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변하면, 사회도 변할 수 있습니다”

배우는 학교, 움직이는 청소년<2>
[인터뷰] 앤서니 딕슨(Anthony Dixon) TASS 창립자

“학교는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실험하고 확산할 수 있는 작은 사회입니다.”

학교 운영 전반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국제 비영리 네트워크 ‘지속가능한 학교를 위한 연합(The Alliance for Sustainable Schools·이하 TASS)’를 만든 앤서니 딕슨(Anthony Dixon)은 “학생이 지속가능성을 ‘배우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일, 재단법인 아름다운커피와 공익미디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하고 금융산업공익재단이 주관한 ‘지속가능경제학교 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지난 10일 ‘지속가능경제학교 포럼’에 연사로 참여한 앤서니 딕슨(Anthony Dixon) TASS 창립자가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윤선진 작가

―TASS는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금융업계에서 15년을 일하다 ‘환경과 관련된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 2018년 학교 대상 지속가능성 컨설팅 기관인 ‘메타노이아(Metanoia)’를 설립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건, 학교마다 겪는 문제도 비슷하고 해법도 비슷하다는 점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그 문제를 학교들끼리 공유하진 않고 있었죠. 그래서 ‘서로 배울 수 있는 실천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2022년 TASS가 탄생했습니다. 현재 20개국 135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고, 각 학교는 2명의 학생 대사를 두고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습니다.”

―왜 하필 ‘학교’였습니까.

“학교는 하나의 작은 사회입니다. 도시나 국가보다 작지만, 오히려 그만큼 지속가능성을 실험하기에 유리한 공간입니다. 이해관계자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해보고 빠르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에서 자라는 학생들이 미래의 결정권자라는 점입니다. 교육은 느릴 수 있지만 세대를 바꿀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지속가능성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아이들이 10년, 20년 뒤 사회를 움직이는 리더가 될 겁니다.”

―구체적으로 TASS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요?

“학교 운영 전반에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다섯 가지 중점 영역(통학버스, 급식, 교복, 건물, 교육)을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참여를 위해선 먼저 교장이 ‘지속가능성 헌장’에 서명해야 합니다. 헌장에는 교육자·지역사회 시민·국제 연대라는 세 가지 책임과 ▲지속가능성 교육 실천 ▲에너지·자원 절감 목표 수립 ▲친환경 캠퍼스 조성 등 여덟 가지 실천 항목이 담겨 있습니다. 학교는 이를 바탕으로 자율적인 실천 목표를 세우고, 그 결과는 학생 대사들이 직접 평가합니다. 말하자면 교장이 학생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성적표를 받는 구조죠. 외부 기준이나 일률적 평가가 아닌, 학교 내부의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운영됩니다.”

앤서니 딕슨(Anthony Dixon) TASS 창립자의 모습. /윤선진 작가

―왜 교육뿐 아니라 통학버스, 급식, 교복, 건물 같은 학교 운영 전반에도 주목하나요?

“지속가능성은 시스템 차원의 문제입니다. 단순한 행동 변화만으로는 부족하죠. 그래서 우리는 학교 전체의 구조, 즉 운영 시스템을 바꾸는 데 주목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통학버스, 급식, 교복, 건물, 그리고 지속가능성 교육이라는 다섯 가지 영역은 대부분의 학교가 공통적으로 겪는 과제이자,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수업에서는 기후위기를 배우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는 여전히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스쿨버스를 타고, 점심에는 탄소 배출량이 높은 급식을 먹고, 교복은 플라스틱 섬유로 만들어집니다. 이처럼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아이들의 일상 사이에는 간극이 큽니다. 우리는 이 틈을 메우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TASS가 제시하는 전략은 무엇인가요.

“TASS는 ‘연결(Connect)-참여(Engage)-시범(Demonstrate)-확산(Scale)’이라는 4단계 전략을 운영합니다. 첫째, 지속가능성 헌장을 기반으로 학교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연결), 둘째, 급식·교복·통학버스·건물 설계 등에서 학교들이 친환경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참여). 셋째, 이를 파일럿으로 운영해 성과를 점검하고(시범), 넷째, 효과적인 사례를 다른 학교로 확산시키는 구조입니다(확산). 강제 없이 자율적으로 진행되는 탈중심 구조라, 각 학교의 실정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한국에는 아직 참여 학교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네, 현재 TASS 회원 학교의 약 70%는 홍콩과 아랍에미리트(UAE)에 있습니다. 한국에는 아직 공식 회원 학교가 없습니다. 하지만 참여 조건은 복잡하지 않아요. 핵심은 헌장에 대한 교장의 공개 서명과 지속가능성 실천 의지를 공동체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것입니다. 이후 학생 대사를 중심으로 실행과 평가를 이어가게 됩니다. 예산이나 설비 수준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한국, 중국, 호주, 태국 등 아시아 국가의 학교들과 협력 범위를 넓혀갈 계획입니다. 학교라는 조직은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고, 각각의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이 조직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면, 학교는 지역과 사회를 바꾸는 강력한 실험장이 될 수 있어요. 지속가능성은 완성형이 아닙니다. 각자의 속도에 맞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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