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지속가능 인재 전략 콘퍼런스’
AI 기반 지식관리시스템 구축·성과 중심 평가체계 전환 등 제안
국내 대기업들이 50대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확대하는 가운데, 초고령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재전략으로 ‘AI 기반 시니어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 모델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인구구조 변화와 AI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비하는 동시에, 숙련된 시니어 인재의 경험과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LG유플러스, LG전자, KT 등 주요 기업들이 조직 재편과 비용 효율화를 이유로 50대 이상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제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만 50세 이상·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4~5억 원대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지원 조건을 내걸었다. LG전자도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만 50세 이상 직원을 포함한 희망퇴직을 실시해, 최대 3년 치 연봉과 2년 치 학자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LG헬로비전, 엔씨소프트 등으로 확산 중이다.
◇ AI 결합한 시니어 GIG 전략, 조직문화 전환 필요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 지속가능 인재 전략 콘퍼런스’에서 조성준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AI 시대에는 일자리는 줄어들지만 일거리는 오히려 많아진다”며 “기업은 정규직에게 ‘직무(JOB)’를 배정하기보다,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일거리’를 맡기는 구조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안한 것은 ‘AI 능력을 장착한 시니어 독립 계약자’, 즉 기그워커(Gig Worker) 모델이다. 시니어가 한 명의 작은 기업처럼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고, 기업은 필요할 때만 전문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조 교수는 “시니어의 경험과 LLM 기반 자동화 컨설팅, 보고서 작성 자동화, 데이터 분석 자동화 등 AI 기술이 결합되면 역량이 수십 배로 확장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교수는 한국 기업 문화가 이러한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의 ‘내부자 중심 문화’와 ‘사람 중심의 관리’ 방식으로는 GIG 체계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시니어 독립계약자 활용이 가능하려면 기업 내부의 ‘일하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지식이 개인에게 머물러 사라지는 기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핵심 프로세스·프로젝트·의사결정 기준 등을 문서화하고, 자연어 질의만으로 과거 사례를 찾을 수 있는 AI 기반 지식관리시스템(KMS)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 내부 지식이 정리돼 있지 않으면 AI는 ‘재료 없는 밀키트’처럼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조직 운영을 ‘사람 중심’에서 ‘과업 중심’으로 바꾸고, 내부·외부 인력을 구분하지 않는 프로젝트형 협업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평가 또한 노력 중심에서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고, 프로젝트별 핵심성과지표(KPI)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외부 전문가의 제안을 통제 위험이 아닌 혁신의 자원으로 보고, 외부 협업 성과를 KPI·인센티브에 반영하는 개방적 의사결정 문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시니어 채용은 복지가 아닌, 미래 성장동력”
이어서 발표에 나선 김광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시니어의 경험자본에 대해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시니어는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고난도 문제 해결에 강점을 갖고, 베이비붐·산업화 세대 특유의 책임감은 조직의 안정성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시니어의 경험자본이 빛날 분야로는 리테일·유통 등 서비스업, 제조·건설 등 숙련 기술 분야, 그리고 반도체·바이오 등 지식 축적 기반 전문 판단 영역 및 네트워크 자본 활용 영역을 꼽았다.
김 교수는 기업들에게 ▲재고용, 시간제 등 유연 근무 모델 도입 ▲연령 중립적 임금제도 등 역량·성과 기반 보상체계 ▲AI·데이터 등 신기술 적응을 위한 교육 지원 등을 통해 ‘연령 포용적 인재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기업은 제도와 투자 측면에서 변화를 추진해야 하고, 시니어 역시 변화된 조직환경에 적응하려는 의지와 지속적인 역량 강화가 요구된다”며 “정부와 사회도 정책적 지원과 관심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니어의 잠재력과 경험·전문성을 복지 차원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5 지속가능 인재 전략 콘퍼런스’는 대한상공회의소,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울시립대학교, 임팩트얼라이언스가 공동주관한 것으로, ‘초고령화시대, 기업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원장은 이날 “초고령화 시대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기업과 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하는 현재의 현실”이라며 “은퇴 이후의 삶을 경험과 지혜, 사회적 자본을 지닌 새로운 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