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를 공유하고 다름을 이해할 때” 지속가능한 협력의 조건

[경기도사회적경제원 x 더나은미래 공동기획] 판을 키우는 협력<6·끝>
글로벌 기업·사회적기업·대학, 서로의 강점을 잇다

“협력의 힘은 참여자의 수나 일률적인 노력보다, 서로 다른 활동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서 나온다.”

2011년 미국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SSIR)’에서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개념을 정립한 존 카니아(John Kania)와 마크 크레이머(Mark Kramer)의 말이다. 이들은 각 참여자가 가장 잘하는 역할을 맡되, 다른 주체의 활동과 서로 보완되도록 조율하는 것을 성공적인 협력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2026년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으로 추진된 이케아 코리아와 사회적기업 업클로스, 연성대학교의 협업은 이 명제를 현장에서 증명해 낸 사례다. 이케아 기흥점에서 시작된 협력 모델은 고양, 광명, 강동점으로 확대됐다.

이케아 코리아는 매장 공간과 고객 접점을 제공하고, 업클로스는 취약계층 인력을 채용해 의류·홈패브릭 수선 서비스를 운영한다. 연성대학교는 이들을 수선 전문인력으로 양성하는 교육을 맡았다. 사회공헌 사업 지원에 그치지 않고 수선 서비스를 이케아의 고객 서비스와 연결한 사업 구조다.

(왼쪽부터) 지난 11일 경기 광명시 이케아 광명점에서 김성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회가치연계팀장, 임선아 업클로스 대표, 강경희 연성대 패션디자인비즈니스과 교수, 오꽃별 이케아코리아 매니저가 ‘2026년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을 통해 확인한 협업의 성과와 지속 조건을 논의했다. /김종연 기자

지난 11일, 이케아 광명점에서 김성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회가치연계팀장, 오꽃별 이케아 코리아 매니저, 임선아 업클로스 대표, 강경희 연성대학교 패션디자인비즈니스과 교수가 만나 각 기관이 얻은 성과와 협업 조건을 논의했다.

오꽃별 이케아코리아 매니저는 수선 서비스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이 물건을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매장의 역할도 제품 판매를 넘어 지역사회에 가치를 만드는 공간으로 넓어졌다고 말했다. /김종연 기자

―글로벌 기업과 사회적기업, 대학은 조직의 의사결정 방식이 다른데 이를 어떻게 조율했나.

임선아=“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이 가장 먼저 필요했다. 업클로스 같은 작은 조직은 저 혼자 결정하면 되지만, 글로벌 기업인 이케아는 내부 승인과 검토 절차가 훨씬 복잡하고, 조직 명칭조차 낯설었다. 반대로 이케아 역시 빠른 실행력을 중시하는 우리의 창업가 정신을 이해해야 했다. 이이 과정에서 이 차이를 좁혀준 이케아 측 담당자 오꽃별 매니저의 역할이 컸다. 업클로스가 이케아 내부에서 어느 팀과 어떤 경로로 소통해야 할지 낯설어할 때 중간에서 소통 창구가 돼 각 조직을 연결했다.”

임선아 업클로스 대표는 사회적기업과 대기업은 조직의 성격과 의사결정 속도가 다른 만큼,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김종연 기자

오꽃별=“이런 협업이 성공하려면 실무 담당자의 진정성을 넘어선 ‘경영진의 지지와 공감’이 필수적이다. 사회적 기업에게 매장의 핵심 공간을 내어주고, 수많은 직원의 리소스가 투입되는 일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다행히 이케아는 글로벌 차원에서 사회적기업을 공급망에 포함시키는 파트너십 프로그램(SEP)을 운영하고 있었고, 국내 경영진 역시 이 가치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었다.”

강경희=“대학도 기존의 관행을 깼다. 보통 6개월 전 교육과정을 확정하고 인증을 받는 방식과 달리, 이번엔 사업 시작과 동시에 현장 상황에 맞춰 커리큘럼을 즉각적으로 수정해 나갔다. 당초 비슷한 수준의 학습자를 예상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교육생마다 출발점과 숙련도가 전혀 달랐다. 결국 단체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1:1 맞춤형 지도로 방향을 틀었고, 국내 의류 사이즈 체계 대신 홈패브릭에 맞춘 이케아 자체 규격을 새롭게 학습하고 매뉴얼에 적용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했다.”

김성근=“경기도사회적경제원은 중간 지원 조직으로서 ‘연결자이자 번역가’ 역할을 수행했다. 과거 여러 워크숍을 통해 대기업과 사회적기업 간의 소통 방식과 속도 차이에서 오는 고충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비즈니스 밸류체인을 명확히 분석한 뒤, 그 안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회적기업을 적재적소에 매칭하는 데 집중했다.”

―이번 협업을 통해 얻은 성과와 확인한 가능성은 무엇인가.

오꽃별=“고객이 필요했던 수선 서비스를 완성도 높게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직원들도 수선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면서 회사가 사회적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매장 역시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물건을 오래 쓸 수 있게 돕고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공간으로 역할이 넓어졌다. 수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매장을 다시 찾는 고객도 많아졌다.”

임선아=“가장 큰 변화는 비즈니스 규모의 확대다. 매장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매출과 고용 인원도 증가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인 이케아 코리아의 공식 파트너라는 점이 대외적인 신뢰도를 높여, 최근에는 다른 기업에서 먼저 협업 제안이 들어오는 사례가 많아졌다. 또 하나 중요한 성과는 취약계층 일자리의 질적 향상이다. 과거 우리 업사이클 사업이 단순 봉제 위주였다면, 이번 수선 서비스는 작업자가 직접 공정과 단가를 판단하고, 남는 원단으로 다른 제품을 만드는 등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숙련형 일자리’로 발전했다.”

강경희=“대학은 새로운 학술적, 교육적 자산을 확보했다. 의류와 달리 홈패브릭 수선 분야는 표준화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나 교재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우리가 직접 교육 자료를 개발했고, 현재 교재 발간까지 준비 중이다. 또한 취약계층 성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설계하고 평가해 본 이 경험은 향후 재학생들의 지속가능성 및 업사이클 교육에도 표본이 되는 현장 실습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대학의 지식을 학교 밖으로 확장한 의미 있는 산학협력 사례였다.”

김성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회가치연계팀장은 사경원이 기업의 필요에 맞는 사회적경제조직을 연결하고, 서로 다른 조직의 언어와 관점을 풀어주는 ‘연결자이자 번역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종연 기자

김성근=“이번 프로젝트로 콜렉티브 임팩트의 가능성과 순환경제가 일상 속 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순환경제라고 하면 흔히 버려진 자원을 다시 활용하는 방식을 떠올리기 쉽다. 이번에는 소비자가 생활 속에서 필요한 수선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만들어졌다. 공공의 지원금에만 기대는 사업이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적인 서비스 이용이 사회적경제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이 같은 협력 모델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다른 현장으로 확산하기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하나.

임선아=“취약계층 고용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전문 기관’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광명점의 경우, 광명시 일자리 지원기관과 협력해 취약계층 여성들을 모집하고 고객 응대 사전 교육까지 마친 인력을 면접으로 연계 받았다. 이런 지자체 고용 프로그램이 함께 결합해야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서비스 제공을 넘어 이케아와 연계한 제품 판매나 워크숍 등 수익 파이프라인이 다각화되어야 조직이 자립할 수 있다.”

오꽃별=“일방적인 시혜성 지원이나 단발성 사회공헌(CSR)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 사회적기업이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사슬과 공급망 안에서 함께 비즈니스를 만드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립성이다. 고객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계속 찾을 만큼 서비스의 품질과 만족도가 보장돼야 협력 구조도 지속될 수 있다.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 가치가 함께 만들어지는 구조여야 한다.”

강경희 연성대 패션디자인비즈니스과 교수는 협업 초기 공동의 목표와 성과 기준을 합의하고, 진행 상황을 꾸준히 공유하는 소통 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연 기자

강경희=“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의 다년도(2~3년) 지원 구조가 필요하다. 또한, 시작 단계부터 각 기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과 기준(KPI)’을 꺼내놓고 합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사업 내내 한 달에 한 번 이상 정기적으로 만나 소통하고 그 기록을 남겨두었던 것이, 중간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유연하게 해결하고 방향을 수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김성근=“처음부터 모든 협업 구조를 완벽하게 설계할 수는 없다. 실제 사업을 돌려보면 기존 참여기관의 역량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지점이 드러나는데, 그때 필요한 전문기관을 새로 연결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취약계층 고용 과정에서는 기술 교육뿐 아니라 대상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정서적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취약계층 지원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협력 파트너로 추가하는 방식을 접목할 예정이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은 이번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에서 나온 모델들을 경기도 전역으로 확산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 시·군 사회적경제센터와 담당 공무원에게 주요 사업 사례를 소개한 뒤, 관심을 보이는 지역과 실제 적용 가능성을 논의할 계획이다. 성과가 축적된 사업은 환경·복지 등 경기도 관련 부서와 연결해 개별 프로젝트를 넘어 정책으로 이어가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유현·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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