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 속 시니어 산업 성장…민간의 세밀한 해법 요구
사회적기업, 뾰족한 문제해결로 기회 잡을 수 있어
“시장은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가진 액티브 시니어에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고령층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지출액이 커지고 있습니다. 예산은 늘어나지만 개인화된 서비스 예산은 줄어드는 만큼 정부의 보편적 복지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 세미나 ‘대한민국 초고령사회, 사회적기업의 새로운 기회를 찾다’에서 이은창 트리플라잇 리드가 한 말이다. 그는 “시니어 산업에서 민간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시니어 산업이 사회적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 리드는 유망한 산업 분야로 ▲의료·건강관리 ▲의약품 제조·유통 ▲의료기기 ▲시설·재가요양 ▲주거복합시설 ▲금융·자산관리 등을 꼽았다. 이 분야들은 임팩트 투자사 HGI와 이슈·임팩트 측정 전문기업 트리플라잇이 함께 제작한 ‘투자사를 위한 사회문제와 산업 분석 리포트’에서 이슈 중요도가 높고 산업 매력도가 높은 산업들이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는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라며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시니어가 취약계층으로만 인식됐지만, 이제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소비 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또 “한국에 편의점이 약 5만5000개인데, 경로당은 이보다 많은 6만9000여 개가 있다”며 “정부가 2021년부터 스마트 경로당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상상우리도 사회적기업과 함께 그 안에 들어갈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시니어 산업은 사회적기업에게 무궁무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코로나가 앞당긴 에이지테크, 2025 CES도 주목했다
신혜리 경희대 노인학과 교수는 ‘에이지테크(Age-Tech)’를 시니어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과거 휠체어나 보청기에 국한됐던 기술이 이제는 고령자뿐 아니라 돌봄 인력까지 확장됐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에이지테크 분야가 시니어의 자립 생활을 돕는 스마트홈·정서지원 로봇·디지털 헬스케어부터 돌봄 인력을 지원하는 로봇과 플랫폼, 시니어가 새로운 기술을 원활히 활용하도록 돕는 리터러시 교육까지 다양하다고 짚었다.
글로벌 시장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5년 CES 전시회는 ‘장수’를 키워드로 내세우며 뇌 건강, 스마트 리빙,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솔루션을 공개했다. 신 교수는 “에이지테크 확산 시점을 2027년쯤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급증하며 시장 성장이 앞당겨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사례로는 사회적기업 케어유가 소개됐다.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을 위해 디지털 교육 콘텐츠와 체험 공간을 만들고, 전통시장에 디지털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해 지역 기반 확산을 시도했다. 신 교수는 “시니어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실증을 통해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의 ‘외로움 부서’ 신설, 내년 시행될 통합돌봄법 같은 정책 변화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처음부터 시니어 관점에서 설계해야”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는 투자자 관점에서 주의점을 짚었다. 그는 “시니어 산업에 단순히 시장 규모만 보고 접근하면 위험하다”며 “과거 클린테크처럼 ‘돈이 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는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문제가 무엇인지, 이를 해결할 구체적 시나리오가 무엇인지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또 “기존 서비스를 시니어용으로 단순 전환하기보다 처음부터 시니어의 필요를 중심에 둔 ‘시니어 오리지네이티드(Senior-Originated)’ 관점에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내부적으로 시니어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시니어와 함께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투자 기준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일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와 관계를 쌓는 과정”이라며 “유망한 산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발굴한다면 그것 자체로 좋은 모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투자자 관점에서 시니어 분야 기업이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유망 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모델”이라며 “일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와 보람, 관계를 쌓는 과정인 만큼 새로운 일자리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