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에게 물었다, “굿즈가 있으면 더 기부하시나요?” [굿즈의 시대, 기부를 다시 묻다]

굿즈는 기부 참여의 ‘입구’일 뿐, 결정은 결국 메시지와 신뢰
응답자 절반 “굿즈와 무관”…캠페인 차별화와 투명성 기대 높았다

‘굿즈를 주면, 기부도 따라온다.’

이제 팔찌, 반지,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앞세운 온라인 기부 캠페인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일명 ‘굿 굿즈(Good Goods)’는 비영리단체의 모금 전략에서 빠지지 않는 수단이 됐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굿즈 중심의 기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더나은미래>는 공익 싱크탱크 그룹 ‘더미래솔루션랩’과 함께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프로’를 통해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전국 성인 1014명을 대상으로 ‘기부 굿즈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이 굿즈 캠페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굿즈에 담긴 메시지(32.4%)’였다. ‘디자인·실용성(26.8%)’, ‘기부금 사용처(25.5%)’가 뒤를 이었고, ‘브랜드 협업 여부(9.5%)’, ‘홍보에 등장한 인물(5.6%)’ 순으로 나타났다.

‘굿즈 중심의 기부 캠페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중복 응답)’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1.7%가 “사회적 가치와 상업성이 애매하게 섞여 있다”고 답했다. 이어 “특별한 감정은 없다(25.9%)”, “디자인은 좋지만 메시지가 약하다(24.4%)”, “기부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20.7%)”는 응답이 뒤따랐다.

◇ 응답자 절반 “굿즈 유무와 관계없이 기부 결정”

응답자의 43.2%는 “굿즈(답례품) 제공이 기부 참여율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기부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는 물음에는 절반 이상(50.6%)이 “굿즈 유무와 무관하다”고 답했다. “굿즈가 있으면 더 기부하게 된다”는 응답은 15.6%에 그쳤다.

이수현 나눔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굿즈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있지만, 개인의 기부 결정을 직접적으로 이끄는 동기까지는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부자 입장에서는 굿즈가 기부의 상징이기보다는 홍보용 수단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굿즈 중심의 캠페인이 비영리 단체 간 경쟁을 지나치게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응답자의 43.8%는 “굿즈 캠페인이 단체 간 과열 경쟁을 부추긴다”는 점에 공감했다. 특히 2030대보다 5060대일수록 굿즈에 덜 반응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기부 여부와 굿즈가 무관하다고 답한 비율은 ▲20대 35.5% ▲30대 42.8% ▲40대 47.7% ▲50대 54.6% ▲60대 59.7%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더 컸다

◇ 굿즈보다 중요한 건 ‘기부금이 어디에 쓰이느냐’

그렇다면 시민들이 기부 참여를 결정하고 기부단체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1순위로 꼽힌 것은 ‘기부금 사용의 투명성·효과(60.1%)’였다. 그 뒤를 ‘기부금이 쓰이는 목적(24.6%)’ , ‘단체의 인지도(6.3%)’, ‘단체의 전문성(4.4%)’, ‘굿즈의 제공 여부(4.6%)’가 이었다.

‘투명성’은 굿즈 캠페인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향후 굿즈 캠페인에서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은 ‘기부금 사용 내역의 투명한 공개 및 커뮤니케이션(44.8%)’이었다. 이어 ‘무형 중심 캠페인의 전환(18.0%)’, ‘굿즈가 아닌 새로운 기부 방식의 실험(17.4%)’, ‘친환경 소재나 윤리적 제작 방식의 확대(12.3%)’, ‘디자인·콘셉트의 다양화(7.4%)’ 순으로 나타났다.

굿즈 없이도 참여하고 싶은 기부 캠페인의 모습에 대해 시민들은 ‘기부금의 사용처와 변화를 데이터나 사례로 보여주는 캠페인(36.8%)’을 가장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기부자가 굿즈 자체보다 기부 이후의 변화, 즉 ‘효과성’과 ‘투명성’에 더욱 큰 가치를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굿즈 없이도 진심 어린 메시지나 편지로 응답하는 캠페인(19.2%) ▲내가 공감하는 사회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는 캠페인(16.8%) ▲셀럽 대신 보통 시민이 중심이 되는 캠페인(15.2%) ▲당사자나 현장의 ‘사람 이야기’를 전하는 캠페인(11.9%) 순이었다.

김규리·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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