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이어온 사회공헌…절반은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2025 사회공헌 리포트]

[창간 15주년 특별 기획] 국내 30대 기업 대표 사회공헌 조사 <4>
‘단기 이벤트’ 넘은 장수 프로젝트들…평균 운영 기간 18년

기업 사회공헌이 단기 이벤트를 넘어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나은미래>가 공익 싱크탱크 그룹 ‘더미래솔루션랩’과 함께 국내 매출 상위 3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대표 프로그램을 10년 이상 운영 중인 기업은 12곳(48%)에 달했다. 평균 운영 기간도 약 18년에 이르러, ‘지속성’이 대표 사회공헌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고 있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름만 들어도 떠올라” 브랜드가 된 사회공헌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은 삼성화재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성사업을 1993년부터 올해로 32년째 이어오고 있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인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며 직접 기획을 지시했던 사업이다.

1994년 첫 안내견 ‘바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304마리가 시각장애인의 눈이 돼 줬고, 현재도 85마리가 활동 중이다. 안내견은 단기간에 길러지지 않는다. 생후 2개월까지는 훈련학교에서 돌보고, 이후 자원봉사 가정 ‘퍼피워커’에게 위탁돼 약 1년간 사회화를 거친다. 지금까지 2000여 가정이 퍼피워커로 참여했다. 

<더나은미래>가 공익 싱크탱크 그룹 ‘더미래솔루션랩’과 함께 국내 3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중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가장 오래 운영하고 있는 곳은 1993년부터 안내견 양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화재다. 삼성화재는 32년간 304마리의 안내견을 양성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

삼성화재는 “초기에는 국내에 관련 전문가도 없어서 해외에서 직접 배워야 했다”며 “지금은 일본에서 견학 올 정도로 체계화된 시스템”이라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2013년 <더나은미래> 사회공헌 인지도 조사에서도 ‘가장 인지도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꼽힌 바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2023년에는 안내견 학교의 견사 규모를 두 배로 넓혔다”며 “앞으로도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더욱 행복한 동행을 이어갈 수 있도록 30년 후를 내다보며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서도 20년 넘게…미국 소아암 지원부터 몽골 사막숲 조성까지 

해외에서의 장기 활동도 눈에 띈다. 현대자동차는 1998년 미국에서 시작한 ‘호프 온 휠스(Hope On Wheels·바퀴에 희망을 싣고)’를 통해 소아암 연구와 치료를 후원해왔다. 소아암은 미국 어린이 사망에 있어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내 딜러와 함께 설립한 비영리재단 ‘호프 온 휠스’를 통해 차량 1대당 일정 금액을 적립하고, 여기에 현대차가 매칭 기부를 더하는 구조다.

지금까지 총 1300여 개 연구 프로젝트를 후원했고, 미국, 호주, 한국 등지에서 총 37만5000명의 환아를 지원했다. 누적 기부액은 약 2억7700만 달러(한화 약 3800억 원)에 달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아암 종식을 목표로 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전역으로 활동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미 시장에서의 ‘사회적 신뢰 구축’까지 고려한 장기 전략이다.

현대차의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진행하는 ‘호프 온 휠스(Hope On Wheels)’다. 미국 현지 딜러와 공동으로 설립한 비영리재단을 통해 소아암 연구와 치료를 후원하고 있다. 27년째 운영 중인 장수 프로그램이며, 대한항공의 몽골 숲 조성 사업과 더불어 국내 30대 기업 중 해외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현대차

대한항공은 몽골 울란바타르 인근 사막화 방지를 위해 2004년부터 ‘대한항공 숲’을 조성해왔다. 대한항공은 “이 지역은 몽골 석탄 수요의 60%를 담당하는 노천 탄광지로, 심각한 분진 피해가 지속돼 도심형 방풍림 조성이 시급했다”고 설명했다. 매년 신입사원들이 직접 현지를 찾아 나무를 심고 관리한 결과, 여의도공원의 두 배에 달하는 44ha 숲이 만들어졌다. 

현지 숲에는 총 12만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고, 생태계 복원 효과로 종달새, 여우 등 야생동물도 돌아오고 있다. 2019년 자동급수시스템 도입 후 생장률은 95%에 달한다. 해당 숲은 현지 학교 소풍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이 숲은 한-몽 우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며 “2009년에는 몽골 정부로부터 ‘자연환경 최우수 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 공공기관과 손잡고 지속가능성 증폭시키기도

공공기관과의 협업도 장수 프로그램의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이마트는 2012년부터 서울·경기·대구의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손잡고 ‘희망배달마차’를 운영 중이다. 파트너단체인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수혜 대상을 선정하면, 이마트가 냉동탑차와 물품, 운영비를 지원하고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현장 봉사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단순한 물품 기부를 넘어, 수혜자가 필요한 품목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사전 수요조사를 통해 40~50종의 물품을 선정하고, ‘노브랜드’와 ‘피코크’ 등 이마트 PB상품을 포함한 식료품과 생필품을 실은 차량이 현장으로 찾아간다. 지금까지 약 38만7000가구에 생필품을 전달했으며, 연간 약 3만 세대에 10억 원 규모의 물품이 지원되고 있다. 

에쓰오일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소방청과 협력해 ‘영웅지킴이’ 를 운영하고 있다. 정유산업이 화재 위험이 큰 만큼 소방관의 역할을 알고 협력 기관과 지역사회의 안전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 장수 파트너십의 요인으로 꼽힌다. /에쓰오일

S-OIL은 2006년부터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소방청과 함께 ‘영웅지킴이’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소방청은 지원 대상자 선정과 공식 행사를 주관하고, S-OIL은 재정 지원과 함께 사회공헌 캠페인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확산시킨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 수혜자 관리 등 실질적인 실행을 담당한다. 그 결과 2006년 소방영웅지킴이를 시작으로 2008년 시민영웅, 2013년 해경영웅까지 지원 대상을 점차 확대해왔다. 지금까지 총 4700여 명에게 145억 원이 전달됐다.

우용호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센터장은 “S-OIL은 화재 위험이 큰 업의 특성상 소방관의 역할을 잘 알고 있었다”며 “재난 대응 인프라 강화와 안전한 지역사회라는 공동 목표 아래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아동 교육을 사회공헌 테마로 잡은 SK하이닉스(하인슈타인·ICT 교육 격차 해소), LG디스플레이(눈 건강 지킴이 활동·교육 뮤지컬), LG이노텍(소재부품 과학교실·과학교구 제작 체험 제공) 등도 장기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유현·김규리·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