으면 필요한 작업을 스스로 판단해 수행하는 AI를 말한다. 이는 알고리즘 편향이나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일으킬 수 있어 대규모 서비스 장애나 고객 피해, 법적 책임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LG전자는 AI의 의사결정 과정을 역추적하고 실시간 점검하는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과 현대자동차그룹도 AI 통제 장치를 강화했다. 삼성생명은 올해 1월 기존 AI센터를 3개 팀으로 확대했고, 6월에는 고위험 AI 서비스를 별도로 심의하는 ‘AI위원회’를 신설했다.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는 보고서에서 “ESG 공시 제도가 정비되고 기업가치 제고와 소비자보호, 책임 있는 AI 활용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확대되면서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026년 ‘AI 관리체계’ 수립을 완료했다. AI 관리체계란 기획 단계부터 개인정보 침해나 저작권 위반 여부를 거르고, 편향성 없는 데이터를 썼는지 검증하는 ‘내부 준법 감시(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뜻한다. 삼성물산도 2025년 말 AI혁신본부를 신설하고 사업부문별 AI 도입 로드맵과 데이터 거버넌스를 마련하는 등 전사 차원의 AI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 AI 커질수록 전기도 더 쓴다…반도체 기업은 ‘환경 부담’ 부각
AI 인프라의 핵심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보고서에는 ‘전력·탄소 리스크’가 최우선 과제로 등장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보고서를 통해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이를 운영하는 고객사들의 탄소감축을 위한 무탄소에너지 전환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한편 HBM과 서버용 SSD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역시 AI로 인한 전력 소모를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의 중대 변수로 보고 있다. 2025년부터 수력발전 기반 재생에너지 공급을 시작했으며, 제품 공정별 탄소 배출량을 산출하는 자체 시스템(HyLCA) 개발을 마쳤다.
◇ 로봇·AI가 바꾸는 일자리…직무 전환도 ESG 과제로

AI가 사람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는 내연기관 중심의 기존 인력을 전동화·AI 분야로 재배치하는 ‘공정한 전환’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단순한 인력 감축이 아닌, 기술 교육과 심리 지원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 전환을 돕는 것이 기업의 새로운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AI를 사회문제 해결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사회공헌 미션을 ‘인류를 위한 AI, 사람을 향한 CSR’로 바꾸고 ‘AI 인재 양성’과 ‘AI 대응형 사회안전망’을 주요 활동 방향으로 제시했다. 독거노인의 인지 건강을 돕는 ‘시니어 AI 메모리 케어(말벗 및 그림일기 기능 지원)’와 아동·청소년 대상 생성형 AI 교육인 ‘하인슈타인’이 대표적이다.
2026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윤리적 위험과 환경 부담, 일자리 변화를 어떻게 ‘선제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것인가’가 기업의 장기 생존을 좌우할 새 기준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