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은 변시 학원 전락, 공익 변호사는 고용 불안” 법조계 겨냥 연구 나왔다  

엄선희 두루 변호사·장보은 한국외대 교수 등 연구팀, 공익 법조인 실태 및 개선안 발표
지자체 변호사 97% 비정규직·전업 공익변호사는 전체의 0.33% 불과
“로스쿨 선택과목 P/F 도입하고, 시간 채우기식 공익활동 평가 ‘임팩트’ 중심으로 바꿔야”

한국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변호사시험 합격’이라는 단기 목표에만 매몰되어 사회가 요구하는 공익적 법률가 양성 기능을 상실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더불어 공공과 시민사회, 민간기업, 학계 등 전 분야에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법조인들이 영역을 불문하고 고용 불안과 재정적 취약성에 노출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3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주최한 ‘한국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협의회 발주로 11명의 변호사가 참여 중인 ‘공익적 법률가 양성을 위한 연구’의 중간 결과가 발표됐다.

발제에 나선 엄선희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그동안 전업 공익변호사 활동에 대한 연구는 일부 있었으나, 다양한 영역에 진출한 공익적 법조인의 경로와 현황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공익 법조인을 ▲공공 영역 ▲시민사회 ▲민간기업 ▲교육·연구 ▲개별 변호사의 공익활동(프로보노) 등 다섯 영역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 공공·시민사회 전반 ‘불안정 구조’…“지속 가능성 한계”

엄선희 변호사는 각 영역별 변조인들의 고용 불안과 취약한 재정적 현실을 조명했다. 

공공 영역의 경우 44개 중앙행정기관에 총 313명의 변호사가 재직 중이나, 이 중 35.8%가 임기제 및 계약직으로 승진이나 연수 기회에서 배제된 채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전국 107개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283명의 변호사 역시 정규직 비율이 3%에 불과했으며, 수도권(평균 54명)과 비수도권(평균 8.5명) 간 인력 격차도 6.3배에 달해 지역 간 법률 서비스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76개 기관, 449명 재직)도 사정은 비슷했다. 절반 이상(51.3%)이 비정규직이었으며, 상당수가 단독 또는 소수 인력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국선전담 변호사의 경우 피고인·피해자 모두 양적으로는 확대됐지만, 월 600~800만 원 수준의 보수에서 사무실 운영비와 직원 급여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로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사회 영역은 더욱 열악했다. 2023년 12월 기준 전업 공익변호사는 117명으로, 전체 변호사(3만4660명)의 0.33%에 그쳤다.

엄 변호사는 “이들은 기부금에 의존하는 취약한 재정 구조 속에서 만성적인 인력난과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으며, 공익소송 패소 시 비용 부담으로 활동이 위축되는 문제도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익 법조 진입 경로 역시 로스쿨 정규 교육과정보다는 개인 경험과 비공식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민간기업에서는 ESG와 지속가능경영이 확산되며 변호사의 역할이 사후 분쟁 대응에서 사전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로 확대되고 있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교육은 부족한 상황이다. 로스쿨 내 리걸클리닉을 담당하는 임상교수들은 대부분 1년 단위 계약직으로 고용돼 있었고, 전임교원은 변호사 휴업 의무로 인해 실무 교육을 충분히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엄 변호사는 개별 변호사의 공익활동(프로보노)에 대해서는 “2000년 변호사법 개정을 통해 연간 20~30시간의 공익활동이 법정 의무화되었으나, 네이버 지식iN 답변이나 사내 직원 상담 등 영업·홍보 성격의 활동까지 폭넓게 인정되면서 제도 도입 취지가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 “로스쿨부터 바꿔야”…교육·인센티브·평가 전면 개편 제안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보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합격률에 대한 부담으로 로스쿨 내 다양한 활동이 제약받고 있으며, 기존 법률 시장과 달라진 환경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하며 “단순히 평가 기준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교육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장 교수는 ‘로스쿨 교육 단계의 혁신’을 제안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특강과 실무수습 등 직간접적 경험을 확대하고, 리걸클리닉의 실질화를 위해 임상교원 확보 및 실무교원의 변호사 자격 유지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학생들의 학점 부담을 완화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선택과목에 P/F(Pass/Fail)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센티브의 제도화’도 대안으로 언급됐다. 공익활동에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인 ‘경제적 유인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장 교수는 “정부와 로펌 등의 출연을 통해 안정적인 재단 설립과 기금 모금을 추진하고, 세액공제 및 소송비용 특례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역할을 강조하며 “공익활동 이행을 실질화하고, 미이행 시 패널티 부여 또는 우수 사례의 자발적 공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력 개발 차원에서는 국가·지자체 차원의 전담 변호사 확충, 대형 로펌의 공익 펠로우십 운영, NGO와 로펌 간의 파트너십 구축 등 안정적인 보수와 커리어를 보장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끝으로, 장 교수는 ‘평가 방식 및 인식의 대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공익활동 평가가 단순한 활동 시간이나 사건의 ‘양’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구조적 불평등을 개선하고 법제 변화를 이끌어내는 등 우리 사회를 어떻게 개선했는지 보여주는 ‘임팩트(Impact)’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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