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대익 가천코코네스쿨 학장·시치조 나오히로 히토츠바시 대학 교수
한일 창업 캠프 ‘GCSC 2026’ 개최
“사회 문제에 진심으로 공감해야죠. 그래야 비즈니스로 크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장대익 학장)
“이제 기술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어요.”(시치조 나오히로 교수)
지난 9일 일본 도쿄 국립 올림픽 기념 청소년종합센터에서 진행된 ‘GCSC 2026’ 현장에서 장대익 가천코코네스쿨 학장과 시치조 나오히로 히토츠바시대 소셜 데이터 사이언스 학부 교수를 만났다. 진화학자이자 철학자인 장 학장과 데이터 과학정책 전문가인 시치조 나오히로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를 이끄는 양국 책임자다. GCSC는 가천대학교 스타트업칼리지와 일본 히토츠바시대학교 소셜데이터 사이언스 학부가 공동 주최하는 글로벌 창업 캠프다.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의 핵심 화두는 ‘지속가능성’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제 창업 교육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을 만드는 데서 나아가,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를 길러내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인 GIIN(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에 따르면, 전 세계 임팩트 투자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1조 달러(약 1400조 원)를 넘어섰다. 자본의 흐름 역시 단순한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좇는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 공동으로 해법을 찾아보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두 대학이 손을 맞잡았다.
◇ 실리콘밸리 대신 동아시아로…“로컬에 집중해야 글로벌도 통한다”

가천대학교 스타트업칼리지(가천코코네스쿨)와 일본 히토츠바시대학교 소셜데이터사이언스 학부는 2023년 ‘글로벌 칼리지 스타트업 캠프(GCSC·Global College Startup Camp)’를 만들었다. 가천코코네스쿨은 2022년 9월 설립된 가천대의 창업대학으로, 가천대 동문인 천양현 코코네 회장이 33억 원을 기부하면서 설립됐다. 히토츠바시대 역시 4년 전 ‘소셜 데이터 사이언스 학부’를 신설하며 경영·법률·데이터 사이언스를 융합해 사회 과제를 변혁할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GCSC의 기획은 “스타트업은 반드시 실리콘밸리로 가야 하는가”라는 장대익 학장의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했다. 장 학장은 “맹목적인 ‘실리콘밸리 성지순례’보다 우리 발밑의 ‘로컬’ 문제를 깊이 파고드는 과정에서 오히려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이 만들어진다”며 시선을 동아시아로 돌렸다고 설명했다.
마침 일본에서 창업해 양국에서 성공 신화를 쓴 일본 디지털 콘텐츠 기업 ‘코코네’의 사례가 모티브가 됐다. 파트너로는 ‘상과대학의 카이스트’로 불리는 일본 명문 히토츠바시대가 선정됐다. 천양현 코코네 회장이 모교인 가천대뿐 아니라 히토츠바시대까지 동시에 후원하며 양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자처한 것이 협업을 가속화시킨 배경이다.
◇ 왜 지금 ‘사회문제 해결형 창업’인가

장대익 학장은 ‘사회문제 해결형 창업’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과 ‘생존’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사회문제 해결은 스타트업의 액세서리가 아니라 본질”이라며 “비즈니스의 핵심은 유저의 결핍에 대한 공감인데, 우리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정확히 해석하는 기업일수록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치조 교수는 기술과 사회의 ‘속도 차이’를 짚었다. 그는 “IT 기술로 비즈니스는 점점 빨라졌지만, 연금 제도나 빈부 격차 같은 인간 사회의 변화는 여전히 매우 느리다”며 “AI로 해결 가능한 문제는 빠르게 풀리지만, 개혁이 필요한 사회적 과제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데이터를 ‘새로운 석유(New Oil)’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AI 덕분에 누구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며 “그래서 데이터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사회 과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을 키우는 것이 앞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교수는 ‘GCSC 프로젝트’의 특징으로 ‘한일 혼성팀의 상호 보완성’을 꼽았다. 양국의 미묘한 차이가 오히려 혁신의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장 학장은 “한국과 일본은 고령화나 지방 소멸 같은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지만, 해결 단계와 방식은 다르다”며 “일본에서 한 차례 실패한 솔루션이 한국에선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고, 그 반대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치조 교수 역시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가족을 대하는 태도나 지방 문제의 심각성은 양국이 꽤 다르다”며 “서로 다른 발상이 충돌하고 논의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의 글로벌 기준을 발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한·일 청년 섞인 20개 팀, 기후·고령화 등 ‘공동 난제’ 푼다

GCSC는 한국과 일본의 청년 80명(각 40명씩 선발)이 모여 시급한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내놓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경연 프로그램이다.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에서는 40여 개 대학 700여 명이 지원해 경쟁률 약 18대 1을 기록했다. 일본에서도 약 40개 대학에서 120명이 지원했다.
참가자 선발은 단순한 학업 성적이 아닌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자질과 열정에 방점을 뒀다. 주최 측은 자기소개서 심사를 통해 ▲개인적 경험과 리서치에 기반한 명확한 ‘사회 문제 인식’ ▲언어 장벽을 기회로 삼는 ‘문화 간 적응력’ ▲데이터 과학·디자인·비즈니스 등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 역량’ ▲4일간의 고강도 스프린트 과정을 완주할 ‘투지와 회복력’을 집중적으로 평가했다.
이를 통해 양국 대학생 80명이 혼성으로 20개 팀을 이루게 됐다. 이들은 오는 11일까지 3박 4일간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캠프는 기후 변화와 빈곤 등을 다루는 ‘글로벌 트랙’과 고령화, 지역 소멸 등을 해결하는 ‘로컬 트랙’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번 제3회 GCSC는 온라인 플랫폼 ‘디스코드(Discord)’를 도입해, 학생들이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주도적으로 팀을 결성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자기소개를 바탕으로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 연합팀을 자발적으로 구성했으며, 팀별 채널에서 실시간 번역 봇을 활용해 사전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했다. 두 번의 온라인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본 행사 기간 동안 이어지는 집중 멘토링과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기획을 구체화하게 된다. 멘토링에는 가천대와 히토츠바시대 교수진과 함께 투자·전략·서비스 등 각 분야를 아우르는 양국 전문가 약 10명이 참여한다.
10일 오후, 도쿄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도쿄 이노베이션 베이스(TiB)’에서 최종 피칭이 열린다. 4명의 한일 양국 교수, 사회혁신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임팩트, 실현 가능성, 혁신성, 실행력, 국경 간 시너지 등 5가지 항목으로 평가해, 우수팀에 총 110만 엔(약 1025만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앞서 지난 2회 동안 이 대회를 통해 한일 학생들이 도출해 낸 사회문제 해결책은 총 37건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인구 문제 트랙 우승팀은 시니어들의 활동에 게임의 재미(게이미피케이션)을 더한 헬스케어 앱을 제안해 주목받았다. 활동량에 따라 포인트가 적립되고 그 기록이 가족들과 공유되는 방식으로, 노년층의 지속적이고 건강한 사회 활동을 유도했다. 또한 기후 문제 트랙에서는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기존 제설제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발열 코팅제’ 아이디어가 우승을 차지했다.
◇ “일회성 이벤트 넘어 동아시아 청년 창업 생태계로”

GCSC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장 학장은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파트너십을 넘어선 ‘프렌드십(Friendship)’”이라며 “관계를 형성한 창업가 정신을 가진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두 학교는 캠프 이후에도 ‘시딩(Seeding) 프로그램’을 통해 후속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GCSC에 참여했던 한일 학생들이 혼성팀을 꾸려 2~3개월간 아이디어를 고도화한 뒤 심사를 거쳐 선정되면, 1년 동안 추가 멘토링과 초기 자금(500만~1000만 원)을 지원해 실제 법인 설립까지 이어지도록 돕는 구상이다. 양 대학의 교환학생·교환교수 제도와 공동 교육 프로그램 역시 2년 내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 대학교의 GCSC에 대한 최종 목표는 ‘동아시아 청년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시치조 교수는 “한국과 일본, 양쪽 시장을 모두 이해하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할 것”이라며 “이 두 시장에서 통하는 서비스와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장 학장은 이에 덧붙여 “GCSC는 한국의 지역 거점 대학과 일본의 고등학교까지 연결해 동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편견 없이 서로를 존중하며 ‘창업’이라는 필드에서 협업을 선택한 이 학생들이야말로 그 어떤 외교보다 밝은 한일 관계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