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넘치고 협력은 없다…“환경기술, 지자체가 받아줄 통로 필요” [스타트업, 차기 정부에 바란다]

스타트업 릴레이 인터뷰 <4> 이노버스
[인터뷰] 장진혁 이노버스 대표

스타트업은 본래 시장의 혁신을 목표로 태어났으나, 이제 돌봄·환경 등 공공의 과제 해법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주요 스타트업을 만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 기여를 위해 차기 정부가 마련해야 할 정책적 과제를 물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한국 시민들은 페트병 분리배출을 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죠. 수거 체계와 선별 인프라가 따라주지 못하면서, 재활용이 실제로는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장진혁 이노버스 대표는 최근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자원순환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기술은 준비돼 있는데, 제도와 행정이 따라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장진혁 이노버스 대표는 투명 페트병만을 수거해 재생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노버스의 시스템이 분리배출을 하도록 한 정부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짚었다. /이노버스

이노버스는 2021년 AI 기반 투명 페트병 무인회수기 ‘쓰샘’을 선보였다. 투명 페트병을 자동으로 선별하고, 병 1개당 10원 상당의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수거된 병은 별도 가공 없이 바로 업사이클링이나 재생원료로 활용된다. 도입 이후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다. 2024년 한 해에만 650만 개의 페트병이 수거됐고, 사용자 5만 명이 참여했다. 최근에는 일회용 컵을 세척 후 수거하는 ‘쓰샘 리컵’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장 대표는 “페트병은 투명하게 배출되면 고품질 재생원료가 되는데, 기존 체계는 이 품질을 보존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정부가 요구한 분리배출 목적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자원을 회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20년부터 공동주택의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의무화하고, 2026년부터는 생수·음료 페트병에 재생원료 10% 이상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올해부터 식품용 페트병에 25% 이상 재생원료를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노버스가 회수기를 아파트 단지에 설치하려면 지자체 승인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수도권 공동주택의 80%가 아파트인데, 지자체 승인을 받아야만 설치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높다”며 “이런 사안은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거나, 지자체가 간소화 권한을 부여받는 방식으로 풀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자원순환을 위한 정책적 흐름은 강화되고 있다. 올해 2월, 정부는 생수·음료 페트병 제조 시 2026년부터 재생원료를 10%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2023년에 원료 생산자에게 3%의 재생원료 사용의무를 부여하던 것을 강화하며, 적용 대상을 보다 구체화했다. 강화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춘 것으로, 유럽연합은 올해까지 식품용 페트병 제조에 재생원료 25% 이상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2030년까지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진혁 이노버스 대표는 혁신을 주도하는 스타트업이 지자체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며 소통과 협업은 지자체가 문제 해결의 주체가 돼야 하는 환경 분야일 수록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노버스

장 대표는 “환경 문제는 지자체가 주체가 돼야 할 분야인데, 실제 협업은 거의 없다”며 현장의 괴리를 지적했다. 쓰샘 설치가 일부 지자체의 자원순환 KPI(성과 지표)에 포함되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연계는 드물었다는 것이다.

“한 지역에서 페트병을 모아도, 그 지역 선별장에 넘기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지역 기반 자원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죠.”

장 대표는 “스타트업이 지역 내 사업을 추진하려면, 지자체뿐 아니라 국회의원 등 예산과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인사들과의 접점이 더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은 실무자보다 리스크 감수 성향이 높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새로운 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공식적인 브리핑 기회가 마련되거나, 요청 시 수용성이 높아진다면 스타트업의 혁신이 지역사회와 더 효과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환경은 실험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1년에 2~3번쯤은 도전적 행정이 허용되고, 실패에 과도한 책임을 묻지 않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더 많은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인 만큼, 우리 사회가 이를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