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석유·가스 중심 정책으로 선회
재생에너지 가속하는 아시아, 기술·금융까지 결합
미국이 화석연료 회귀에 속도를 내는 사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무게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석유·가스를 앞세워 전통 산업 경쟁력 회복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은 저탄소 기술과 전기화, 재생에너지를 미래 산업 전략의 핵심으로 끌어올리며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값싼 에너지를 기반으로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는 구상 아래 전기차·재생에너지 지원을 축소하고, 석유·가스 시추 확대와 환경 규제 완화를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 유전에 미국 에너지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며 화석연료 중심 전략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같은 선택은 차세대 에너지·산업 주도권을 아시아에 넘겨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에너지 체제 전환을 국가 전략으로 밀어붙이며 태양광, 풍력, 배터리, 전기차, 전력망 전반에서 압도적인 생산 역량을 구축했다.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풍력 신규 설치의 3분의 2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졌고, 중국 내 승용차 판매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로 집계됐다. 전 세계 전기차 생산의 70% 이상을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에도 글로벌 태양광·풍력 신규 설치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집중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이 9일 발표한 ‘산업용 녹색 마이크로그리드 건설 및 응용 지침’에 따르면, 신규 건설되는 풍력과 태양광 설비를 보유한 산업단지는 연간 재생에너지 전력의 최소 60%를 단지 내에서 소비하고, 전력망으로 보내는 비중은 20% 이하로 제한하도록 했다. 재생에너지·저장장치·수소·디지털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하나의 생산 인프라로 묶어 제조 경쟁력과 전력망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려는 구상이다.
일본은 기업과 금융을 중심으로 기후 대응 체계를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 정보공개 기관 CDP가 1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리더십’ 수준에 도달한 일본 기업 비율은 22%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과학기반감축목표(SBTi) 승인 확산이 기업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기술 측면에서도 일본의 행보는 구체적이다. 일본 최대 발전사 JERA는 석탄화력발전소에 암모니아 20%를 혼소하는 상업 운전을 추진하며, 발전 연료 전환을 현실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암모니아를 발전 연료로 사용하는 세계 최초의 상업적 적용 사례가 될 전망이다. JERA는 이를 위해 암모니아와 석탄 간 비용 차이를 보전하는 15년간의 정부 보조금을 확보했다.
또한 일본은 올해 남부 나가사키현 고토 해역에서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소 상업운전에 돌입했다. 이 설비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산업부와 국토부가 마련한 새로운 제도에 따라 인증받은 일본 최초의 상업용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다.
이 같은 변화는 대표적 화석연료 생산국인 중동에서도 감지된다.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 재생에너지 기업 마스다르는 지난 13일 2030년까지 100GW 규모의 청정에너지 설비 확보를 목표로 세웠다고 발표하며,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난 경제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전통적 에너지 강국의 지위를 다시 공고히 하려는 동안, 아시아와 일부 중동 국가는 저탄소 기술과 전기화, 재생에너지를 차세대 산업 경쟁력의 축으로 삼고 있다. 로이터는 “향후 미국의 정책 기조가 다시 전환되더라도, 급격한 정책 변동성 자체가 새로운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추격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