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의 한 축이 된 중고거래 “정부 주도 아닌 유연한 지원을” [스타트업, 차기 정부에 바란다]

스타트업 릴레이 인터뷰 <3> 번개장터 [인터뷰]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 스타트업은 본래 시장의 혁신을 목표로 태어났으나, 이제 돌봄·환경 등 공공의 과제 해법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주요 스타트업을 만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 기여를 위해 차기 정부가 마련해야 할 정책적 과제를 물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중고거래는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넘어선 순환경제의 영역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하죠.”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는 최근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지속가능한 소비와 자원 순환을 위해선 정부의 경직된 규제가 아니라 민간의 실험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정책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0년 이전까지 중고거래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문자나 전화를 주고받는 방식이었다. 판매자는 계좌번호를, 구매자는 자택 주소를 공개해야 했고, 사기나 정보 비대칭 문제가 빈번했다. 번개장터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앱 기반의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을 선보였다. 상품 등록부터 채팅, 결제, 배송까지 하나의 앱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꿨다. 최 대표는 “중고거래는 여전히 개인 간 거래가 주를 이루기에, 기술과 서비스로 신뢰를 보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8월, 번개장터는 중고거래 플랫폼 최초로 안전결제를 거래 표준으로 도입했다. 구매자가 ‘구매 확정’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판매자에게 대금이 전달되지 않는 방식이다. 고가의 명품이나 디지털 기기 등은 번개장터가 직접 정품 여부와 작동 상태를 검수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중고거래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정책 협업도 한다. 2022년부터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중고거래 분쟁 해결 체계를

비대면 진료도 ‘한시 허용’…불확실한 제도가 사회혁신 막는다 [스타트업, 차기 정부에 바란다]

스타트업 릴레이 인터뷰 <2> 닥터나우 [인터뷰]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 스타트업은 본래 시장의 혁신을 목표로 태어났으나, 이제 돌봄·환경 등 공공의 과제 해법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주요 스타트업을 만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 기여를 위해 차기 정부가 마련해야 할 정책적 과제를 물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일상에서 병원을 가기 어렵다는 건 단지 섬이나 산골의 어르신들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직장인, 자영업자, 육아 중인 부모에게도 병원은 ‘먼 곳’입니다.”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최근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의료 사각지대는 물리적 제약뿐 아니라, 시간과 환경 같은 상황적 요인으로도 생긴다”며 “비대면 진료는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병원을 가는 일은 기회비용이 높다”며 “특히 낮 시간 병원 이용이 어려운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에게는 비대면 진료가 유의미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OECD는 비대면 진료가 고령층이나 농어촌 거주자뿐 아니라, 평일 근무시간 내 병원 이용이 어려운 근로자들에게 유의미한 대안이며, 시간빈곤 문제 해결 수단으로 평가한 바 있다. ◇ 코로나가 문을 연 비대면 진료, “20~40대가 80%”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는 30여 년간 의료 취약지 거주자나 교도소 수감자 등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시행돼 왔다. 전환점은 코로나19였다. 2020년 11월 닥터나우는 국내 최초로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달을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엔데믹과 함께 제도는 시범사업 형태로 축소됐지만, 의료 공백이 발생하면서 2024년 2월부터 다시 한시적 전면 허용이 이뤄졌다. 현재는 기존 의료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자리

“공공데이터 더 많이 열어야 거브테크가 산다” [스타트업, 차기 정부에 바란다]

스타트업 릴레이 인터뷰 <1> 코딧 [인터뷰] 정지은 코딧 대표이사 스타트업은 본래 시장의 혁신을 목표로 태어났으나, 이제 돌봄·환경 등 공공의 과제 해법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주요 스타트업을 만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 기여를 위해 차기 정부가 마련해야 할 정책적 과제를 물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사태 때 정책 한 줄이 삶을 좌우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백신 수급부터 시장 유동성 확대가 기업·부동산 시장을 흔들었고, 관심이 폭주하며 코딧 사이트는 한때 접속 장애를 겪기도 했습니다.” 정지은 코딧 대표는 OECD에서 정책분석가로 8년간 근무하면서 정책이 사람들의 삶에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 경험은 ‘정책 데이터’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AI 기술을 활용한 정책 모니터링 스타트업 ‘코딧’이 만들어졌다. 2020년 설립된 코딧은 의안, 법령, 규제뿐 아니라 관련 보도자료,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의 발언까지 한데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핵심 고객은 기업·국회·지자체·정부 부처 등 정책 결정 주체들이다. 정 대표는 “국내외 기업들이 정부 움직임을 빠르게 파악해 전략을 세우고, 정부도 정책 개정 과정에서 코딧을 통해 관련 정보를 탐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식품 수입 안전관리 교육을 온라인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코딧을 활용해 관련 규정을 찾은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 이슈 때마다 정책 데이터 무료 개방…시민 참여 문턱 낮추다 코딧은 주력인 B2B 수익 모델을 유지하면서도, 정책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

인도네시아 20대 청년이 바꾸는 ‘커피의 미래’

[인터뷰] 아린다 카리나 렝갈리(Arinda Karina Renggli) ‘렝갈리 커피 컴퍼니’ 창업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북부 아체주(州)의 고산지대. 이곳에는 약 36개 마을, 2000여 명의 농민이 소속된 커피 협동조합 ‘페르마타가요(Permata Gayo)’가 있다. 농민들이 직접 자본을 출자하고 운영하는 이 협동조합은 인도양 쓰나미와 아체 지역의 무력 분쟁 이후 파괴된 커피 농장을 재건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됐다.  페르마타가요는 중간 유통단계를 생략하고 해외 바이어와 직접 거래하는 방식으로 가격 협상력을 확보했다. 농민들은 제값을 받고 안정적으로 커피를 판매할 수 있게 됐고, 이는 경제적 자립과 지역 복구로 이어졌다. 현재 이 협동조합은 매달 5~10 컨테이너, 약 100톤에서 200톤에 달하는 커피를 한국,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 “조합은 단순히 돈만 버는 조직이 아닙니다” 지난 9일 한국을 찾은 페르마타가요의 마케팅 매니저 아린다 카리나 렝갈리(Arinda Karina Renggli·25) 씨는 조합의 성과로 ‘커피 수출’보다 먼저 “구급차 5대”를 언급했다. 조합은 사업 수익으로 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구급차를 기증하고, HPV 백신 접종, 건강검진 장비 지원 등 보건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우리는 커피로 돈을 벌기만 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조합원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믿어요.” 협동조합은 농민에게 농기구를 지원하고, 가지치기·재배법·가공법 등 농업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여성 조합원을 위한 재봉교실과 보육 공간도 마련해 일과 돌봄이 병행 가능한 환경을 조성했다. 조합 내부에는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청년위원회’도 존재한다. 페르마타가요와 함께 자매 협동조합인 ‘코코와가요’ 소속 청년 약

임팩트 투자의 미래, ‘관계 자본’에 달렸다 [창간 15주년 특집]

[인터뷰] 로버트 김 JLIN LLC 매니징디렉터·MYSC 이사 지난해 말, 동남아 대표 유니콘으로 주목받았던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이피셔리(eFishery)’의 대규모 회계 조작 사건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뒤흔들었다. 이피셔리는 소규모 어민의 소득을 높이기 위한 사료 자동화 시스템을 제공하며, 기술 기반의 임팩트를 실현해 온 스타트업이었다. 테마섹,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급성장했지만,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의 매출을 1억5700만달러(한화 약 2280억원)에서 7억5200만달러(한화 약 1조900억원)로 부풀린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회사는 청산과 매각의 갈림길에 서 있다. 세 달 뒤엔 미국 스타트업 ‘프랭크(Frank)’의 창업자가 1억7500만달러(약 2497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학생들의 학자금 지원 신청을 간소화하는 플랫폼으로 주목받던 프랭크는 2021년 JP모건 체이스에 인수됐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 수를 30만명에서 400만명으로 부풀려 투자자와 인수사를 속인 사실이 드러났다. 임팩트를 내세운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신뢰를 저버리면서, 투자 생태계 전체에 성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15년 뒤 임팩트 생태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그 해답으로 ‘관계 자본(Relational Capital)’을 강조하는 이가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제레미 린의 패밀리오피스 ‘JLIN LLC’를 이끄는 로버트 김(Robert Kim) 매니징디렉터다. 지난 7일, <더나은미래> 창간 15주년을 맞아 로버트 김을 만나 ‘임팩트 투자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 임팩트를 말하면서, 사람을 잊는다면 로버트 김은 글로벌 임팩트 투자사 ‘캡록(Caprock)’에서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로 100건 이상의 임팩트 투자를 집행한 전문가다. 2022년부터는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제레미 린의 패밀리오피스인 JLIN LLC에 합류해 청소년과 지역사회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는 빚진 세대”…20대의 열정, 학교를 짓다

[인터뷰] 조수현 샛별학교 대표 “오늘은 병원 예약할 때 쓰는 표현부터 연습해볼게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열린금호교육문화관의 한 교실. 어르신, 청소년, 외국인이 함께 앉아 수업을 듣는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대부분 대학생이다. 이곳은 조수현(22) 대표가 설립한 청년 참여 비영리 평생교육기관 ‘샛별학교’다. 샛별학교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 다문화가정,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어 문해교육부터 검정고시 준비까지, 주 6일 수업을 연다. 총 28개 강좌 모두 맞춤형, 전액 무료다. ◇ 독일·미국서 배운 ‘사회적 책임’ 조 대표가 ‘사회’를 고민하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학교를 자퇴한 그는 국제로타리클럽의 ‘청소년 외교대사 프로그램’에 참가해 독일로 떠났다.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현지 가정에 머물며 학교에 다니고,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이다. “홍콩 이민자 가정, 환경 운동가 가정…그들과 지내며 난민 차별과 환경 문제를 피부로 느꼈어요. 독일 로타리클럽 어르신들께 파독 광부와 간호사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들이 누군가의 희생 위에 있다는 걸 깨달았죠.” 이 경험은 그에게 ‘사회적 책임’이라는 단어를 각인시켰다. 이후 미국 국무부 초청 장학생으로 아칸소주에 4개월간 머물면서 그는 또 다른 현실을 마주했다. “터널을 처음 본 사람들, 비행기를 타보지 못한 가정도 있었어요. 선진국 안에도 계층 격차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배경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는 걸 배웠습니다.” ◇ 검정고시 준비하며 키운 ‘교육봉사’의 꿈 2020년 귀국한 조수현 대표는 검정고시로 대학 진학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 사각지대의 현실을 절감했다. “서울 대학에 가려면 검정고시

여성 국회 진출·질병관리청 설립…몽골 변화 촉진하는 ‘한국형 협력’

[인터뷰] 최진원 주몽골 한국대사 한국과 몽골이 활발한 인적 교류를 넘어,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혁신을 위한 협력으로 발걸음을 넓히고 있다. 몽골은 전체 인구의 약 10%가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고, 현재 약 5만5000명의 몽골인이 한국에 거주 중이다. 2021년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고, 2022년부터는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교류가 더욱 확대됐다. 몽골은 젊은 인구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로 꼽힌다. 인구의 70%가 45세 이하이며, 2023년 경제성장률은 7%를 기록했다. 특히 구리와 석탄, 금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해 세계 10대 자원 부국으로 꼽힌다. 지난 16일, 몽골 울란바토르 주몽골 한국대사관에서 만난 최진원 한국대사는 “35년간 쌓아온 인적 교류라는 자산을 이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협력으로 나아갈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30년 이어진 개발협력…여성 정치참여 확대 두드러졌다 한국은 1995년 코이카(KOICA) 몽골 사무소 개소를 시작으로 다양한 개발협력(ODA) 사업을 추진해왔다. 몽골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세 기수 연속 한국의 ODA 중점협력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이 몽골에 제공한 무상원조 규모는 3400만 달러(한화 약 489억원), 유상원조는 6600만 달러(한화 약 950억원)에 달한다. 현재는 코이카뿐 아니라 다양한 기관이 협력에 참여하며 사업의 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몽골 ODA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여성 역량 강화 사업’이 꼽힌다. 최진원 주몽골 한국대사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코이카(KOICA)와 UNDP가 공동 추진한 이 사업이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에 큰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몽골은 국회의원 선거법을 개정해 여성 할당 비율을 기존 20%에서 30%로

“학교가 변하면, 사회도 변할 수 있습니다”

배우는 학교, 움직이는 청소년<2> [인터뷰] 앤서니 딕슨(Anthony Dixon) TASS 창립자 “학교는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실험하고 확산할 수 있는 작은 사회입니다.” 학교 운영 전반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국제 비영리 네트워크 ‘지속가능한 학교를 위한 연합(The Alliance for Sustainable Schools·이하 TASS)’를 만든 앤서니 딕슨(Anthony Dixon)은 “학생이 지속가능성을 ‘배우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일, 재단법인 아름다운커피와 공익미디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하고 금융산업공익재단이 주관한 ‘지속가능경제학교 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TASS는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금융업계에서 15년을 일하다 ‘환경과 관련된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 2018년 학교 대상 지속가능성 컨설팅 기관인 ‘메타노이아(Metanoia)’를 설립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건, 학교마다 겪는 문제도 비슷하고 해법도 비슷하다는 점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그 문제를 학교들끼리 공유하진 않고 있었죠. 그래서 ‘서로 배울 수 있는 실천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2022년 TASS가 탄생했습니다. 현재 20개국 135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고, 각 학교는 2명의 학생 대사를 두고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습니다.” ―왜 하필 ‘학교’였습니까. “학교는 하나의 작은 사회입니다. 도시나 국가보다 작지만, 오히려 그만큼 지속가능성을 실험하기에 유리한 공간입니다. 이해관계자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해보고 빠르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에서 자라는 학생들이 미래의 결정권자라는 점입니다. 교육은 느릴 수 있지만 세대를 바꿀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지속가능성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아이들이 10년, 20년 뒤 사회를 움직이는 리더가 될 겁니다.”

기술과 사회혁신의 만남… 카카오임팩트 ‘테크포임팩트’ 왜 시작했나

[인터뷰] 육심나 카카오임팩트 사무총장 “기술이 접목되면 사회문제 해결 속도가 4배 빨라집니다.” 육심나 카카오임팩트 사무총장(카카오 ESG 부사장)은 지난 21일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진행된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술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철학이 카카오임팩트 ‘테크포임팩트(Tech for Impact)’ 탄생의 배경이다. 2023년 시범사업으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개발자와 사회혁신가가 힘을 모아 사회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운영 방식은 두 가지. 대학 교과과정과 연계한 ‘캠퍼스 프로그램’과, 현업 개발자 중심의 ‘랩(Lab)’이다. 캠퍼스 프로그램은 대학과 재단이 공동으로 커리큘럼을 짜고, 현직 기획자, 개발자와 사회혁신가들이 수업에 참여한다. 수업 후 학생들이 실제 서비스를 구현하고 싶을 경우 후속 개발도 지원한다. 랩은 사회혁신가가 문제를 정의하면, ‘모두의 연구소’를 통해 개발자를 모집한다. 평균 12명이 팀을 꾸려 5개월간 매주 평균 약 10시간씩 모여 실제 서비스를 개발해 현장에 도입한다. ◇ 재난 대피 훈련 앱·돌고래 보호 앱 등 24개 기술 개발   카카오임팩트가 ‘테크포임팩트’를 시작한 이유는 뭘까. 육심나 사무총장은 “그동안 사회혁신가들을 지원하는 펠로우십 사업을 운영해 왔다”며 “그러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무리 뛰어난 사회혁신가라도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임팩트를 확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죠.” 펠로우십을 통해 수많은 혁신가들을 만났지만, 현장에서는 늘 기술 인력의 부족이 문제였다. 육 사무총장은 “임팩트 생태계에는 기술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그래서 ‘기술을 사회문제 해결에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테크포임팩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모두가 보건 혜택 받는 세상, AI가 앞당긴다”

[인터뷰] 크리스토프 벤(Christoph Benn) 헬스AI 이사장 세계는 고령화, 감염병 확산, 의료 인력 부족 등으로 보건의료 시스템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에 인공지능(AI)이 의료 혁신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헬스AI(HealthAI)’는 AI 기반 의료 기술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2023년 설립된 국제 비영리단체다. 현재 50개국 150여 개 기관이 헬스AI 커뮤니티(CoP)에 참여하고 있으며, AI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국제 기준 수립과 검증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국경을 초월한 보건의료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국제기구가 주도한 백신 공동 분배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COVAX)’에는 각국 정부와 민간 비영리 단체가 재원을 투자했고, 제약 회사들도 학계와 협력했다. 하지만 보건의료 협력은 현재 자금 조달을 넘어 다자주의 체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헬스AI는 각국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비영리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크리스토프 벤(Christoph Benn) 헬스AI 이사장도 이러한 협력 강화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 11일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AI가 의료 혁신을 이끌 수 있다”며, “한국이 이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AI가 의료·보건 분야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헬스AI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AI는 선진국과 저소득 국가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고령화가 진행 중인 선진국에서는 AI가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특히 노인 돌봄 서비스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의료

해외봉사단 뒤엔 ‘그들’이 있다…현장을 움직이는 조력자 이야기

[인터뷰] 김혜은·박종용 지구촌나눔운동 필드매니저 3만 명.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코이카(KOICA)가 해외에 파견할 봉사단원의 목표 숫자다. 해외봉사단은 단순한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얼굴이자 ‘민간 외교관’으로 불린다. 정부는 청년들이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 1년 이상의 장기봉사단뿐만 아니라 6개월 이내의 중기·단기 봉사단 파견을 늘리고 있다. 국제개발협력 NGO 중 한 곳인 지구촌나눔운동은 코이카 및 월드프렌즈코리아와 협력해 청년중기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도 캄보디아, 동티모르, 피지, 르완다 4개국에 청년 55명을 파견한다. 국내 1개월, 국외 4개월을 합쳐 총 5개월간의 봉사활동을 진행하며, 교육 개발 분야에 중점을 둔다. 지난해 60명에 이어 올해도 55명의 청년을 각국으로 파견한다. 하지만 봉사단원만큼이나 중요한 존재가 있다. 바로 봉사 현장을 조율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필드 매니저(이하 FM)’다. 지난 14일, 더나은미래는 지구촌나눔운동의 김혜은 르완다 매니저와 박종용 피지 매니저를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혜은(32) 매니저는 지난해 르완다에 FM으로 파견되며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첫발을 내딛었다. 반면, 박종용(55) 매니저는 이번이 첫 피지 방문이지만, 봉사단 관리 경력만 15년 차에 달하는 베테랑이다. ◇ 르완다에서 평화를 가르치다 르완다 봉사단을 관리하는 김혜은 매니저는 중기봉사가 단기간의 활동이라도 충분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1994년 대학살로 80~100만 명이 희생된 르완다는 봉사단의 목표가 원조를 넘어 평화의 기반을 다지고 주민 간의 화합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그중 하나가 ‘평화 마을’ 프로젝트다. 대학살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살아가는 이곳에서, 봉사단은 지역 주민을 위한 직업 멘토링

‘우리 마을 병원’ 만들어 왕진하는 동네 주치의 추혜인 [2025 포스코청암상]

‘2025 포스코청암상’ 봉사상 수상자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원장 인터뷰 처음부터 의사가 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해 겨울, 성폭력상담소에서 자원활동을 하던 중 한 피해자가 남긴 말을 듣고 삶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성폭력 피해자의 입장에서 진료해 줄 의사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한마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의료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절실한 것이라면, 자신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 끝에 이듬해 의과대학으로 다시 입학했다. 그리고 수년 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병원’을 직접 만들었다. 그는 지난달 22일 ‘2025 포스코청암상 봉사상’을 공동 수상한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원장이다. 추 원장은 의대 진학 후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며 “여성이 직접 참여해서 만들고 운영하는 ‘의료협동조합’을 세우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의료협동조합’은 일반적인 병원과 다르게 “개인 의사가 아닌 시민과 의료인이 협동해 만들고 운영하는 조직”으로, 조합원의 출자금을 통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이다. 추 원장은 여성운동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 함께 2012년 살림의원을 만들었다. ◇ 시민과 함께 만든 병원에서 ‘의료의 기본’을 지키다 살림의원의 시작은 단순한 개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환자를 위한 의료’가 사라진 현실에 대한 도전이었다.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서는 환자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않고 30초 만에 진료를 끝내도, 15분 동안 꼼꼼하게 상담을 해도 진찰료는 똑같다. 그러다 보니 의료기관들은 진료보다는 검사와 처치를 늘려야 수익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추 원장은 이 구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