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공연장에 뜬 ‘태양광 쉼터’…찜통더위 달래고 탄소는 줄였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 x 더나은미래 공동기획] 판을 키우는 협력<3>
YG엔터테인먼트·파주해시민발전협동조합, ‘솔라 캐노피’로 지속가능한 공연 협업

지난 22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빅뱅 콘서트 ‘XX : COSMOS’를 앞두고 굵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20대 여성 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천막 아래로 들어섰다. 냉풍기 앞에 자리를 잡은 그는 “습하고 더운데 짐도 많아서 쉴 곳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천막 안에서는 팬 30여 명이 바람을 쐬거나 휴대전화를 충전하며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빅뱅 콘서트에서 YG엔터테인먼트와 파주해시민발전협동조합이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지원사업을 통해 협력해 이동형 태양광 쉼터 ‘솔라 캐노피’를 설치했다. /YG엔터테인먼트

이곳은 YG엔터테인먼트와 파주해시민발전협동조합이 함께 만든 이동형 태양광 쉼터 ‘솔라 캐노피’다. 천막 위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 16개가 전력을 생산해 냉풍기와 휴대전화 충전 시설을 가동했다. 일반적인 공연장 쉼터가 전력망이나 발전기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전력을 공연 현장에서 직접 생산한 것이다.

솔라 캐노피는 관객에게는 장시간 대기 중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환경적으로는 재생에너지를 공연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하는 실험이라는 의미가 있다. YG 측은 “해외에서는 공연 현장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사례가 이미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비슷한 시도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공연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직접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지속가능한 공연’을 위한 콜렉티브 임팩트

솔라 캐노피는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2026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을 통해 지난 6월부터 기획되어 이번 공연에 첫선을 보였다. 공연의 환경 영향을 줄일 방법을 찾던 YG와 재생에너지 기술을 가진 파주해를 연결한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다양한 주체의 협력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다.

이번 프로젝트는 두 조직 모두 기존 활동의 범위를 넓히는 시도였다. YG는 2023년부터 블랙핑크 ‘본 핑크(BORN PINK)’ 공연을 시작으로 관객 이동수단과 숙박 여부 등을 조사해 탄소배출량을 측정해 왔다. 지난해에는 국제이주기구(IOM)와 협력해 블랙핑크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의 전체 전력 사용량 추정치 가운데 약 39%에 해당하는 재생에너지인증서(REC)를 구매했다. YG는 이번 사업으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공연 현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직접 활용할 방법을 찾았고,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을 통해 파주해와 만났다.

파주해 역시 이번 프로젝트가 새로운 도전이었다. 2021년 설립 이래 주로 건물 옥상 등 유휴공간에 태양광발전소를 조성해 온 파주해의 김인욱 사무국장는 “그동안 지역 행사에서는 작은 매대 조명을 밝히는 정도였기에, 대규모 공연장 진출은 조합 차원에서도 큰 도전이었다”고 밝혔다.

솔라 캐노피는 휴식 공간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직접 전력을 생산해볼 수 있도록 자전거 발전 레이스도 운영했으며, 사흘간 약 1120명이 참여했다. /YG엔터테인먼트

두 조직은 관객의 대기 방식에 맞춰 쉼터를 설계하고, 재생에너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자전거 발전 레이스’도 마련했다. 체험을 마친 관객에게는 공연 로고가 들어간 토시도 제공했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1120여 명이 참여한 이 체험에서 한 20대 관객은 “죽을힘을 다해 페달을 밟았는데 만들어진 전기가 적어 놀랐다”며 “전기를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 전력 자급률 83% 달성…대형 공연장 활용 가능성 확인

이번 공연은 실제 대형 야외 행사에서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했다. 파주해에 따르면, 솔라 캐노피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16개의 설비 용량은 약 4kW 규모다. 사흘간 총발전량은 16.53kWh로, 이는 한 가구가 약 1.7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실제 발전량은 날씨에 따라 차이가 컸다. 첫날 흐린 날씨에는 5.67kWh, 폭우가 내린 둘째 날에는 2.86kWh를 기록했지만, 맑게 갠 마지막 날에는 8.01kWh까지 늘어났다. 사흘간 부스에서 사용한 총 전력량은 19.86kWh였으며, 이 중 약 83%를 현장 태양광 발전으로 자급하는 성과를 냈다. 부족한 전력은 미리 충전해 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보완하며 기상 변수에 성공적으로 대응했다. 김 사무국장은 “대형 공연장에서도 태양광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솔라 캐노피는 4kW 규모의 발전 설비를 구성하고, 생산한 전력으로 냉방시설을 갖춘 관객 휴식 공간을 운영했다. 사흘간 총 발전량은 16.53kWh였다. /YG엔터테인먼트

파주해는 이번 현장에서 대형 행사에 필요한 운영 노하우도 점검했다. 가볍고 휘어지는 ‘플렉시블 태양광 패널’을 케이블 타이로 고정해 설치와 철거를 간소화하는 한편, 폭우 시 틈새 누수를 막기 위해 비닐을 덧씌우는 등 야외 방수 요건도 확인했다. 김 사무국장은 “대형 구조물을 현장에 직접 설치하고 운용하면서 실제 소요 시간과 필요한 인력 규모 등 실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구조물 설치에 4시간, 태양광 패널 설치에 2시간 등 총 6시간가량이 걸렸다. 파주해는 일부 부품을 교체·개량해 향후 설치 시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조직은 이번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적용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파주해는 이동형 태양광 사업을 시 단위 축제로 확장할 계획이며, 실제로 파주시의 에너지 관련 행사에서 활용을 논의 중이다. YG 역시 이번에 확인한 관객들의 긍정적인 호응을 바탕으로 향후 다양한 형태의 공연장이나 야외 대기 공간 등으로 재생에너지 활용을 넓혀갈 방안을 모색한다.

YG 측은 “장기적으로는 공연장 차원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조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앞으로 공연장을 운영하는 주체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공연을 만들 방법을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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