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치바람, 8대 공약·96개 항목 제시…“재생에너지·교통·취약계층 보호 구체성 봐야”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시·도지사 후보들의 기후공약을 평가하기 위한 ‘8대 공약·96개 체크리스트’가 공개됐다. 재생에너지 확대, 대중교통 전환, 건물 에너지 효율화, 기후취약계층 보호 등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을 중심으로 공약의 구체성과 이행 가능성을 따져보자는 취지다.
로컬에너지랩·녹색전환연구소·더가능연구소가 참여한 연대체 기후정치바람은 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내 삶을 바꾸는 기후공약, 시·도지사 준비됐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각 정당과 후보들이 제시한 기후공약을 점검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광역단체장의 권한 안에서 즉시 실행할 수 있는 8대 공약을 제시했다. 공약은 ▲공영주차장 태양광 설비 의무화 ▲주택용 태양광 확대 ▲학교 에너지 자립 지원 ▲공공교통 탄소감축 ▲건물 에너지원단위 제도 ▲기후재난 대비 및 취약계층 보호 ▲햇빛소득마을 추진 ▲해상풍력 주민 참여·이익 공유 방안 마련 등이다.
이들 공약은 지난 2월 기후정치바람이 전국 18세 이상 시민 1만78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기후인식조사 결과 유권자 선호도가 높았고, 관련 법에 따라 2030년까지 광역지자체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정책을 중심으로 추려졌다. 각 공약에는 12개씩 총 96개의 세부 체크리스트가 붙었다. 후보 공약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는지, 실제 실행계획을 갖춘 정책으로 구체화됐는지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 공약의 경우 ‘대중교통 확대’라는 구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올해부터 ‘모두의 카드’를 시행한 만큼, 지역 대중교통 패스 재원을 유지할지 조정할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기노선을 운행하는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교통 형평성 개선 방안이 공약에 반영됐는지도 주요 점검 대상이다. 지난 2월 기후정치바람 조사에서 유권자 63.8%는 모든 시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시내버스 공영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차량등록 제한 같은 강도 높은 규제에도 55.0%가 지지 의사를 보였다.

기후취약계층 보호 역시 구체성이 필요한 분야로 꼽혔다. 체크리스트에는 ▲취약계층 대상 맞춤형 알림 전달 체계 마련 ▲침수 대응을 위한 하수도 용량 정비 계획 수립 ▲기후취약계층 전수조사 및 지원망 구축 ▲기후적응특별법 대비 취약성 평가 등이 포함됐다. 지난 4월 7일 시행된 개정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들이 기후위기 관련 재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 대표는 “정당과 후보의 공약이 나오기 전에 기후공약이 포함될 수 있도록 집요하게 확인하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시도지사 후보 공약 분석과 제안’을 주제로 발제하며 기후공약의 타당성과 주민 삶의 질 개선과의 연계 가능성을 짚었다. 배 부소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당 차원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민생위기 대응 논의는 확인되지만, 개별 후보 공약으로 들어가면 재생에너지를 핵심 공약에 포함하지 않거나 선언적 수준에 그친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의 상당 부분이 학교, 주택 등 생활권에서 추진돼야 하는 만큼, 후보 공약에 시설별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이 담겨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농민, 건물주, 임대인, 임차인 등 다양한 주체를 위한 지원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수송 부문에서도 정책 간 연계가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러 후보가 대중교통 확대를 공약하면서도 동시에 자동차 중심의 도로 인프라 확장이나 공항 건설 계획을 제시해, 수송 부문 탈탄소 전략과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물 부문에서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단위면적당 에너지 소비량이 늘고 있음에도, 7일 현재까지 건물 에너지 효율화와 탈탄소 전략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사례가 사실상 없다고 짚었다.
배 부소장은 “노후주택 에너지 효율화는 취약계층 삶의 질과도 직결되는 문제인데 주요하게 다뤄지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민선 9기는 한국 녹색전환의 구체적 성과와 방향이 확인되는 시점이다. 기후정책을 복지, 노동, 지역과 어떻게 연계할지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 주요 정당 “기후공약 중요”…토론회에 국민의힘, 개혁신당은 불참
발제 후에는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정의당 관계자들이 참석해 각 정당의 주요 기후공약을 소개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토론회 참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김종욱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부위원장은 “기후정책은 지방정부 사무인지 중앙정부 사무인지 모호한 분야가 많고, 기술적으로 풀 문제도 많다”며 “시민과 정당 지도부, 정치 고관여층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10대 공약 제안서를 만들어 16개 시도에 보낸 상태다. 이 중에 일부라도 4년간 차분히 풀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성진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국혁신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환경권 관련 4가지 공약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내용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기후재난 안심패키지 4종, 즉 기후펀드·기후수당·기후보험·기후복지 ▲지산지소형 에너지분권과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 ▲식량주권 지키는 농민 생존권 보장 ▲우리동네 유해물질 제로 및 제품유해성 바코드 확인 서비스 등이다.
정주원 진보당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장은 “선거 과정뿐 아니라 선거 이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진보당은 항상 구체적인 변화를 이야기해왔다. 재생에너지, 교통, 폐기물에서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이번 지방선거와 그 이후에 집중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수연 정의당 정책팀장은 “정의당은 출발부터 탈핵과 환경문제와 함께했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공존’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노동소득만으로 살 수 있는 서울, 지역과 상생하는 서울이라는 원칙 아래 에너지를 주요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서울에서 후보를 낸 정의당은 에너지 생산과 폐기물 처리 자립도를 높이는 방향의 공약을 제시할 계획이다.
기후정치바람은 6·3 지방선거 전까지 10대 정당 정책과 광역·기초 후보자 공약을 전수조사해 공개할 예정이다. 지방선거 이후에는 당선자의 공약 이행 가능성과 구체성을 분석한 결과도 별도로 정리해 제시할 계획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