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이 없다”는 탄식, 정말 인재가 없어서일까

사회적 가치 중시하는 청년 4명 중 1명, 그러나 경로는 불투명
취업이 아닌 전환의 설계…생태계가 함께 책임질 때 길이 열린다

“왜 이렇게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렵지?”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인재가 이렇게도 없나?”

사회혁신 생태계에서 반복되는 질문이다. 그리고 종종 “임팩트 인재 풀 자체가 너무 작다”, 혹은 “이 시대에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혁신적으로 일하려는 인재는 거의 없다”는 비관적 결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감각이 아닌 데이터로 이 질문을 다시 보기로 했다. 전국 대학생 5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며 “정말 임팩트 인재는 부족한가?”를 처음부터 다시 물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사회·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인재는 27.2%였다.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이미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소셜임팩트를 정확히 안다”고 답한 비율은 5.5%에 불과했다. 인재는 있었지만, 그 관심을 커리어로 연결할 언어와 구조가 부재했다. ‘인재 부족’이 아니라 ‘연결 구조의 부재’가 문제였다.

◇ 인재는 있다, 그러나 경로가 없다

사회적 변화에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하는 청년들은 존재했지만, 커리어로 연결할 언어와 구조가 부재했다. /SSIR

사회적 변화에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하는 청년들은 분명 존재한다. 우리는 그들의 관점에서 다시 질문을 던졌다. 왜 관심 있는 인재가 임팩트 커리어를 선택하지 않는가? 무엇이 결심을 돕고, 무엇이 망설이게 만드는가? 이 경로를 선택했을 때 미래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결국, 인재가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와 신뢰 자원이 제공되고 있었는지를 되돌아보게 했다.

동시에 우리 자신에게도 물었다. 우리가 운영해 온 수많은 교육 사업 중 실제로 커리어로 이어진 사례는 얼마나 되는가? 우리는 참여자 수와 프로그램 개수를 성과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았는가? 인재와의 ‘접점’은 만들었지만, 그들의 전환과 지속까지 책임지고 있었는지 점검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분명해진 것은 인재의 문제는 곧 생태계의 문제라는 사실이었다. 개별 프로그램의 완성도만으로는 인재의 이동을 만들어내기 어려웠다. 관심을 가진 인재가 커리어를 시작하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고, 그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이탈이 발생하고 있었다. 결국 핵심 질문은 하나였다. 인재가 성장하고 이동할 수 있는 경로가 설계되어 있는가?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프로그램을 추가하기보다, 인재의 여정을 구조적으로 설계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이것이 ‘임팩트 커리어 퍼널’ 관점으로의 전환이었다. 인재의 여정을 ① 인지 확장 ② 진입·유지 ③ 커리어 시작의 세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이탈을 줄이고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1단계 인지 확장 : 임팩트 커리어가 ‘존재하는 선택지’임을 알리는 단계

리서치 결과, 임팩트 지향 인재는 조직을 선택할 때 미션과 가치의 일치를 일반 취업 준비생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향이 있었다. 연봉과 적성도 중요했지만, “이 일이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가지는가”가 더 강하게 작동했다. 이들은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과 성장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커리어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관심이 곧 진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42%가 “모른다”고 답했다. 가치 지향은 분명했지만, 구체적인 조직 정보와 커리어 레퍼런스는 부족했다. 특히 성장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다. 이 조직에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지, 생태계가 장기적으로 나를 지탱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를 찾기 어려웠다. 그 결과 이들은 여러 채널을 통해 정보를 탐색했지만, 공식적이고 구조화된 정보는 여전히 부족했다.

이에 우리는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임팩트 커리어가 명확한 선택지로 인식된다면, 인재는 이 경로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SNS를 주요 인지 채널로 설정해 조직과 현직자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확산했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는 인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인재가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이 생태계가 하나의 커리어 시장으로서 매력적으로 보여야 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투자 단계와 성장 지표로 지속 가능성을 설명하듯, 임팩트 생태계 역시 객관적이고 수치화된 정보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가치 언어를 넘어, 이 커리어가 얼마나 성장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지 보여줄 수 있어야 했다. ‘임팩트’가 추상적 이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채용 선택지로 인식될 때, 비로소 인지는 선택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대학과의 협력도 본격적으로 강화했다. 사회혁신에 관심 있는 교수들을 한자리에 모아 논의를 시작했고, 임팩트 커리어를 대학 차원의 교육 경로 안으로 편입시키고자 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프로그램을 교과·비교과 형태로 확장해 적용하였다. 특정 프로그램이 아니라 대학 내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하나의 경로로 자리 잡게 하려는 시도였다. 결국 인지 확장은 개인의 탐색에 맡길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구조 속에서 설계되어야 할 단계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2단계 진입 유지 : ‘관심’을 ‘확신’으로 전환하는 단계

임팩트 지향 인재는 관심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문제 해결 경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높았다. 특히 그 경험은 이후 커리어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소셜임팩트 관련 경험을 한 인재의 54.9%가 관련 커리어를 추구했고, 67.4%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다”고 응답했다. 이는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관심 부족이 아니라,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자기확신의 부재임을 보여준다. 경험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자신이 이 영역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감각을 형성하는 계기였다. 우리가 ‘진입·유지’ 단계에서 설계하고자 한 것도 바로 임팩트 커리어가 현실적인 일이라는 감각이었다.

현직자의 태도와 가치관이 전달될 때 인재의 반응은 더욱 강했다. 이에 우리는 건강한 현직자와 인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접점을 확대했다. 단순한 프로젝트 참여보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업계를 경험하는 방식이 커리어 선택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지닌 동료와 선배를 만나는 경험은 “이 길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관심을 보인 인재를 커뮤니티로 연결해 안정감과 소속감을 형성하도록 설계했다. 진입은 일회성 참여가 아니라 ‘정착’이어야 했다. 구성원이 직접 기획·운영에 참여하도록 구조를 열어 주도성을 높였고, 그 결과 3개월 만에 900명, 2년이 채 되지 않아 2700명 규모로 성장했다.

동시에 프로그램은 보다 구조적인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두었다. 준비 단계에 맞춘 세분화된 지원과 대학·교육기관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확장성을 확보했다. 10년간 이어온 임팩트 베이스캠프 IBC 역시 채용 환경 변화에 맞춰 커리큘럼을 재구성하고, 대학 정규 과정과 연계하는 구조로 확장했다.

결국 진입·유지 단계의 목표는 하나였다. 임팩트 커리어를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로로 인식하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3단계 커리어 시작 : 준비된 인재가 실제 ‘일’을 시작하는 순간

아무리 준비된 인재가 있어도 조직이 그 존재를 알지 못하고, 조직이 인재를 필요로 해도 인재가 그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연결은 일어나지 않는다. 커리어 시작 단계에서 마주한 문제는 의지나 역량의 부족이 아니라 정보의 비대칭과 구조적 미스매칭이었다. 준비된 인재와 채용을 원하는 조직이 서로를 발견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다.

이에 우리는 기존 커리어 매칭 플랫폼을 ‘임팩트 커리어 지도’로 재구성했다. 환경, 교육, 돌봄, 에너지, 지역, 기술 등 분야별로 조직을 구조화해 보여주며, 단순한 채용 공고 모음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한눈에 인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동시에 생태계 안팎에서 발생하는 채용 기회를 퍼널 안으로 적극 연결하고, 조직과 협력해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공동 기획하며 채용을 개별 이벤트가 아닌 생태계 차원의 흐름으로 다루고자 했다.

그 결과 2024년 109명, 2025년 396명이 임팩트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취업 성과가 아니라 ‘관심 → 진입 → 준비 → 시작’이라는 퍼널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이들의 경로를 분석해보면, 서비스 기획과 실행, 데이터 연구와 구조 분석, 사람과 조직을 연결하는 역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는 임팩트 생태계가 단일한 직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전문성이 공존하는 다층적 커리어 영역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왜 임팩트 커리어를 이야기하는가

우리가 설계해 온 임팩트 커리어 여정은 어느 한 조직이 단독으로 완성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퍼널의 한 구간이라도 비어 있으면 인재는 ‘의미 있는 관심’에서 ‘실제 커리어’로 이동하지 못한다. 지난 몇 년간의 실험을 통해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동시에 개별 조직의 역량만으로는 인재의 흐름을 충분한 규모와 밀도로 확장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분명해졌다. 임팩트 생태계에서 인재는 결과가 아니라,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생태계 차원의 공동 설계다. 그동안의 협력이 각 조직의 프로그램을 병렬적으로 연결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이 경로의 어느 구간에 누가 기여할 것인가’를 함께 정의하고 자원을 조달하며 조정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인재의 여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개별 시도는 축적되지 않는다.

동시에 우리가 직면한 사회·환경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개별 프로젝트의 성공을 넘어 시스템 자체를 전환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하며, 그 핵심 자원이 바로 인재다. 이제 목표는 단순한 취업이나 직무 매칭이 아니라, 인재가 문제의 구조를 읽고 개입하며 전환을 이끌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 개입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임팩트 생태계에서 인재는 부수적 요소가 아니다. 인재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체이며, 사회혁신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인재를 개별 조직의 자원으로 보는 관점을 넘어, 생태계가 함께 길러내고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인재의 이동과 성장은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공동으로 설계되고 연결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사회혁신의 다음 단계는 바로 그 구조를 함께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이지현 루트임팩트 임팩트닷커리어 팀장

※ 이 기사는 SSIR 코리아에 게재된 ‘임팩트 커리어, 보이지 않던 경로를 드러내다’ 아티클을 바탕으로, 독자를 위해 분량과 구성을 조정해 재편집한 기사입니다. 원문 전문은 SSIR 코리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이지현은 루트임팩트 임팩트닷커리어 팀장으로, 사회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커리어를 시작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설계하는 일을 맡고 있다. 글로벌 영리 기업에서 사업 및 서비스 런칭을 담당한 이후 사회혁신 생태계로 이동해, 임팩트 커리어의 구조적 경로 설계와 생태계 협력 모델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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