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유일한 아카데미] 이호영 대표 “선의를 행동으로 연결하라”

‘십시일밥’ 사례로 사회혁신 강조…6개 조 헬스케어 솔루션 고도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실제 이용자와 참여자의 행동까지 고려한 구조를 짜야만 현장에서 살아남는 서비스가 됩니다.”

지난 4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윌로우하우스. 헬스케어 분야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청년들에게 이호영 임팩트리서치랩 대표가 던진 조언이다. 이 대표가 이끄는 임팩트리서치랩은 사회문제 해결 사업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측정·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 전략을 설계하는 연구기관이다. 사회성과 측정과 임팩트 평가, 전략 컨설팅과 교육 등을 수행하고 있다.

‘2026 유일한 아카데미’에 참여한 36명의 학생들은 조별로 나뉘어 각기 다른 헬스케어 문제의 해법을 찾고 있다. 시력이 낮은 고령층을 위한 복약정보 서비스부터 정서적으로 고립된 노인을 위한 AI 팟캐스트까지, 학생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이날 이 대표의 피드백을 거치며 실제 이용자의 행동과 필요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됐다.

이 대표는 학생들에게 결과물을 얼마나 구현했는지보다 실제 이용자의 행동과 필요를 충분히 반영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용자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이유가 있는지, 사용을 가로막는 심리적·현실적 장벽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해관계자 인터뷰 역시 일정 횟수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최종 결과물이 완성될 때까지 반복하며 솔루션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서는 자신의 대학 시절 경험을 들려줬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양대학교 재학 당시 시작한 ‘십시일밥’이다. 대학생이 공강시간에 교내 식당에서 설거지와 청소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임금 대신 받은 식권을 받아 어려운 학생에게 기부하는 교내 식권 나눔 프로그램이다.

이 대표가 주목한 것은 ‘선의’보다 이를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구조였다.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먼 곳까지 이동하거나 별도의 시간을 내야 한다면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대로 학생들이 이미 머무는 학교 안에서 공강시간을 활용하도록 참여 장벽을 낮추자 봉사에 나서는 학생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선의를 조직하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사회문제 해결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구조의 필요성도 짚었다. 십시일밥 초기에는 홍보물과 봉사활동에 필요한 물품 비용 등을 이 대표가 직접 부담했지만 활동이 커지면서 개인의 부담만으로는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워졌다. 이후에는 기업·단체 후원과 학교 및 외부 파트너십, 그리고 기부금 등을 통해 운영비를 충당하는 구조를 마련하며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였다.

해결책이 만들어낼 수 있는 부작용까지 살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예컨대 학생들의 식당 봉사시간을 무작정 늘리면 더 많은 식권을 확보할 수 있지만, 기존 근로자의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도 생긴다. 이 대표는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까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강의를 들은 뒤 조별로 주어진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하고 이 대표의 피드백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유일한 아카데미에는 총 36명의 학생이 6개 조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1조는 청년층 건강관리·의약품 오남용, 2조는 정신건강·접근성, 3조는 희귀난치질환·신약 접근성, 4조는 고령층 의료정보·복약관리, 5조는 취약계층·장애인 의료접근성, 6조는 고령층 돌봄·건강 사각지대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박지원(아주대학교 생명과학과 4학년) 학생은 “우리 조는 거동이 불편해 외부 활동이 어려운 독거노인의 정서적 고립을 줄이기 위해, 어르신이 직접 들려준 이야기를 AI로 가공해 라디오처럼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프로젝트의 핵심과 조원별 역할이 명확하지 않았는데, 이호영 대표님의 피드백을 받아 바이브 코딩을 활용한 앱 제작, 노인 인터뷰, 이해관계자 분석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했다”며 “내일 직접 어르신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서비스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나현(홍익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 학생은 “시력 저하로 복약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NFC 태그를 활용한 음성 서비스를 제작 중”이라며 “번역기를 삽입하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고, 다문화·이주배경 가정까지 보급하면 활용도를 더 높일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유일한 아카데미는 유한양행과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하는 문제기반학습 프로그램이다. 제약·바이오를 비롯한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현장의 문제를 직접 발굴하고, 이해관계자 인터뷰와 아이디어 구체화 과정을 거쳐 해결책을 제안하도록 구성됐다. 오는 11일에는 ‘유일한 임팩트 포럼’을 열고 조별 프로젝트의 최종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금윤호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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