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8일(금)

해외봉사단 뒤엔 ‘그들’이 있다…현장을 움직이는 조력자 이야기

[인터뷰] 김혜은·박종용 지구촌나눔운동 필드매니저

3만 명.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코이카(KOICA)가 해외에 파견할 봉사단원의 목표 숫자다. 해외봉사단은 단순한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얼굴이자 ‘민간 외교관’으로 불린다. 정부는 청년들이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 1년 이상의 장기봉사단뿐만 아니라 6개월 이내의 중기·단기 봉사단 파견을 늘리고 있다.

르완다에서 김혜은 필드매니저(맨 뒤 오른쪽)가 청년중기봉사단원, 현지 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지구촌나눔운동

국제개발협력 NGO 중 한 곳인 지구촌나눔운동은 코이카 및 월드프렌즈코리아와 협력해 청년중기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도 캄보디아, 동티모르, 피지, 르완다 4개국에 청년 55명을 파견한다. 국내 1개월, 국외 4개월을 합쳐 총 5개월간의 봉사활동을 진행하며, 교육 개발 분야에 중점을 둔다. 지난해 60명에 이어 올해도 55명의 청년을 각국으로 파견한다.

하지만 봉사단원만큼이나 중요한 존재가 있다. 바로 봉사 현장을 조율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필드 매니저(이하 FM)’다. 지난 14일, 더나은미래는 지구촌나눔운동의 김혜은 르완다 매니저와 박종용 피지 매니저를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혜은(32) 매니저는 지난해 르완다에 FM으로 파견되며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첫발을 내딛었다. 반면, 박종용(55) 매니저는 이번이 첫 피지 방문이지만, 봉사단 관리 경력만 15년 차에 달하는 베테랑이다.

◇ 르완다에서 평화를 가르치다

르완다 봉사단을 관리하는 김혜은 매니저는 중기봉사가 단기간의 활동이라도 충분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1994년 대학살로 80~100만 명이 희생된 르완다는 봉사단의 목표가 원조를 넘어 평화의 기반을 다지고 주민 간의 화합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르완다 청년중기봉사단을 맡은 김혜은 매니저가 작년 봉사단이 르완다에서 수행한 업무와 성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구촌나눔운동

그중 하나가 ‘평화 마을’ 프로젝트다. 대학살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살아가는 이곳에서, 봉사단은 지역 주민을 위한 직업 멘토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마을 청년들이 모일 공간이 부족해 창고를 개조해 커뮤니티 센터를 마련했고, 초기에는 한국 봉사단이 멘토를 초빙했지만 지금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멘토링을 이어갈 정도로 정착됐다. 현지 NGO인 ‘르완다 위 원트’가 사업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지역사회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김혜은 매니저는 “한국 단원들이 떠나도 프로그램이 지속되도록 현지 파트너들과 함께 운영 방식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르완다에서는 대학살 생존자 인터뷰 아카이브 구축, 청소년 평화 토론 및 영화 제작 동아리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올해 파견될 봉사단도 이를 이어받는다.

◇ 봉사의 성패는 봉사자의 태도에 달려있다

1995년 필리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국제개발협력 영역에서 일했던 박종용 매니저는 “봉사의 성패는 지원 시스템보다 봉사자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공동체를 위해 협력할 때,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피지 청년중기봉사단을 맡은 박종용 매니저가 봉사단원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구촌나눔운동

청년 단원이 현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파견 기관과 필드 매니저의 역할이다. 국내 연수 기간 동안에는 현지어 강사를 초빙해 언어와 문화 교육을 실시하고, 일대일로 매칭된 현지 봉사자들과 미리 교류할 기회를 제공한다. 박종용 매니저는 “봉사단원이 현지 기관과 마찰을 겪을 때 이를 숨기려는 경우가 많다”며 “매일 안전 점검과 개별 상담을 통해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고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은 매니저는 박종용 매니저의 말에 공감하며 이와 함께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낯선 환경에서 열린 태도를 유지하려면 기본적인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며 “파견 전부터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청년들이 해냈다는 자신감 안고 돌아가길”

작년 코이카 청년중기봉사단원은 400명으로, 2023년 151명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박종용 매니저는 “파견 기간이 짧아지면서도 효율적인 프로그램 운영이 강조되는 추세”라며 “단기 봉사가 많아질수록 현장을 통솔하는 필드 매니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혜은 매니저는 코이카의 6개월 프로젝트 봉사단 경험 덕분에 국제개발협력 분야로 진로를 결정했다. “처음에는 초등학교에서 교육 봉사를 하며 관심을 가졌고, 이후 전공인 음악을 살려 르완다에서 활동할 기회를 얻었다”는 그는, 봉사 기간을 연장하며 지구촌나눔운동의 제안을 받아 필드 매니저로 일하게 됐다. 봉사 경험이 국제개발협력 인재로 성장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대표적 사례다. 봉사활동을 마친 후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10%에서 많게는 20%까지 된다.

5개월간의 봉사 경험이 청년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길 바라는지 묻자, 두 매니저는 공통적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박 매니저는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고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것”이라며 “목표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해외 봉사는 삶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은 매니저는 마지막으로 “해외 봉사는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값진 도전이 될 수 있다”며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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