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주목한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TAFF) 불발…산유국 반대로 최종문서 삭제
적응·기후재원도 반쪽 합의…WWF·기후솔루션 “과학이 요구하는 속도와 여전히 거리 있어”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22일(현지시각) 막을 내렸다. 파리협정 10주년이자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 초과가 ‘1년 내내 지속된’ 해에 열린 회의였지만, 국제사회의 약속은 과학이 요구하는 속도에 미치지 못했다. 회의 슬로건은 “선언이 아닌 실행”이었지만, 실제 결과는 전환의 핵심축을 결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이번 COP의 특징은 브라질이 도입한 ‘무치랑(mutirão)’ 협상 방식이었다. 여러 난제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일괄 타결을 시도한 ‘종합 협상 틀’이다. 협상 속도를 높이려는 실험이었지만, 공개 토론 시간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지속됐고, 실제로 막판 협상은 NDC 후속조치·적응 재원·무역 3대 쟁점에만 집중된 채 다른 핵심 의제는 심야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폐회 총회에서는 의사봉(gaveling) 절차를 둘러싼 문제 제기로 한때 정회되기도 했다.
◇ ‘전환의 COP’ 시험대였던 화석연료 로드맵…최종문에서는 빠졌다
전 세계 정부·시민사회·언론이 가장 주목한 의제는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TAFF)이었다. COP28이 ‘화석연료 전환’을 최초로 선언한 뒤, COP30에서는 이를 실제 이행 계획으로 구체화할 첫 로드맵이 나올지 여부가 최대 관전 포인트였다. 그러나 EU·소도서국(AOSIS)과 사우디·러시아 등 산유국 간의 입장차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고, 최종 결정문에서 관련 문구는 삭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여 개국과 130여 곳의 기업이 로드맵 추진을 공개 지지하며 정치적 압력은 분명 남겼다. 브라질은 의장국 임기 동안 산림 파괴 중단과 ‘질서 있는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별도 프로세스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 정세희 외교팀장은 이번 COP30을 “국제사회가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과학과 현장이 요구하는 긴급성에는 여전히 못 미쳤다”며 “로드맵이 빠졌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무역·핵심 광물 등 현실적 전환 의제가 공식 논의로 들어온 것은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 적응·기후재원은 숫자만 늘었을 뿐…“취약국 보호엔 여전히 역부족”
기후취약국 생존과 직결되는 적응(adaptation) 재원도 반쪽 합의에 그쳤다. 최종문에는 2035년까지 적응 재원을 ‘현 수준의 3배’로 늘린다는 목표가 담겼지만, 기준연도 변경과 목표 시점 연장으로 실질 확대폭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신규 기후재원 로드맵(NCQG) 역시 구체적 조달 방안 합의에 실패했다. 선진국이 부담해야 할 비중과 민간 금융의 인정 범위 등 핵심 쟁점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WWF는 이를 두고 “기후취약국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재정이 합의되지 못한 것은 뼈아픈 실패”라고 지적했다. WWF 글로벌 기후·에너지 총괄 마누엘 풀가르-비달(Fernanda de Carvalho)은 “장미빛 약속은 있었지만 실효적 로드맵이 부재했다”며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인 화석연료조차 합의문에서 제대로 언급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브라질이 공을 들인 산림 의제도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아마존 COP’라는 명성에 걸맞게 산림 파괴 중단 로드맵을 추진했지만, 화석연료 의제와 마찬가지로 공식 합의는 무산됐다. 다만 보전 면적에 따라 직접 재원을 지급하는 ‘열대우림 영구기금(TFFF)’이 출범하며 최소한의 상징적 성과는 남겼다. 기존 REDD+ 대비 단순·투명성이 높아 53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초기 재원·검증 체계·원주민 배분 비율은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주목할 대목은 UNFCCC 결정문에 사상 처음으로 ‘무역’이 명시됐다는 점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은 일방적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과 충돌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기후·산업 질서의 본격적인 충돌이 향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 한국, PPCA 가입으로 “탈석탄 의지”는 보였지만…실행 공백은 여전
한국은 이번 COP30에서 아시아 석탄발전 국가 중 사실상 최초로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했다. 정부는 61기 석탄발전소 중 40기를 2040년까지 폐지하고, 나머지 21기도 조기 폐쇄 방안을 내년에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사회는 이를 긍정적 신호로 평가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올해 신규 석탄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했고, 석탄·암모니아 혼소를 둘러싼 정책 혼란도 이어지고 있다. 또 한국은 열대우림 영구기금(TFFF)에 참여하지 않은 동아시아 유일 국가로 남았다.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선 63위로 비산유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박민혜 WWF 코리아 사무총장은 “한국이 탈석탄 메시지를 낸 것은 의미 있지만, 산업·무역 구조 전환을 담은 명확한 NDC 로드맵과 기후재원 확대가 뒤따르지 않으면 리더십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실행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OP30은 결국 대전환의 문을 열지는 못했다. 그러나 화석연료·산림·무역·핵심 광물 등 현실적 전환 과제가 공식 의제로 편입된 만큼, 내년 열릴 COP31까지 국제사회가 진짜 ‘이행의 시기’로 나아갈 마지막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경하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