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투자를 묻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AI로 높아진 효율성, 투자 넘어 경영 파트너로
“AI는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임팩트 투자사가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성수에서 만난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AI가 임팩트 투자에 가져온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AI가 투자사의 고질적인 시간과 비용의 한계를 허물면서, 이제 투자 기업의 성장과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과거 IT 기업에서 온라인 게임 전략 업무를 담당했던 도 대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업’을 꿈꾸며 2010년 임팩트스퀘어를 창업했다. 초기에는 대기업의 사회공헌 컨설팅에 주력했으나, 실질적인 변화를 빠르게 이끄는 ‘소셜벤처’의 가능성에 주목해 2015년 첫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2019년 첫 펀드 조성을 거쳐, 현재 임팩트스퀘어가 주목하는 다음 단계는 바로 ‘투자 기업의 성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다.
◇ 투자를 넘어 기업의 성장 파트너로
도 대표는 “좋은 임팩트 투자란 기업이 성장하고 그 성과를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투자 방식의 진화를 강조했다. 그는 “초기에는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잘 고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어떻게 대표를 지지하고 기업을 ‘잘 키우는’ 조직이 될 것인가를 더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철학에 따라 임팩트스퀘어는 작년부터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의 지분을 과감히 취득하고, 의사결정에도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사업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난감 자원순환을 이끄는 임팩트 스타트업 ‘코끼리공장’이다. 코끼리공장은 기부받은 장난감을 수리해 취약계층에 전달하고, 폐장난감은 재생 소재로 가공하는 기업이다. 올해 1월 장난감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에 포함되며, 기업들이 납부하는 분담금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전기를 맞았다.
도 대표는 “코끼리공장의 핵심 강점은 수거 및 재활용 현장 운영에 있는 만큼, 사업 확대 과정에서는 자금 조달과 경영 전략이 필수적이었다”며 “이에 임팩트스퀘어가 투자와 사업 개발, 경영 지원을 전담해 코끼리공장이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협업 구조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 AI가 허문 장벽, 투자사의 역량을 극대화하다
이처럼 투자사가 기업의 세밀한 경영까지 밀착 지원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AI의 발전이 자리 잡고 있다. AI가 행정과 커뮤니케이션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투자사가 관리자이자 파트너로서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임팩트스퀘어가 가장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한 분야는 멘토링이다. 지난해 5월 출시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ISQ AXCEL(아이에스큐 액셀)’은 자체 개발 AI 시스템인 ‘아그메스(AGMS)’를 활용해 기업 정보와 임팩트스퀘어의 멘토링 방식을 학습하고, 스타트업의 사업 진단부터 KPI 설정과 리포트 자동화 등 성장 전 과정을 시공간 제약 없이 지원한다.

올해 5월에는 비용 부담이 컸던 임팩트 측정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임팩트 측정 리포팅 서비스인 ‘임팩톨로지 AI’를 공개하기도 했다. 도 대표는 “한국은 해외에 비해 임팩트 투자 규모가 작아 측정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 AI 시대에도 대체 불가능한 인간의 영역은?
AI가 강력한 도구임은 분명하지만, 도 대표는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대체 불가 영역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초기 투자의 경우 AI가 분석할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므로 결국 창업자를 직접 만나 다각도로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또한 위기를 극복하게 돕고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공동체의 역할이다. 그는 “AI가 하는 멘토링은 사업을 추진하는 전략에 가깝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문제는 상당히 개인적인 영역”이라며 “번아웃 같은 위기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회 창출, 그리고 높은 수준의 인사이트 도출 역시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AI는 통계적으로 가장 확률이 높은 답을 내놓지만, 도 대표는 “전략을 새로 짜거나 방향을 전환하는 선택지는 오히려 확률적으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인간 고유의 통찰력을 강조했다.
◇ AI가 연 기회에 투자하고, AI가 만든 문제도 겨냥한다
임팩트 창출 기업들도 AI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도 대표는 “AI 덕분에 과거에는 효율성이 나오지 않아 시도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가능해지고 있다”며 “AI를 활용해 새롭게 풀 수 있는 사회문제를 중심으로 투자 기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팩트스퀘어의 투자사인 딥비전스는 AI 기술의 적용 영역을 확장한 사례다. 딥비전스는 당초 CCTV 영상으로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AI 기술을 개발했지만, 이를 농업 분야로 넓혀 작물 병해충을 조기에 감지하는 솔루션으로 피벗했다. 도 대표는 “와인용 포도 농가에 처음 도입됐는데, 노동력을 줄일 뿐 아니라 화학 비료 사용도 줄여 지속가능한 농업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술적 혁신 없이 이름만 붙이는 이른바 ‘AI 워싱’은 경계했다. 도 대표는 “투자 검토 단계에서 실제로 AI가 필요한 사업인지, AI를 활용해야만 해결 가능한 문제인지 살펴본다”며 “AI라는 표현을 걷어냈을 때도 사업의 본질과 경쟁력이 남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AI 시대 임팩트 투자의 핵심 과제로 부작용 완화를 꼽았다. 도 대표는 “임팩트 투자의 역할은 환경오염, 일자리 대체 등 AI의 부작용을 해결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투자도 함께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표준화된 방식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앞으로는 각자의 필요를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서비스의 품질과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 대표는 임팩트 투자의 미래를 과거 게임 산업의 성장 궤적에 비유했다. 그는 “예전에는 게임이 투자에 적합한 대상이 아니라고 여겨졌지만, 지금은 문화 콘텐츠 수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며 “게임 회사 투자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이 된 것처럼, 임팩트 투자 역시 확고한 전문성을 인정받는 영역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임팩트 투자 생태계 스스로 명확한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대표는 “투자 기업이 재무적으로 성장했더라도 실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임팩트 투자가 일반 투자와 차별화된 전문성을 가졌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임팩트 역시 단순히 좋은 의도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전략과 과학적 접근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AI의 발전으로 기업의 재무 성과와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한층 정밀하게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게 된 만큼, 임팩트 투자 생태계 전체가 이러한 투명한 평가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