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투자를 묻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
“임팩트 기업도 고객과 매출로 증명해야 지속 가능”
국내 1호 상장 AC 도전…“초기투자 산업화 위해 회수 구조 필요”
“저희에게 연락하는 창업자에게는 100% 피드백합니다. 만나고 싶다고 하면 가급적 다 만납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더나은미래>와 만난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는 씨엔티테크가 국내 액셀러레이터 업계에서 초기 스타트업 투자 건수 1위로 꼽히는 비결에 대해, 거창한 전략 대신 ‘답장’을 꼽았다. 그는 창업자들이 보내는 콜드메일을 단순한 문의가 아닌 ‘인바운드 딜 소싱(투자처 발굴)’의 핵심 통로로 여긴다고 했다. 2020년 액셀러레이팅을 주력 사업으로 전환하며 세운 “연락이 오면 무조건 답하고 만난다”는 원칙을 지금껏 우직하게 지켜오고 있다. 전 대표는 이 과정을 “초기 스타트업에 ‘나도 도전해볼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씨엔티테크는 본래 2003년 외식 프랜차이즈의 전화 주문, 매장 운영, 고객 응대 등을 전산화하는 사업으로 출발한 푸드테크 기업이다. 지금도 인터넷 주문, 모바일 주문, 콜센터 주문, POS(판매시점관리 시스템) 개발·공급 등 외식 주문중개 기반 소프트웨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회사를 키워본 전 대표는 2012년 이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 보육과 투자(액셀러레이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후 씨엔티테크는 현재까지 1만5000개 이상의 기업을 보육하고, 580곳 이상에 투자한 국내 대표 액셀러레이터(AC)로 성장했다. 정부의 팁스(TIPS) 선정 기업도 310곳 넘게 배출했고, 지난해에만 104개 스타트업에 234억 원을 투자했다. 전 대표는 “창업가 출신으로서 초기 스타트업 투자 가능성을 볼 때 사업계획서보다 고객 반응, 반복 매출 가능성, 대표의 문제 해결력 등 ‘실제로 살아남을 구조’를 먼저 확인한다”고 말했다.

◇ 투자처 70%가 ‘임팩트 기업’…핵심은 사회적 가치와 매출의 연결
씨엔티테크가 투자하는 기업 중 약 70%는 ‘임팩트 기업’이다. 임팩트 기업은 사회문제 해결을 사업의 부가적 활동이 아니라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기업을 뜻한다. 전 대표는 임팩트 투자를 별도의 고립된 투자 영역이라기보다 좋은 초기기업을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로 본다고 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결국 지속 성장합니다. 문제의 크기가 클수록 시장도 큽니다. 돌봄, 환경, 고령화처럼 많은 사람이 겪는 문제일수록 해결책을 원하는 고객도 많습니다. 결국 문제의 크기가 곧 시장의 크기가 되는 셈입니다. 좋은 일을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사회문제를 시장의 언어로 해결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겁니다.”
다만 전 대표는 임팩트 기업일수록 사회적 가치만큼이나 시장성을 명확히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살아남으려면 서비스를 받는 ‘수혜자’와 돈을 내는 ‘구매자’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사회적 가치가 실제 고객의 비용 절감이나 매출 증가로 직결되어야 반복 매출이 나온다”고 했다.
임팩트와 수익성을 모두 갖춘 대표적 사례로 최근 씨엔티테크가 투자한 ‘그린다’가 꼽힌다. 그린다는 치킨집 등에서 나오는 폐식용유를 재활용해 지속가능항공유(SAF) 원료를 만드는 기후테크 기업이다. 폐기물 자원화라는 환경적 가치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SAF 의무화에 따른 대규모 산업 수요를 겨냥해 수익 구조를 짰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항공유에 SAF 혼합을 의무화하고 2050년까지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씨엔티테크가 2020년 투자한 ‘엘로이랩’ 역시 임팩트와 수익성을 함께 갖춘 사례다. 이 회사의 초분광 AI 기술은 식품 제조 공정에서 사람의 눈이나 기존 검사 장비로 잡아내기 어려운 이물질을 실시간으로 검출한다. 소비자에게는 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식품 기업에는 불량률과 클레임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만든다.
엘로이랩은 씨엔티테크의 액셀러레이팅 역량이 기업 성장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투자 당시 엘로이랩은 초분광 비전 기술을 보유한 2명 규모의 초기기업이었다. 기술력은 있었지만 고객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씨엔티테크는 이 기술을 식품 공장의 불순물 검출에 적용해보자고 제안했고, 대기업과의 실증 사업(PoC)을 연결했다. 이후 엘로이랩은 시리즈B 단계까지 성장했다. 전 대표는 “액셀러레이터는 돈만 투자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기술이 쓰일 시장을 찾아주고, 경우에 따라 기술 개발 과정까지 함께 들어가야 한다”고 짚었다.
◇ ‘국내 1호 상장 액셀러레이터 도전’이 갖는 의미는?
이러한 초기 투자를 지속하고 확대하기 위해 전 대표가 그리는 다음 스텝은 씨엔티테크의 코스닥 상장이다. 씨엔티테크는 지난 11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며 코스닥 상장에 재도전장을 냈다. 2023년 상장예심을 청구했다가 이듬해 자진 철회한 뒤 두 번째 도전이다. 상장 주관사는 한화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다. 이번 심사를 통과하면 국내 첫 상장 액셀러레이터가 된다.
“액셀러레이터 업계가 투자를 지속하려면 투자자에게 회수(Exit)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고, 그 대표적 경로가 상장입니다. 씨엔티테크의 상장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체의 자본력을 확충하기 위한 필수 과제입니다.”
◇ “대기업·공공, 지원금 넘어 임팩트 펀드 출자해야”
전 대표는 민간 자본 확충을 위한 상장 추진과 더불어, 한국 임팩트 투자 생태계 전반의 체질 개선도 촉구했다. 그는 국내 생태계가 형성기를 지나 확장기로 진입하고 있지만, 아직 후속 자본과 회수 사례는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특히 임팩트 기업은 시장 형성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공공·제도·규제와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 단기 성과를 요구하는 자본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임팩트 기업을 키우려면 공공과 대기업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봤다. 단기 지원사업이나 일회성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급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민간 투자와 결합해 기업이 실제로 성장할 수 있는 자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무상 지원금을 주는 방식은 기업을 보조금에 의존하게 만들 수 있다”며 “대신 지자체나 대기업이 임팩트 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관이 주주로서 기업의 성장에 동참해야 창업자도 자립하려는 태도로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초기기업, 특히 사회문제를 푸는 기업은 성과가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장기 인내자본, 정책금융, 후속 VC,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 공공 조달, 금융기관의 임팩트 금융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