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사라져도 사람은 남는다”…테크포임팩트의 실험

카카오임팩트 ‘돕는 AI 콘퍼런스’ 현장, AI·사회문제 접목 방법 모색  
돌봄·의료·환경 현장서 기술과 사회혁신이 만난 사례 공유

지난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돕는 AI 콘퍼런스’ 현장.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에 눈을 갖다 대자 화면에 다섯 가지 질문이 떴다. ‘시야가 흐린가’, ‘빛 번짐이 있는가’…. 답을 입력하자 10초 만에 결과가 표시됐다. ‘위험도 낮음(Low Risk)’.

소셜벤처 랩에스디(LabSD)와 A-eye LAB이 개발한 백내장 진단 앱 ‘카타스캔(CataScan)’은 눈 사진과 간단한 설문으로 질환 위험을 분석한다. ‘온디바이스(On-device) AI’ 기술을 적용해 저사양 스마트폰에서도 실행 가능하며, 현재 인도에서는 병원에 무료로 보급돼 환자 모니터링에도 쓰이고 있다.

◇ AI와 사회혁신이 만나면?

옆에서는 휠체어에 앉은 관람객이 바퀴를 굴리자 화면 속 복어 캐릭터가 리듬에 맞춰 움직였다. 캥스터즈와 Wheely-x LAB이 만든 ‘복어 리듬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운동 도구다. 반복적으로 팔을 움직이며 근력을 강화하고, 게임이 끝나면 기록이 남아 재활 효과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돕는 AI 콘퍼런스’ 현장에서 캥스터즈와 Wheely-x LAB이 만든 ‘복어 리듬게임’을 관람객이 체험해 보고 있다. /카카오임팩트

어려운 전문 용어나 외래어 문장을 평이한 한국어로 바꿔주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서비스 ‘피치서가’도 눈길을 끌었다. 관람객이 입력한 복잡한 외래어가 금세 쉬운 문장으로 변환됐다. 현장은 말 그대로 “돕는 AI”를 직접 경험하는 실험실이었다.

이번 콘퍼런스는 카카오임팩트가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한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 특별 프로그램으로 열렸다. 무대에는 류석영 카카오임팩트 이사장, 글로벌 임팩트 투자사 베스너 그린 벤처스(Bethnal Green Ventures) 대표 폴 밀러, 국내 연구자와 현장 실무자들이 함께 올랐다. AI가 돌봄·의료·인재 양성 등 사회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와 그 가능성을 공유했다.

류석영 카카오임팩트 이사장은 “꼭 세계적인 기술이 아니더라도 사회문제 해결에 쓰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며 ‘돕는 AI’ 프로젝트의 출발점을 설명했다. 그는 “기술자가 사회적 책무를 이해하고 공감할 때 세상은 훨씬 좋은 곳으로 바뀐다”며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됐지만 자살률, 출생률 같은 사회문제는 여전하기에 다양한 기술과 자원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닿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화철 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는 “공학자들이 자기 분야에만 매몰되면 사회와의 연결을 놓치기 쉽다”며 “돕는 기술은 그런 공학자들에게 성찰의 계기를 주는 소중한 기회”라고 했다.

◇ ‘돕는 기술’ 48개 성과…테크포임팩트, 사람 키우는 토양 되다

이번 행사의 중심에는 카카오임팩트의 대표 프로젝트 ‘테크포임팩트(Tech for Impact)’가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개발자와 사회혁신가가 협력해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을 만드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프로그램은 2023년 시범사업으로 문을 열었고, 지금까지 435명의 개발자와 32명의 사회혁신가가 참여해 48개의 ‘돕는 기술’이 탄생했다. 육심나 카카오임팩트 사무총장은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한 사회혁신가의 제안에서 시작됐다”며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경험이 힘이 돼 풀타임 임팩트 개발자가 되거나, 파트타임으로라도 계속 함께하겠다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육 사무총장은 “지속가능성의 답은 결국 경험에서 나온다”며 “코드를 잘 짜는 능력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기술을 손에 쥘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대표 성과 중 하나는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드론 영상 분석 서비스 ‘디바(DIVA)’다.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AI가 분석해 관광선과 돌고래 간 거리를 실시간 측정, 불법 행위를 확인하고 증거 자료를 제공해 해양 생태계 보존에 기여한다.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카카오임팩트 이사)는 “테크포임팩트는 사회문제와 AI가 만나면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는 가설에서 출발했다”며 “파일럿과 1·2기를 거치며 가능성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도울 수는 있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사람이다”며 “돕는 기술은 사라져도 돕는 사람은 남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기에는 146명이 지원했지만 2기에는 400명 가까이 몰릴 정도로 관심이 커졌고,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회혁신 이해도가 80%가량 높아졌다”며 “우리는 기술을 키운 게 아니라 사람과 커뮤니티를 키워온 것인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편, 콘퍼런스 폐막식에서 테크포임팩트 파트너 기관인 브라이언임팩트는 대국민 공개 모집 AI 경진대회 계획도 밝혔다. 김경헌 브라이언임팩트 상임이사는 “기술과 사회문제가 만나는 현장의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며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경진대회를 통해 AI가 일상의 문제를 더 쉽고 빠르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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