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해서 기억 안 나요”…굿즈의 차별화는 가능한가 [굿즈의 시대, 기부를 다시 묻다]

7개 NGO 굿즈 이미지, 응답 43% “단체 유추 못 해”
정체성·메시지 담은 전략 필요

‘굿 굿즈’가 쏟아지고 있다. 팔찌, 반지, 목걸이…이제 액세서리는 NGO 캠페인의 얼굴이자 유인 장치가 됐다. 하지만 상당수의 시민들은 이 굿즈들을 구분하지 못했다. 상품은 눈에 띄었지만, 브랜드는 남지 않았다.

<더나은미래>는 공익 싱크탱크 그룹 ‘더미래솔루션랩’과 함께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프로’를 통해 시민 1014명에게 7개 기관(▲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유니세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세이브더칠드런 ▲밀알복지재단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실제 SNS용 굿즈 홍보 이미지를 기관명을 가린 채 보여주고 반응을 조사했다.

응답자 10명 중 4명(37.6%)이 “기부(캠페인)보다는 상품 광고 같다”고 답했다. “디자인은 예쁘지만 어떤 활동인지 알기 어렵다(32.7%)”, “모두 비슷비슷해 보인다(32.1%)”는 응답도 뒤를 이었다.

‘어느 단체의 캠페인인지 유추 가능했느냐’는 질문에는 43.4%가 “전혀 유추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1~2개 정도는 짐작이 갔다”는 38.6%, “절반 이상은 감이 왔다”는 12.4%, “대부분 유추 가능했다”는 5.6%에 불과했다.

굿 굿즈 SNS 이미지를 본 시민들 사이에서는 의문이 이어졌다. 한 20대 남성은 “장신구 광고처럼 보여 남성들은 후원에 관심 없을 것 같다”며 “저렇게 해서 정말 기부가 늘어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상품이 있으면 사람들이 정말 많이 기부할까 의구심이 들었다”고도 말했다.

◇ “팔찌를 만든다고 다 같은 팔찌는 아니다”

굿즈가 기부 캠페인의 상징이 되면서 NGO들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어떻게 다르게 보일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굿피플 관계자는 “기관의 정체성을 담은 굿즈 개발을 위해 내부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캠페인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된다. 기아대책은 2023년까지는 스톤헨지, 로이드 등 유명 주얼리 브랜드와 협업했지만, 올해 1월 시작한 ‘2025 희망팔찌 캠페인’에서는 기독교 정체성을 담은 주얼리 브랜드 ‘토브 라피스 니제르’와 손잡았다.

서정아 기아대책 나눔마케팅팀장은 “인지도 높은 브랜드와의 협업은 주목도에서는 유리하지만, 단체의 정체성을 전달하기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엔 기아대책의 방향성과 맞는 브랜드를 직접 찾았다”고 설명했다.

유니세프는 지난해 말 패션잡지 ‘마리끌레르’와 협업해 2025년 1월호에 ‘유니세프 팀’ 팔찌 화보를 실었다. 조종현 유니세프 후원본부장은 “후원과 거리가 먼 패션 매체에 굿즈를 노출함으로써, ‘유니세프 팀’이 하나의 브랜드처럼 인식되길 바랐다”며 “모금 페이지나 굿즈는 따라할 수 있지만, 기획 의도와 방향까지 복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디자인이 아니라, 메시지로 기억돼야 합니다”

“많은 NGO 기관이 굿즈를 내고 있잖아요. 비슷비슷한 굿즈 사이에서 우리만의 의미를 담지 않으면 기억에 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얼리 브랜드와 협업한다면 기관의 대표성을 담기도 어렵고요.”

외부 브랜드 협업 대신 자체 제작을 택한 세이브더칠드런의 최지희 나눔마케팅부문장의 말이다. 2022년 9월 출시한 ‘세이브원’ 팔찌는 긴급구호 활동을 상징하는 구조 로프에서 디자인을 착안했다.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현장의 메시지를 담은 구조물인 셈이다. 기관의 상징색인 빨간색을 기본으로, 매년 모금 주제에 맞춰 팔찌 디자인을 재구성한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적인 홍수와 태풍 피해를 반영해 이를 상징하는 녹색 팔찌를 제작했다.

최지희 세이브더칠드런 나눔마케팅부문장은 “굿즈는 모금만이 아니라 캠페인의 목적과 내용을 홍보하는 수단”이라며 “캠페인 메시지를 더 오래 남기기 위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규리·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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