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ESG 펀드…지속가능 투자는 어디로 가고 있나 [글로벌 이슈]

유럽 2분기 신규 출시 35개→13개…폐쇄는 64개
“ESG, 별도 상품보다 투자 판단 요소로 이동”

글로벌 지속가능 펀드 시장에서 신규 출시가 줄고 기존 상품 폐쇄가 증가했다. 유럽에서는 올해 2분기 신규 펀드가 1년 전 35개에서 13개로 줄었다. 하지만 이를 지속가능 투자의 퇴조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ESG를 별도 상품으로 내세우기보다 기존 투자 판단에 반영하고, 지역별로 다른 금융상품과 명칭으로 이어가는 식으로 투자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정보업체 모닝스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Global Sustainable Fund Flows: Q2 2026’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에서 새로 출시된 지속가능 펀드는 32개였다. 유럽이 13개, 미국이 3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가 16개였다. 일본과 호주·뉴질랜드에서는 새 상품이 없었다.

글로벌 투자정보업체 모닝스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Global Sustainable Fund Flows: Q2 2026’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유럽에서 새로 출시된 지속가능 펀드는 13개로 1년 전 35개에서 크게 줄었다. /Magnific

신규 출시는 줄고 폐쇄는 늘었다. 유럽에서는 2분기 64개 펀드가 폐쇄됐다. 미국도 신규 출시 3개에 폐쇄는 22개였다. 로이터가 모닝스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1월 이후 유럽에서 출시된 윤리·지속가능 펀드는 691개, 철수한 상품은 956개였다.

대표적으로 영국 자산운용사 M&G는 이달 ESG 기준으로 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글로벌 고수익채권 펀드와 회사채 펀드를 폐쇄한다. 5월 말 기준 운용자산은 각각 2850만 파운드(약 546억 원)와 1900만 파운드(약 364억 원)다. M&G는 두 상품이 상업적 규모를 확보하지 못했고 향후 성장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부진한 성과도 지속가능 펀드 수요가 약해진 배경으로 꼽힌다. MSCI가 산출하는 세계 주가지수는 2026년 7월까지 최근 5년간 약 65% 올랐다. ESG 기준을 적용해 기업을 선별한 사회책임투자 지수는 약 56% 상승하는 데 그쳤다. 로이터는 금리 상승이 재생에너지 투자에 타격을 줬다고 전했다. 최근 강세인 화석연료·방산주를 지속가능 펀드가 상대적으로 적게 담은 점도 성과 부진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정치와 규제 환경도 상품 출시를 어렵게 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기후·다양성 정책이 후퇴하고 ESG 투자를 둘러싼 정치적 압박도 커졌다.

유럽에서는 펀드명에 ESG나 지속가능성 표현을 쓰는 기준이 강화됐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지난해 5월부터 기존 펀드에도 새 가이드라인을 적용했다. ESG 표현을 펀드명에 사용하려면 원칙적으로 투자자산의 최소 80%가 해당 환경·사회 특성이나 지속가능 투자목표에 부합해야 한다. 과장된 명칭으로 투자자를 오도하는 그린워싱을 막기 위한 조치다.

2020~2022년 관련 상품이 급증한 데 따른 조정도 겹쳤다. 모닝스타는 최근 신규 출시 감소를 당시 급성장 이후의 정상화 과정으로 봤다. 올해 들어서는 새 상품을 내놓기보다 기존 상품을 통합·정리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는 설명이다.

◇ “ESG, 별도 상품에서 투자의 방식으로 자리잡아”

ESG를 별도 투자 영역으로 구분하기보다 기업 가치와 리스크를 판단하는 과정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에서는 그린본드 발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반면, 미국에서는 정치적 반발을 의식해 ESG 활동을 드러내지 않는 ‘그린허싱’이 확산하고 있다. /Unsplash

런던비즈니스스쿨의 알렉스 에드먼스 교수는 FT와의 인터뷰에서 ESG라는 표현 자체가 크게 양극화됐다며, 운용사들이 환경·사회적 요소를 고려하면서도 반드시 이를 ESG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닐 코너 . KPMG 영국 자산운용 부문 대표도 지정학적 상황으로 ESG가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렸지만, 지난 수년간 마련된 체계는 기업과 금융회사의 일상 업무에 이미 상당 부분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지속가능 펀드에서 자금이 모두 빠진 것도 아니다. 올해 2분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지속가능 펀드에는 37억 달러(약 5조2500억 원)가 순유입됐다. 미국도 14개 분기 연속 순유출을 끝내고 약 30억 달러(약 4조2600억 원)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투자 방식의 변화는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유럽에서는 친환경 사업의 자금 조달 수단인 그린본드 발행이 늘고 있다. FT가 기후채권이니셔티브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의 그린본드 발행액은 2420억 달러(약 343조3500억 원)로 역대 최대였다. 지난해 유럽은 전 세계 발행액의 약 55%를 차지했고, 올해는 신규 발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스페인 전력기업 이베르드롤라는 지난 6월 두 차례에 걸쳐 15억 유로(약 2조4600억 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정치적 반발이 거센 미국에서는 ‘그린허싱(greenhushing)’이 나타나고 있다. 친환경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ESG나 그린이라는 이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현상이다. 미국의 그린본드 발행액은 2021년 940억 달러(약 133조3700억 원)에서 지난해 770억 달러(약 109조2500억 원)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340억(약 48조2400억 원) 달러에 그쳤다. 네덜란드계 은행 ABN암로의 라리사 프리츠 선임 채권 전략가는 FT에 미국 기업들이 ESG 자체를 포기한 게 아니라, 정치적 반발을 의식해 이를 드러내는 데 신중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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