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적경제, ‘하이브리드 생태계’로 국제사회 주목받아

사회적가치연구원·SEWF 공동 보고서 발간…SPC·민관 협력 모델 조명

한국 사회적경제가 정부·시장·민간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생태계’ 모델로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사회적기업 네트워크인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과 SK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지난 4월 공동으로 보고서 ‘Building Hybrid Ecosystems: Korea’s Experience and Global Lessons’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 사회적경제의 발전 과정을 분석하고, 이를 글로벌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참고할 수 있는 사례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사회적경제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민사회 중심의 활동에서 출발했다. 이후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을 계기로 제도화되며 빠르게 성장했고, 정부는 인증제, 보조금, 공공조달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생태계의 기반을 구축했다. 그 결과 한국은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제도적 기반을 갖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형성했다.

최근에는 정책 중심의 구조를 넘어 시장과 민간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정책·시장·시민사회가 함께 작동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고서는 한국 사회적경제를 “완성된 모델이 아니라 진화 중인 실험적 생태계”로 규정하며, 고도화된 경제 환경에서도 사회적경제가 중요한 경제 구성 요소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했다.

◇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연결한 SPC 사례 주목

보고서는 한국 사회적경제의 대표적 혁신 사례로 사회성과인센티브(SPC, Social Progress Credit)를 제시했다. SPC는 2015년 SK그룹과 사회적가치연구원이 도입한 모델로,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하고 그 성과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금융 메커니즘이다. 보고서는 SPC가 기존의 보조금 중심 지원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연결함으로써 사회적기업의 자생력을 높이고 투자 불확실성을 줄이는 ‘시장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보고서는 SPC의 주요 성과로 ‘임팩트 루프(Impact Loop)’의 실증을 꼽았다.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성과가 현금 인센티브라는 재무적 보상으로 이어지고, 기업은 이를 다시 사업에 재투자해 더 큰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다.

실제 사례로는 수퍼빈, 컴윈, 토닥토닥협동조합이 소개됐다. AI 기반 재활용 로봇을 통해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한 수퍼빈은 6년간 약 75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약 16억원의 SPC 인센티브를 받았다.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과 자원 재활용을 결합한 컴윈은 9년간 약 116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약 16억원의 인센티브를 수령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소외계층에게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닥토닥협동조합은 6년간 약 48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고 7억원 이상의 인센티브를 지원받았다.

보고서는 한국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캐나다 퀘벡, 영국 스코틀랜드 등 글로벌 선진 생태계와도 비교했다. 100년 전통의 협동조합 중심 생태계를 구축한 퀘벡, 지역 자산 기반 모델을 발전시켜 온 스코틀랜드와 달리 한국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력, 대기업의 전략적 파트너십, 정교한 사회성과 측정 역량이 결합된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기업이 단순 후원을 넘어 생태계의 공동 설계자로 참여하고, 민간 자본과 기술을 사회문제 해결에 투입하는 구조는 한국 모델의 특징으로 꼽혔다. SPC와 같은 성과 기반 금융 모델 역시 국제사회에서 주목받는 요소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한국 사회적경제가 글로벌 생태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고도화된 성과 측정 시스템과 민관 협력 모델을 기반으로, 기존 사회적경제 선진국들이 직면한 자금 조달과 확장성 문제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보고서 발간은 국제 교류 행사로도 이어진다. 오는 2026년 10월 11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는 SEWF가 주관하고 사회적가치연구원이 협력하는 ‘제1회 SEWF 에코시스템 리더십 익스체인지(Ecosystem Leadership Exchange)’가 열린다. 전 세계 정책 담당자, 사회적 금융 전문가, 생태계 리더들이 참여해 한국의 사회적경제 현장을 방문하고, 각국의 정책과 생태계에 적용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행사에는 현대차정몽구재단, MYSC, 전국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도 함께 참여한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가 한국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글로벌 협력 기반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는 “이번 공동 보고서는 한국 사회적경제가 국제적으로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사회적가치연구원은 SPC를 포함한 한국의 다양한 사회연대경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협력과 확산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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