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 ‘신용 스텝업(Step-Up)’
생계비·멘토링·긴급대출 결합한 통합 모델…신용점수 평균 27점 상승
“적금이랑 가계부가 처음이었어요. 해보니까 돈이 어디로 나가는지 알겠더라고요. 전엔 스트레스받으면 그냥 샀는데, 지금은 ‘왜 샀지?’ 돌아보게 되고, 이제는 그냥 사는 게 아니라 계획하고 살아요. 그게 자립같아요.”
자립준비청년 임지훈 씨(가명·24)는 요즘 통장을 네 개로 나눠 쓴다. 돈이 들어오면 용도별로 구분해 관리하기 위해서다. 신용점수도 주기적으로 확인한다. 변동이 생기면 긴장하고, 이유를 찾아본다. 그는 “처음으로 스스로 통제된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변화는 지난 2024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년간 자립준비청년 신용성장지원사업 ‘신용 스텝업(Step-Up)’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이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과 함께 추진한 이 사업은 자립준비청년 100명을 선발해 생계비 지원과 신용 멘토링, 자산형성, 긴급대출을 연계한 통합 지원 모델이다.
◇ ‘신용’이 빠져 있던 자립 지원

‘신용 스텝업’의 차별점은 목표를 ‘신용 성장’으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아동권리보장원 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신용불량자 비율은 6%다. 한국신용정보원과 통계청 자료를 종합하면 20대 전체의 신용유의자 비율은 약 1% 수준으로 추정된다. 단순 비교해도 자립준비청년의 비율이 일반 청년보다 약 6배 높다.
같은 조사에서 자립준비청년의 29.3%는 채무가 있다고 답했다. 채무 발생 이유로는 ‘생활비’가 39.4%로 가장 많았다. 보호종료 이후 돈 관리 기술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없다는 응답은 55.4%, 금융교육이나 정보 제공 서비스를 받은 경험이 없다는 응답은 92.5%였다. 신용 위험은 높지만, 이를 관리할 기회는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에 ‘신용 스텝업’은 생계비 지원과 함께 금융교육, 신용 멘토링, 긴급대출을 연계했다. 참여자는 1년간 월 25만원의 생계비를 지원받고, 매달 10만원을 저축하면 같은 금액을 매칭받았다. 동시에 1대1 신용 멘토링을 통해 수입·지출을 점검하고 신용점수를 관리했다.
긴급대출 지원은 사업 참여자 외의 자립준비청년에게도 확대 적용됐다. 1인 최대 500만원 한도로 36개월 원금균등분할상환, 무이자 조건을 적용하고, 대출 기간 동안 1대1 사후관리와 심리·정서 지원, 자원 연계를 병행했다.
이는 신용 하락을 사전에 차단하고 금융 이력을 안전하게 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구조다. 김영숙 함께만드는세상 자립성장지원센터장은 “금융 취약계층을 지원하다 보면 결국 소비 습관과 지출 관리가 바뀌어야 신용이 개선된다”며 “청년의 재무·신용·부채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관리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급전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금융 창구가 없으면 고금리 대출로 이어져 신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자금을 합리적으로 융통할 수 있는 대출 프로그램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 변화를 만든 설계 조건은 ‘인센티브’와 ‘맞춤형’
이 같은 설계는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함께만드는세상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참여 청년들의 신용점수는 평균 27.2점 상승했다. 최고 상승 폭은 평균 45.1점에 달했다.
참여자 김민수 씨(가명·28)는 “신용점수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고, 대출금을 상환하면서 점수가 오르는 경험을 했다”며 “난생처음 적금을 들었고, 영수증을 모으는 습관도 생겨 월 예산 안에서 생활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성과의 배경에는 ‘인센티브형 지원’과 ‘1대1 멘토링’이 있었다. 먼저 인센티브형 지원은 신용 관리 행동과 보상을 연결한 방식이다. 매달 10만원을 저축하면 같은 금액을 매칭해 저축을 유도했고, 신용점수 상승 시 최대 20만원을 차등 지급했다. 긴급대출 상환을 완료하면 원금의 5%를 돌려주는 장치도 마련했다.

또 다른 축은 1대1 신용 멘토링이다. 재무 멘토링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심사를 거쳐 선발하고, 소양교육과 직무교육 6시간을 이수한 뒤 멘토단을 구성했다. 멘토링은 참여자의 신용 상태와 부채 현황, 소비 구조를 점검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후 6회에 걸쳐 수입·지출 관리, 가계부 작성, 신용점수 개선 방안, 부채 상환 계획 등을 단계적으로 점검했다.
참여자 조현수 씨(24)는 “한 달에 한 번 멘토님과의 약속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소비를 점검하게 됐다”며 “신용점수가 오르는 과정을 보며 성취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시니어 멘토라는 좋은 어른을 만난 경험 자체가 큰 자산이었고, 자립을 더 넓은 관점에서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은 재무 관리에만 머물지 않았다.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참여자들은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고 불안을 공유할 수 있었다. 참여자 최지현 씨(30)는 “가족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멘토에게는 다 털어놓을 수 있었다”며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나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자립준비청년 지원은 경제적 지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지원금이 끊기면 고립이나 은둔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심리·정서적으로 지지하고 조언해 줄 수 있는 관계 자원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들을 상담·지원하는 인력 역시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과 지원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