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의 한 축이 된 중고거래 “정부 주도 아닌 유연한 지원을” [스타트업, 차기 정부에 바란다]

스타트업 릴레이 인터뷰 <3> 번개장터
[인터뷰]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

스타트업은 본래 시장의 혁신을 목표로 태어났으나, 이제 돌봄·환경 등 공공의 과제 해법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주요 스타트업을 만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 기여를 위해 차기 정부가 마련해야 할 정책적 과제를 물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중고거래는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넘어선 순환경제의 영역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하죠.”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는 최근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지속가능한 소비와 자원 순환을 위해선 정부의 경직된 규제가 아니라 민간의 실험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정책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0년 이전까지 중고거래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문자나 전화를 주고받는 방식이었다. 판매자는 계좌번호를, 구매자는 자택 주소를 공개해야 했고, 사기나 정보 비대칭 문제가 빈번했다.

번개장터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앱 기반의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을 선보였다. 상품 등록부터 채팅, 결제, 배송까지 하나의 앱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꿨다. 최 대표는 “중고거래는 여전히 개인 간 거래가 주를 이루기에, 기술과 서비스로 신뢰를 보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는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신뢰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 번개장터는 안전결제, 직접 검수 등의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번개장터

2024년 8월, 번개장터는 중고거래 플랫폼 최초로 안전결제를 거래 표준으로 도입했다. 구매자가 ‘구매 확정’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판매자에게 대금이 전달되지 않는 방식이다. 고가의 명품이나 디지털 기기 등은 번개장터가 직접 정품 여부와 작동 상태를 검수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중고거래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정책 협업도 한다. 2022년부터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중고거래 분쟁 해결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당근, 중고나라 등과 함께 ‘민·관 원스톱 분쟁조정 시스템’ 시범사업에도 참여했다. 플랫폼이 먼저 자율 조정을 시도하고, 미조정 시에는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가 중재에 나선다. 2024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전자제품, 의류, 대형가전 등 중고품 주요 카테고리의 분쟁해결 기준도 공동 수립했다.

거래의 편리함뿐만 아니라 최근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고거래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이자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1년 24조원에서 올해 43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가치관과 맞물려, 중고소비는 일상의 일부가 됐다.

2023년부터 번개장터는 성수동, 한남동 등 MZ세대 밀집 지역에서 오프라인 플리마켓을 운영해 왔으며, 2024년 9월에는 세종문화회관과 협업해 ‘번개 플리마켓 페스티벌’을 열었다. “지구에 당당한 소비”를 내건 이번 행사에는 1만5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최 대표는 “좋아했던 물건을 팔고, 원하는 물건을 사는 것만으로도 지속가능한 소비에 동참할 수 있다”며 “중고거래는 더 이상 부끄러운 소비가 아니라 취향을 표현하는 방식이다”고 언급했다.

작년 번개장터에는 4100만 건의 중고 물품이 등록됐고, 중고거래를 통해 총 340만 톤의 탄소 배출이 절감됐다. /2024 번개장터 세컨핸드 리포트 갈무리

중고거래는 순환경제의 한 축으로도 자리잡고 있다. 2024년 ‘번개장터 세컨핸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번개장터에 등록된 중고 물품은 4100만 건, 거래액은 약 2조5000억 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절감된 탄소 배출량은 340만 톤. 자동차로 지구를 37만 바퀴 주행할 때 배출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또한 23번 열린 오프라인 플리마켓에서는 1만5000여 개의 중고품이 거래돼 약 1300톤의 탄소가 절감된 것으로 추산된다.

최 대표는 “중고거래는 경제적 수단이자, 자립을 위한 기회”라고 강조한다. 번개장터는 누구나 소규모 셀러가 될 수 있는 ‘상점’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청년, 소상공인, 경력단절 여성 등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경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구나 셀러, 강사,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플랫폼은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단순한 수익 구조가 아니라, 기술이 자립 기반을 확장시키는 방식이죠.”

최 대표는 끝으로 “정부는 방향을 정하려 하지 말고, 민간이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며 유연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가장 큰 강점은 민첩성과 창의성이기 때문에 제도는 이들이 가진 역량을 기회로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며 “그래야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포용을 이끄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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