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30곳이 ‘픽한’ 국내 NGO 1순위는?…“신뢰는 기본, 전략적 제안 필요” [2025 사회공헌 리포트]

[창간 15주년 특별 기획] 국내 30대 기업 대표 사회공헌 조사 <3> 
“이젠 실행자가 아니라 전략 파트너”…기업의 기대도 바뀌고 있다

“협력의 이유는 신뢰, 갈등의 이유는 전략적 미스매치.” 

국내 주요 기업 30곳이 말하는 기업 사회공헌 파트너십의 현주소다. <더나은미래>가 국내 3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공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가장 많이 주요 파트십 단체로 꼽은 곳은 초록우산(8곳)이었다. 이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5곳), 세이브더칠드런과 굿네이버스(각 4곳) 등이 뒤를 이었다. 모두 전국 조직망을 갖춘 대형 NGO로, 규모와 브랜드 인지도, 사업 경험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역량을 갖춰 기업에 안정감을 준다는 평가다. 

실제 기업들이 NGO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신뢰도(22곳)’와 ‘전문성(19곳)’이었다. 오랜 협력 관계(16곳)도 주요 요소로 꼽혔다.

◇ 기업, NGO에 ‘전략적 동반자’ 역할 기대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기업들이 NGO에 기대하는 역할이 ‘실행’에서 ‘전략 기획’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프로그램 집행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함께 기획하고 설계하는 ‘공동 기획자’이자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다.

설문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약 61%(14곳)가 NGO에게 가장 바라는 역할로 ‘새롭고 혁신적인 사회공헌 아이디어 제안’을 꼽았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사회공헌 트렌드와 현장의 필요를 반영한 제안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동일하게 ‘투명한 예산 사용과 보고 체계 구축(14곳)’도 중요한 부분으로 꼽혔다. 또한, ‘사회공헌의 정량적·정성적 성과 지표 설정 및 공개(12곳)’에 대한 요구도 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성과 또한 수혜자 수나 집행금액처럼 정량적으로 정리되어야 설득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기업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기대하는 기업도 10곳에 달했다. 

◇ 비즈니스 연계 미흡과 성과 평가 문제, 협력의 걸림돌 

기업들이 NGO 협력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기업과의 전략적 연결이 약하다’는 점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NGO와의 파트너십에서 느끼는 구조적 한계와 갈등 요인도 털어놨는데, 가장 큰 문제로는 ‘비즈니스와 연계되는 사회공헌 제안이 부족하다’는 점이 꼽혔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CSR을 넘어 비즈니스와 연계된 사회공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NGO 제안이 기관의 정체성에 치우쳐 있어 기업의 니즈와 맞지 않을 때가 많다”고 했다. SK하이닉스 측도 “‘왜 우리 기업이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한 제안이 많다”며, “기업의 업(業) 특성과 비전에 부합하는 맞춤형 기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과 측정의 어려움도 언급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영리 기업은 사회공헌 활동이 정량적으로 평가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때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면서 “이러한 성과는 다른 기업의 참여를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식품 기부의 효과는 기부량이나 장부가액 중심으로만 평가되지만, 폐기물 저감에 따른 탄소 감축, 식품의 공익적 분배 같은 환경·사회적 가치도 공론화되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구와 평가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도 사회적 가치의 측정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투입 대비 효용, 즉 사회적 성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후원 결정과 사업 실행을 신속히 검토하려면 NGO마다 자체적인 사회성과 산정 기준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다”고 말했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은 기업과 비영리의 협업이 효과를 내려면, 상호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영리는 기업의 비즈니스를, 기업은 비영리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양측의 관점을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인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과를 높이기 위해선 업무 방식과 속도의 차이를 인지하고 조율하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파트너십의 취지를 살리려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사회공헌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유현·김규리·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