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늘 결과를 남긴다”…이덕준이 묻는 투자의 책임  

[임팩트 투자를 묻다] 이덕준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 
한국 임팩트 투자 15년, 다음 과제는 ‘자본의 다양화’

“투자는 당연히 자금을 회수해야 하고 수익도 추구해야 합니다. 다만 그 돈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묻는 것이 임팩트 투자입니다. 저는 임팩트 투자가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본주의를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마루360에서 만난 이덕준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는 임팩트 투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임팩트 투자란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해 재무적 수익과 사회적 성과를 함께 추구하는 금융이다. 국내에서 임팩트 투자라는 개념조차 낯설었던 2011년, D3쥬빌리파트너스는 정관에 이를 명시하며 출범했다. 이후 엔젤투자 커뮤니티와 액셀러레이팅을 거쳐 2018년 정식 벤처캐피털(VC)로 전환하며 한국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성장 과정을 함께해왔다. 국내 임팩트 투자 1세대로 꼽히는 이덕준 대표를 만나 한국 임팩트 투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들었다.

◇ 잘나가는 CFO가 임팩트 투자에 뛰어든 이유 

과거 벤처 업계에서 G마켓의 나스닥 상장을 이끌었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이 대표는 주류 금융의 한복판에 있던 인물이다. 그러나 성공의 경험은 오히려 질문을 남겼다. 부의 총량은 커지고 혁신 기업은 늘어나는데, 왜 사회문제는 줄어들지 않는가. 기업이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푸는 존재라면,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는 왜 점점 멀어지는가.  

“성장하는 기업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의 문제도 줄어들어야 정상 아닙니까. 그런데 부는 커지고 혁신은 쏟아지는데, 사회문제는 오히려 더 복잡해졌습니다. 끊어진 톱니바퀴를 다시 연결하는 것, 그것이 임팩트 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이 대표는 2011년 7월 1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제1의 사업 목적으로 삼는 D3쥬빌리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초기에는 펀드 결성이 어려워 2012년부터 ‘D3 라운드테이블’이라는 민간 엔젤투자 커뮤니티를 열어 소셜 벤처들을 지원했고, 이후 2018년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로 정식 등록하며 펀드 운용을 본격화했다. 

D3쥬빌리파트너스의 투자 철학은 ‘수익과 목적(Profit & Purpose)’로 요약된다. 회사는 기후 변화와 DEI, 즉 다양성·형평성·포용성을 주요 투자 기준으로 삼아왔다. 기술벤처인지, 소셜벤처인지, 사회적기업인지는 부차적이다. 중요한 것은 이 기업이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지, 그 해결 방식이 시장 안에서 커질 수 있는지다.  

이 대표는 D3가 찾는 기업을 “임팩트와 경제적 가치가 맞물리는 회사”라고 했다. 사회적 의미는 크지만 성장성이 약한 기업도 있고, 상업성은 높지만 임팩트가 약한 기업도 있다. D3가 주목하는 곳은 둘이 동시에 작동하는 지점이다. 

“미션이 있고, 기술력과 팀도 좋은데 아직 시장에서 충분히 발현되지 않은 회사가 있습니다. 그런 기업이 성장하면 사업도 커지고 임팩트도 함께 커집니다.”  

지난 10여 년간 뿌린 씨앗들은 2026년 현재 뚜렷한 결실로 증명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특수교육 및 기초학력 미달 아동을 위한 교육 앱 개발사 ‘에누마’는 D3가 초기 발굴해 실리콘밸리 투자를 유치했고, 일론 머스크가 후원한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현재 국내 상장(IPO)을 준비 중이다.

발달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적극 고용하며 차별 없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 가공 기업 ‘테스트웍스’는 D3 투자 당시 직원이 10여 명에 불과했으나 현재 150명으로 늘었고 기업 가치는 10배 이상 뛰며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인도 중하위층 대상 핀테크 사업으로 연간 3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내며 올해 하반기 미래에셋을 통해 상장할 예정인 ‘어피닛’, 외국인 노동자의 해외 송금 수수료를 1% 미만으로 낮춰 누적 거래액 4조 원을 돌파한 ‘센트비’,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디스플레이 기술로 올 연말 상장을 앞둔 딥테크 기업 ‘닷’ 등도 임팩트 투자가 남긴 성과들이다. 

◇ 일반 VC와 다른 질문 던지는 임팩트 VC

임팩트 벤처캐피털은 일반 벤처캐피털과 무엇이 다를까. 이 대표는 “같은 회사를 보더라도 질문이 다르다”고 했다. 일반 VC가 시장 규모, 성장률, 회수 가능성을 중심으로 본다면 임팩트 VC는 여기에 하나를 더 묻는다. 이 기업이 성장하면 어떤 사회적 변화가 생기는가. 

임팩트 VC의 역할은 일반 VC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아직 가격을 매기지 못한 문제에 먼저 들어가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시급하지만 기존 자본에는 낯설거나 위험해 보이는 영역이 있다. 임팩트 투자자는 그런 영역에서 가능성을 먼저 검증한다. 이후 시장성이 확인되면 더 큰 자본이 따라올 수 있다.  

물론 D3쥬빌리파트너스 역시 정부 모태펀드 등의 출자를 받아 자금을 운용하는 입장이기에 재무적 수익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기본적으로 시장 수익률을 추구한다. 다만, 전체 자산 운용의 균형을 잡기 위해 일부 포트폴리오에 대해서는 시장 수익률보다 낮더라도 사회적 가치가 압도적으로 큰 곳에 자금을 배분하는 과감함을 발휘한다.

“임팩트 투자자는 수익을 포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시장이 아직 보지 못한 문제, 그러나 우리가 꼭 풀어야 하는 문제를 먼저 보는 사람들입니다.”  

◇ 세컨더리 펀드와 사회연대기금, 임팩트 투자의 ‘다음’

2011년과 2026년 사이, 한국 임팩트 투자 생태계는 크게 달라졌다. 초기에는 개념부터 설명해야 했다. 임팩트 투자라는 말도, 소셜벤처에 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낯설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태펀드에 임팩트 투자 계정이 생겼고, 대기업과 금융기관, 재단도 임팩트 투자를 말한다. 임팩트 투자사도 늘었다. 일부 포트폴리오 기업은 IPO를 준비하거나 회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대표는 다음 과제로 ‘자본의 층’을 꼽았다. 일반 벤처 생태계에는 초기 자금부터 성장 단계별 자금, 그리고 기존 투자자의 지분을 사주는 세컨더리 펀드까지 자본의 공급망이 촘촘하다. 반면 임팩트 투자 생태계는 아직 얇다. 특히 사회문제를 푸는 기업은 성장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통상 8년 안팎인 VC 펀드의 만기 구조와 부딪치게 된다.

“한 회사가 성공하는 데 최소 15년이 걸리는데 펀드는 8년이면 끝납니다. 그러면 계주처럼 다음 투자자에게 넘겨줘야 합니다. 이제 한국에도 세컨더리 임팩트 펀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자산군의 다양화도 필요하다. 한국에서 임팩트 투자는 주로 벤처투자로 이해된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주식뿐 아니라 채권, 대출, 보증, 부동산 등 여러 방식으로 임팩트 자금이 흘러간다. 위험을 낮춘 채권형 상품이나 대출 보증 프로그램이 있어야 일반 대중과 보수적인 기관 자금도 참여할 수 있다. 

정책금융의 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한국모태펀드 내 임팩트 계정이 있지만, 일반 벤처펀드와 비슷한 수익률 잣대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이 대표는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함께 보는 임팩트 모펀드, 사회연대기금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산 상속이나 기부 자금이 임팩트 펀드로 흘러갈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설계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 10주년 맞은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 올해 첫 일본 공동 개최 

D3쥬빌리파트너스는 생태계 저변 확대를 위해 2016년부터는 글로벌 임팩트 투자 리더들이 모여 성과와 실패를 나누는 초청 기반 국제 포럼인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Asia Impact Nights)’도 개최해오고 있다. “임팩트 투자는 책으로만 보면 와닿지 않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발로 뛰는 사람을 만나 왜 이 일을 하는지 직접 듣는 교류가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포럼 개최 10주년을 맞는 올해 2026년에는 한국을 넘어 일본의 대표적인 임팩트 투자 비영리 재단인 시프(SIIF)와 손을 잡고 일본 현지에서 공동 포럼을 개최한다.

이 대표는 “일본은 정부가 주도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금융기관들이 움직이며 수십조 원 규모의 거대한 임팩트 자본 체계를 갖추었지만, 정작 현장에서 뛸 혁신적인 기업가 발굴에 목말라 있다”며 “반면 한국은 성수동을 중심으로 민간에서 자생한 바텀업(Bottom-up) 방식의 혁신가 생태계가 매우 역동적이다. 양국의 서로 다른 장점이 만나 아시아 임팩트 금융 시장의 거대한 궤도 수정을 이뤄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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