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1.5℃ 시나리오 적용 분석…배터리·순환경제 핵심 산업으로 부상
“석유·가스는 좌초자산 위험…2040년까지 청정에너지 100% 전환 필요”
국내 공적 금융이 화석연료 중심 구조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일자리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솔루션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GESI)는 17일 ‘한국 공적 수출금융의 전환’ 보고서를 발표하며 “청정에너지 중심 재편이 고용과 부가가치에서 모두 경제적 편익을 가져온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파리협정 10년을 맞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한국의 ‘화석연료 금융 전환’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공적 수출금융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고용·부가가치·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실증 분석한 것이다. 분석 대상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등 주요 공적 금융기관이다. 이들 기관이 2020~2024년 에너지 부문에 지원한 총액은 61조 3000억원으로, 74.5%가 화석연료 부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 2035년 일자리 ‘5만→11만’…배터리 산업이 가장 큰 효과
보고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1.5℃ 시나리오(NZE)를 적용해 2035년까지 공적 금융 포트폴리오를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할 경우 국내 일자리가 현행 5만1000개에서 최대 11만개로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총 금융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 현 구조를 유지할 경우 증가폭은 5만1000개에 그친다.

가장 두드러진 산업은 배터리다. 설비 제조·공정 설계·기자재 제작·인프라 확충·연관 서비스 산업으로 효과가 확산되면서 고용 유발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보람 GESI 부연구위원은 “청정에너지 금융 전환은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수출 주도 성장 기반을 재정비하고, 장기 고용 창출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는 국내 조달률이 낮아 단기 효과가 제한될 수 있으나 공급망 강화가 이뤄질 경우 부가가치와 고용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 부가가치 5조 5000억원 증가, 화석연료는 좌초자산 위험
청정에너지 투자를 확대할 경우 2035년 총 부가가치는 9조5550억원으로 전망됐다. 이는 현 구조(4조980억원)를 유지했을 때보다 5조4570억원 많은 수치다. 특히 배터리 제조업이 청정전환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나타난 반면, LNG 운반선·정유·석유화학 프로젝트 등 화석연료 투자는 좌초자산 위험과 장기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화석연료 중심 금융은 단기적으로 수출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경쟁력 약화와 재정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글로벌 가스·석유 수요는 감소 추세이며, 재생에너지 단가 하락과 배터리 기반 기술(BESS·UAM·EV 등) 수요 확대가 한국 산업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신은비 기후솔루션 공적금융 담당 연구원은 “주요 공적 금융기관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석유·가스 지원 축소 로드맵은 아직 부재한 상태”라며 “좌초자산 위험이 납세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한국 공적 수출금융이 탄소중립 시대에 맞게 개편되기 위해 네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2040년까지 청정에너지 100% 전환 목표의 제도화. 현재 25% 수준에 그치는 청정에너지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 태양광·풍력·배터리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석유·가스 금융 지원 단계적 폐지와 명확한 중단 시한 설정. 화석연료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 대한 공적 금융 제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셋째, 청정기술 밸류체인의 국산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 핵심 부품 국산화 인센티브 확대와 엔지니어링·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넷째, 배터리·순환경제 분야 혁신 촉진. 재활용과 순환경제 생태계를 육성해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청정에너지 전환은 기후 대응을 넘어 한국 산업 구조를 미래형으로 재편할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