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릴레이 인터뷰 <2> 닥터나우
[인터뷰]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
스타트업은 본래 시장의 혁신을 목표로 태어났으나, 이제 돌봄·환경 등 공공의 과제 해법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주요 스타트업을 만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 기여를 위해 차기 정부가 마련해야 할 정책적 과제를 물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
“일상에서 병원을 가기 어렵다는 건 단지 섬이나 산골의 어르신들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직장인, 자영업자, 육아 중인 부모에게도 병원은 ‘먼 곳’입니다.”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최근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의료 사각지대는 물리적 제약뿐 아니라, 시간과 환경 같은 상황적 요인으로도 생긴다”며 “비대면 진료는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병원을 가는 일은 기회비용이 높다”며 “특히 낮 시간 병원 이용이 어려운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에게는 비대면 진료가 유의미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OECD는 비대면 진료가 고령층이나 농어촌 거주자뿐 아니라, 평일 근무시간 내 병원 이용이 어려운 근로자들에게 유의미한 대안이며, 시간빈곤 문제 해결 수단으로 평가한 바 있다.
◇ 코로나가 문을 연 비대면 진료, “20~40대가 80%”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는 30여 년간 의료 취약지 거주자나 교도소 수감자 등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시행돼 왔다. 전환점은 코로나19였다. 2020년 11월 닥터나우는 국내 최초로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달을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엔데믹과 함께 제도는 시범사업 형태로 축소됐지만, 의료 공백이 발생하면서 2024년 2월부터 다시 한시적 전면 허용이 이뤄졌다. 현재는 기존 의료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닥터나우 이용자의 약 80%는 20~40대다. 이들이 주로 진료받는 질환은 감기, 생리통, 비염, 여드름 등 경증 질환이다. 최근에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관련 비대면 진료 수요도 늘고 있다. 정 대표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연령대이지만, 생업이나 육아로 인한 의료 지연도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비대면 진료의 숙제는 디지털 소외계층의 참여다. 고령층의 경우 자녀 등의 도움을 받아 서비스를 접한 뒤 반복 이용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 정 대표는 “누구나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 4월에는 장애인 사용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해 플랫폼이 포용적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려면 지속적인 피드백 수렴과 기술 혁신이 필수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 “법적 안정성 있어야 스타트업 사회문제 해결 활발해져”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고, 현재도 정책 아래 한시적 허용 상태인 만큼 제도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정 대표는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약 배송 허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비대면 진료는 가능하지만, 약은 직접 약국에 가서 조제받아야 한다. 그는 “치료의 연속성과 적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약 배송은 필수”라며 “OECD 38개국 중 한국을 제외한 37개국이 약 배송을 허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약 배송이 한때 한시적으로 허용되기도 했지만, 다시 금지되면서 지자체와의 협업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닥터나우는 2023년 서울시 제로페이와 협력해 약 배송비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으로 전환되면서 무산됐다. 정 대표는 “디지털 헬스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도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지금처럼 규제가 수시로 바뀌는 환경은 민간 혁신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가혹한 리스크”라고 했다. 이어 “정책 환경만 안정되면, 기술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을 지키는 데 충분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