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비용 연 250조원…최샛별 교수 “사회적 연결 회복해야”

희망친구 기아대책과 LG화학의 교육사회공헌사업 ‘라이크그린’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대담해’가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최샛별 교수와 함께 한국 사회의 갈등과 청년 문제를 주제로 한 대담 콘텐츠를 공개했다.

이번 대담에는 최 교수를 비롯해 LG화학과 희망친구 기아대책 임직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심화되는 세대·계층·이념 갈등의 원인을 짚고, 경제 구조 변화와 기회 격차, SNS 환경 등이 사회 구성원의 불안과 갈등에 미치는 영향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살펴봤다. 청년 세대가 마주한 고용 불안과 사회적 고립, 자살 문제를 중심으로 사회적 연대와 안전망의 필요성도 논의했다.

◇ 사회 갈등 비용 연간 250조원…“갈등 완화는 지속가능성의 과제”

최 교수는 한국 사회의 갈등을 개인 간의 충돌이 아닌 사회 구조 변화의 결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이념과 빈부, 성별, 세대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갈등 수준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손실이 연간 2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될 만큼 갈등 완화는 중요한 사회적 과제”라고 말했다.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경제 규모가 커지는 동시에 일자리와 사회 이동의 기회도 확대됐지만, 성장세가 둔화된 최근에는 기회의 폭이 좁아지며 사회 구성원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경제 전체의 성장과 개인이 체감하는 기회의 확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짚었다. 특히 자산과 소득 격차가 커질수록 사회 구성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청년이 노력하지 않는 게 아니라 기회 구조가 달라졌다”

세대 갈등을 이해하려면 각 세대가 지나온 사회·경제적 환경의 차이를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세대는 경제 성장과 사회 이동의 기회 속에서 ‘노력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경험을 상대적으로 많이 했지만, 현재 청년들은 높은 교육 수준과 역량을 갖추고도 제한된 기회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청년 세대가 노력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방향이 다를 뿐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며 “기회 구조가 변화하면서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대별로 ‘성공’을 바라보는 기준 역시 달라졌다고 봤다. 과거 세대가 조직 안에서 높은 위치에 오르는 ‘수직적 성공’을 중요하게 여겼다면, 청년 세대는 개인의 성장과 삶의 균형, 자신만의 방향성을 확장하는 방식의 성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 “청년에게 필요한 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공간”

최 교수는 높은 경쟁 강도와 불안정한 사회 구조가 청년 세대의 심리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청년들은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를 잘 관리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 속에서 성장했지만, 정작 사회에 진입한 뒤에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청년 세대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은 실패할 수 있는 특권”이라며 “젊은 시기에 다양한 경험과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한 번의 실패가 회복하기 어려운 좌절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청년 고용 불안과 과도한 경쟁, 사회적 기대에 대한 압박도 고립과 불안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 SNS 알고리즘이 키우는 확증편향…“다른 관점 접해야”

SNS와 온라인 플랫폼이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조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최 교수는 과거에는 자신의 관심사와 무관한 정보도 자연스럽게 접하며 다양한 관점을 경험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가 선호하는 정보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기존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이 강화되고, 서로 다른 집단 간 이해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플랫폼이 갈등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낸다기보다 이용자의 관심과 체류 시간을 높이는 콘텐츠가 더 높은 가치를 갖는 비즈니스 구조 속에서 분노와 대립을 자극하는 정보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사회학은 우리가 무엇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지를 바라보게 하는 학문”이라며 “우리를 둘러싼 구조와 환경을 이해할 때 갈등을 넘어 새로운 해결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사회와 연결돼 있다는 감각이 살아갈 힘 된다”

대담에서는 사회 갈등과 청년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다 사회적 연결과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이 모였다.

특히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위로나 조언에 그치지 않고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과 전문가·지원체계와의 연결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사람이 사회와 연결돼 있다는 감각은 살아가는 힘이 된다”며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도록 사회적 연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다른 시대와 경험을 살아온 사람들을 이해하고 함께 나아가는 노력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박찬욱 희망친구 기아대책 ESG나눔본부장은 “희망친구 기아대책과 LG화학은 ‘라이크그린’을 통해 미래세대와 함께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며 “‘대담해’가 사회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서로를 이해하며 해법을 모색하는 소통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과 LG화학은 2021년부터 교육사회공헌사업 ‘라이크그린(Like Green)’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에는 유튜브 채널 ‘대담해’를 개설해 ESG를 비롯한 환경·과학·건강·사회 분야의 이슈를 다루고 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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