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5주년 특별 기획] 국내 30대 기업 대표 사회공헌 조사 <2>
기업 사회공헌 3대 과제는 경제 불평등·복지 한계·기후 위기
2025년, 국내 주요 기업들은 사회공헌의 활동으로 어떤 사회문제에 주목하고 있을까. <더나은미래>가 매출 상위 30대 기업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득 양극화’, ‘복지 제도의 미비’, ‘지구온난화’가 기업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회문제로 나타났다. 사회문제 분류는 CSES와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정부와기업센터가 2017년 개발한 ‘신(新) 사회문제 분류체계’를 기준으로 삼았다.

응답 기업 23곳 중 절반 가까운 11곳이 ‘소득 양극화 심화’, 10곳은 ‘복지 제도의 미비’를 주요 대응 과제로 꼽았고, 7곳은 ‘지구온난화’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는 경제적 불평등과 복지 시스템의 한계, 기후위기가 현 시점에서 기업 사회공헌에서도 핵심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 기업 18곳이 미래세대 책임질 ‘아동·청소년’ 선정
지원 대상군으로는 단연 ‘아동·청소년(18곳)’이 가장 많이 지목됐다. 기업들은 사회공헌 대상으로 아동·청소년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자, 미래를 책임질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일부 기업은 “공교육 시스템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영역에 개입함으로써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래세대의 성장에 기여하는 방식은 기업의 이미지와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어,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분야로 꼽힌다.
LG이노텍은 ‘아이 Dream Up’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 대상 과학교육과 시력 보호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초록우산, 한국실명예방재단 등과 손잡고 2011년부터 ‘소재·부품 과학교실’을 운영 중이며, 최근 3년간 약 1만 명의 아동이 참여했다.
올해부터는 자사의 광학 기술을 활용한 저소득층 아동 대상 시력 보호 사업도 본격화했다. 이동 안과 검진과 치료비 지원을 통해 실명 예방에 나선 것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카메라 모듈은 사람의 ‘눈’과 같은 기능을 한다”며 “광학 기술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시력을 지키는 일은 곧 우리가 가진 역량으로 미래를 보호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2024년부터 어린이 교통·재난 안전교육 프로그램 ‘종합안전체험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사업장 인근 체육관을 대관해, 교통안전·화재대피 등 12개 주제의 체험형 교육을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제공 중이다. 또한 2010년부터는 전국 초등학교에 149만 개의 투명우산을 보급, 아동 교통사고 예방 활동을 15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LG화학이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꼽은 ‘라이크그린’은 ‘미래세대 ESG 리더 양성’을 목표로 한다. 기아대책과 협력해 ▲ESG 콘텐츠를 확산하는 ‘그린TALK’ ▲학교 및 돌봄기관에 교육자료를 제공하는 ‘그린클래스’ ▲임직원이 참여하는 아동·청소년 대상 ESG 교육 및 진로 멘토링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누적 수혜 인원은 약 27만 명에 달한다. LG화학 관계자는 “사람과 자원을 연결하는 ‘그린 커넥터(Green Connector)’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아동·청소년들이 ESG를 이해하고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 확장되는 지원 범위…남겨진 사각지대는?
기업의 사회공헌 대상은 주로 ‘아동·청소년’에 집중돼 왔으나, 최근에는 중장년층(8곳), 청년층(6곳) 등 세대별 지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청년 대상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는 CJ제일제당의 ‘나눔냉장고’ 사업이 있다. CJ제일제당은 2021년부터 서울시와 함께 서울 청년센터 10여 곳에 냉장고를 설치해 햇반과 냉동식품 등 식품 꾸러미를 비치하고, 영양 자가진단과 식습관 개선 교육도 함께 제공한다. 햇반 용기를 반납하면 새 꾸러미를 제공하는 ‘자원순환 구조’도 갖췄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식품 꾸러미를 받은 청년은 2024년 기준 약 1만3000명에 달한다. 참여 청년들은 “소박한 한 끼가 일상을 유지하게 해준다”, “음식을 넘어 사회가 보내는 지지와 위로를 느꼈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나눔냉장고는 기업이 젊은 세대의 ‘꿈지기’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며 “식생활 안정과 환경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을 사회공헌 주요 대상으로 꼽은 기업은 5곳에 그쳤고, 이주배경주민 및 다문화가정을 지원 대상으로 선택한 곳은 3곳에 그쳤다. 기아는 “최근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국내에 다문화가정이 빠르게 늘고 있어, 이들의 안정적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은 “이주배경주민은 언어·문화 장벽으로 금융·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며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것이 포용적 사회 구현의 첫걸음이라는 판단하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응답 기업 중 2025년 사회공헌 주요 대상으로 ‘정서 취약계층’을 선택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다만 롯데케미칼(mom 편한 음악놀이), 신한은행(ESG 상생 프로젝트) 등 프로그램 일부에 심리적 회복·정서 안정 지원이 포함된 경우는 확인됐다.
조유현·김규리·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