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SC 2026] 시니어 멘토링 플랫폼·자서전 제작 서비스 ‘금상’ 수상
한일 공동 난제에 20개 창업 아이디어 도출
은퇴와 함께 사회에서 밀려난 시니어의 경험을 다시 꺼내 ‘청년의 커리어’로 연결하는 해결책이 나왔다. ‘글로벌 칼리지 스타트업 캠프(Global College Startup Camp·GCSC) 2026’에서 늘어나는 은퇴 전문가를 AI 매칭을 통해 멘토로 연결하는 플랫폼과 노년의 삶을 AI로 기록·출판하는 서비스가 금상을 수상했다.
GCSC는 가천대학교 스타트업칼리지(가천코코네스쿨)과 일본 히토츠바시대학교 소셜데이터 사이언스 학부가 2023년부터 공동 주최해온 글로벌 창업 캠프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GCSC 2026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총 80명(각 40명)의 청년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한·일 혼성 팀을 꾸려 3박 4일 동안 기후 변화와 빈곤 등 국경을 넘는 문제를 다루는 ‘글로벌 트랙’과 고령화·지역 소멸 등 지역 기반 과제를 해결하는 ‘로컬 트랙’으로 나뉘어 총 20개의 사회문제 해결형 창업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지난 10일 일본 도쿄 이노베이션 베이스(Tokyo Innovation Base)에서 열린 GCSC 2026의 최종 발표회에서는 글로벌 트랙과 로컬 트랙에서 각각 금·은·동상 등 총 6개 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는 장대익 가천코코네스쿨 학장과 시치조 나오히로 히토츠바시대 교수, 일본 자산운용사 ‘아이지와 자산운용’의 시라키 신이치로 대표이사, 목승환 서울대 기술지주 대표 등 4명이 맡았다.
◇ 글로벌 트랙 금상, 시니어 경험을 멘토링으로

글로벌 트랙 금상은 ‘X-PASS’ 팀이 차지했다. X-PASS는 은퇴한 전문가(시니어)와 학생·직장인을 연결해 실무 기반 멘토링을 제공하는 B2B 커리어 코칭 플랫폼이다. 발표에 나선 카일(Kyle) 씨는 “전 세계 1억 명의 노인이 우울증을 겪고, 3명 중 1명은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다”며 “우리는 이들을 수동적인 지원 수혜자가 아닌 사회의 적극적인 기여자로 바라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사회적 비용이 아니라, 다시 사회로 환원될 수 있는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X-PASS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멘티의 관심 직무·산업과 시니어의 전문성을 정밀하게 매칭한다. 학생에게는 진로 탐색 단계와 진로 결정 이후의 검증 트랙을, 직장인에게는 직무 기반 전환·이직 코칭 트랙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팀은 당초 태양광 반사 현수막 아이디어로 출발했지만, 멘토링 과정에서 기술적 한계와 사회문제 해결의 본질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과감히 방향을 전환했다. 멘토링에는 가천대와 히토츠바시대 교수진을 비롯해 투자·전략·서비스 분야의 양국 전문가 약 10명이 참여했다. X-PASS 팀장 윤예진 씨는 “팀원들이 공통적으로 ‘시니어 문제’에 공감했고, 팀 내에 교육 관련 아이디어를 고민하던 구성원까지 더해지면서 플랫폼 모델로 방향을 틀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과제는 ‘품질 관리’였다. 시니어는 실무 경험이 풍부하지만, 코칭 역량에는 편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X-PASS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니어 멘토가 현장에 투입되기 전 AI 아바타와 훈련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기초·심화·마스터 코스로 구성된 훈련 과정에서 AI가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해 코칭 스킬을 단계적으로 향상시키는 구조다.
비즈니스 모델은 대학이나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관이 비용을 부담하는 B2B(기업 간 거래) 방식이다. 학생과 직원은 무료로 고품질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어, 기존 유료 코칭 서비스의 높은 가격 장벽을 낮춘다.
윤 씨는 “이 플랫폼은 단순한 코칭 서비스를 넘어 은퇴자에게는 사회적 역할과 기여의 기회를 되찾아주어 고립감을 완화하고, 청년에게는 검증된 실무 전문가의 멘토링을 제공한다”며 “세대 간 경험 격차를 줄이고 사회적 비용을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인프라”라고 말했다.
◇ 로컬 트랙 금상, AI로 기록하는 노년의 자서전 서비스 ‘가치’

로컬 트랙에서는 ‘Gachi(같이·가치)’ 팀이 금상을 받았다. 이들은 은퇴 후 사회적 필요성을 잃고 우울감에 빠진 노인을 위한 AI 자서전 제작 서비스 ‘가치(Gachi)’를 제안했다. 발표자 박규원 씨는 “한국과 일본의 은퇴자들은 직업뿐 아니라 사회적 필요성을 잃고 있다”며 “기존 돌봄 서비스가 신체적 케어에만 집중했다면, 우리는 그들이 느끼는 공허함과 ‘의미의 부재’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Gachi는 사용자가 하루 3~5분 정도 음성으로 추억과 경험을 말하면, AI가 이를 텍스트로 전환해 목차를 구성하고 자서전 형태로 완성하는 서비스다. AI는 서사가 비는 지점을 감지해 추가 질문을 던지며 보다 깊은 회상을 유도하기도 한다. 팀원 안상민 씨는 “자서전을 쓰며 삶을 회고하는 과정 자체가 임상적으로 강력한 항우울 효과를 낸다는 점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수익 구조는 ‘저자 무료·독자 유료’ 모델이다. 노년층(저자)는 무료로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책을 만들 수 있으며, 책이 판매되면 인세를 받는다. 자녀 세대는 부모의 삶을 이해하는 기록물을 얻고, 독자들은 검색으로는 찾기 어려운 현장 경험과 생활 지혜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을 겨냥했다.
팀은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고령화 문제를 비교·분석하며 시야를 넓혔다고 밝혔다. 박규원 씨는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의 대응 방식을 공부하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며 “은퇴 전문가를 가사 서비스 등으로 연결하는 다양한 플랫폼 사례를 접하며 해법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 환경·일자리·인지건강…사회 난제 겨냥한 창업 해법들
이 밖에도 양국 학생들은 환경과 헬스케어 분야에서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글로벌 트랙 은상을 수상한 팀 ‘Globe’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하수처리 시설 재건축 없이도 기존 시설에 설치할 수 있는 ‘레트로핏(Retrofit) MBBR 모듈’을 제안했다. 특정 미생물을 활용해 기존 방식으로는 처리가 어려운 마약류나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함으로써 수질 오염과 슬러지(Sludge) 처리 비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했다.
동상은 ‘RE:TAKE’ 팀이 차지했다. 이들은 일본 내 방치된 대나무를 원료로 활용해 내열성을 180도까지 높인 친환경 화장품 용기를 개발, 기존 바이오 플라스틱의 한계를 보완하고 자원 낭비 문제 해결에 나섰다.
로컬 트랙 은상은 시니어 구직자를 위한 고령자 특화 HR 플랫폼 ‘SeniHi’가 받았다. AI 챗봇과 음성 대화를 통해 이력서를 자동 생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요양기관과 정밀 매칭해 채용 시장의 비효율을 줄이는 방식이다. 동상은 학습 과정에서 치매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학습형 인지 헬스케어’ 솔루션을 제안한 ‘Releaf’ 팀이 수상했다.
◇ “경쟁 넘어선 ‘프렌드십’으로 창업 생태계 조성”

한편, 가천코코네스쿨과 히토츠바시대 소셜 데이터 사이언스 학부는 캠프 이후에 ‘시딩(Seeding) 프로그램’을 통해 후속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GCSC에 참여했던 한일 학생들이 혼성팀을 꾸려 2~3개월간 아이디어를 고도화한 뒤 심사를 거쳐 선발되면, 1년 동안 추가 멘토링과 초기 자금(500만~1000만 원)을 지원해 실제 법인 설립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장대익 가천코코네스쿨 학장은 “우리의 최종 목표는 단순한 파트너십을 넘어선 신뢰와 협력의 관계”라며 “편견 없이 서로를 존중하며 ‘창업’이라는 필드에서 협업을 선택한 이 학생들이야말로 그 어떤 외교보다 밝은 한일 관계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도쿄=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