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친’ 65세 할머니가 배달 1위?…GS리테일 ‘우딜’이 부른 ‘물류 혁명’

‘2025 지속가능 인재 전략 콘퍼런스’
오토바이 없이 1.5㎞ 반경, 5㎏ 이하 상품만 배달 

“속도만 보던 물류 혁신, 이제는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GS리테일 O4O부문 사업전략팀 양영길 팀장은 지난 1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 지속가능 인재 전략 콘퍼런스’에서 한국 사회에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바로 ‘속도’를 넘어 ‘동행’의 가치를 찾는 물류 혁신이다.

그가 제시한 답은 바로 ‘우딜(우리동네 딜리버리)’이다. 우딜은 GS25와 GS더프레시 매장을 기반으로 반경 1.5㎞ 이내, 무게 5㎏ 미만 상품만 1시간 이내 도보로 배달하는 ‘근거리 즉시배송 플랫폼’이다. 오토바이 대신 발로 걷고, 전문 라이더 대신 동네 주민이 배달한다.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우딜 앱으로 ‘우친’이라 불리는 배달자로 참여할 수 있고, 건당 2800∼3200원을 받는다. 

GS리테일 O4O부문 사업전략팀 양영길 팀장은 지난 1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 지속가능 인재 전략 콘퍼런스’에서 “속도만 보던 물류 혁신, 이제는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유현 기자

시니어가 ‘주력 배달 인력’이 되기까지

GS리테일이 전국 1만8000여 개 점포를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생활물류 인프라로 바꾼 데서 혁신이 시작됐다. 첫 실험은 ‘반값택배’였다. 건당 1800~2700원으로 일반 택배의 절반 가격에 GS25 점포 간 물건을 주고받는 서비스다. 이 과정에서 GS리테일은 “속도가 조금 느려도 충분히 의미 있는 물류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렇다면, 배송을 꼭 전문 라이더가 해야 할까?”

그 질문이 우딜로 이어졌다. 2020년 론칭 당시만 해도 학생·투잡 직장인이 주로 할 거라 봤지만, 실제로는 시니어가 압도적으로 많이 참여했다.

“솔직히 놀랐다.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양 팀장은 웃으며 말했다. “스마트폰 하나면 되고, 면허도 필요 없고, 원하는 시간에만 하면 되니까. 특히 여성 시니어들이 ‘이건 나도 할 수 있겠다’고 하시더라.”

현재 우친 중 60대 이상 비중은 올해 17.5%에 달한다. 그런데 놀라운 건 건수다. 60대 이상 우친 1인당 월 평균 배달 건수가 38.6건으로 전 연령대 1위다.

1호 우친은 만 74세 장영은 씨다. 30년간 GS25 광장점을 운영하다 은퇴한 뒤 우딜에 뛰어들었다. 양 팀장은 “장 씨는 오랜 시간 편의점 점주로서 고객을 만나다가 이제는 우친으로 그분들 집앞까지 찾아뵙는다”며 “이분의 첫 발걸음이 더 많은 시니어들과 함께 걸어갈 발자국이 됐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의 ‘우리동네 딜리버리’ 앱 화면. /GS리테일 홈페이지 갈무리

750톤 탄소 줄인 ‘걷는 배달’…지자체와 키우는 시니어 일자리

우딜은 환경 성과도 뚜렷하다. 양 팀장에 따르면, 도보 배송으로 연간 750톤 탄소를 줄였다. 소나무 7만 그루를 심는 효과다. 도심 교통량과 소음도 줄었다. 

이제 우딜은 기업 단독 서비스를 넘어 지자체와 함께 만드는 정책형 일자리로 진화 중이다. 서울시·부산시·천안시·서울시50플러스재단 등과 협약을 맺고 디지털 역량 교육, 안전·건강 교육, 고객 응대 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특히 50플러스재단과는 교육 후 실제 활동 시 인센티브를 주고 기존 우친이 멘토가 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 결과 교육 참여자의 50% 이상이 실제 우딜 활동으로 이어졌다. 서울에서만 활동 우친이 250명을 넘는다.

양 팀장은 “우딜은 이제 GS리테일 혼자가 아닌, 지자체와 지역 시니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일자리 모델로 자리 잡았다”며 “시니어들이 자기 리듬에 맞춰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